여름 산책은 '이른 아침'에…얼음물·아이스 조끼 필수
사람보다 2도 높은 개의 정상 체온…땀샘 없어 혀·폐호흡으로 체열 방출
39℃ 이상, 과호흡 시작 극도의 흥분…방치 시 뇌손상·급성 신부전 등 심각
무더운 여름철에 고체온증으로 동물병원을 찾은 환자견들이 많다. 작렬하는 태양열도 걱정이지만 해가 지고 난 후에도 지속되는 열대야도 조심스럽다. 여름철 동물병원을 내원하는 환자 사례들을 살펴보며, 여름철 반려견의 건강을 지키는 노하우들을 소개한다.
◆여름철 산책과 고체온증
반려견 토토(비숑, 9살, 7kg)가 급하게 병원을 찾았다. 보호자는 더위를 피해 해가 지고나서 집앞 공원을 산책했다고 한다. 여느 때와는 달리 토토가 쉽게 지치는 듯해서 벤치에서 토토를 안아 주었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토는 호흡이 가빠지며 불안해 하길래 황급히 동물병원으로 달려왔다고 했다.
내원 당시 토토의 체온은 40도 이상이었다. 과호흡, 침흘림, 과흥분과 인지장애 등의 전형적인 고체온증 증상으로 보였다. 수의사는 개의 체온을 낮추기 위한 응급 처치들을 선행했다. 머리와 가슴 부위를 제외한 다리와 배측, 엉덩이 부위를 얼음물에 적신 담요로 감싸주며 검사를 진행했다.
X-ray 검사, 혈액검사가 우선 진행되었다. 다행히 고체온증이 악화될 경우 수반되는 폐충혈과 급성 신부전 등의 소견은 관찰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에 대한 치료가 필요했다.토토는 ICU 고압산소 치료와 수액공급을 통한 탈수와 전해질 교정 치료가 이루어졌으며, 2시간 후 토토는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일상적인 산책을 하던 토토가 갑자기 과호흡과 불안 상태를 보였던 이유는 고체온증의 징후였으며, 그 상황에서 보호자가 토토를 안정시킬려고 안아주었던 상황이 토토의 고체온증은 더 가속화시켜 버린 것으로 추정됐다. .
토토가 퇴원할 즈음 보호자가 물으셨다. ' 여름철에는 개를 산책시키지 말아야 하나요?'
◆반려견이 더위에 취약한 이유
개의 정상 체온은 38~39도 정도로 사람보다 2도 정도 높다. 체온이 높아지면 개는 본능적으로 체온을 낮추기 위해 혀를 내밀고는 헥헥거리는 호흡을 반복한다. 사람은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지만, 땀샘이 없는 개는 혀와 폐호흡을 통해 수분을 증발시켜 체온을 낮추는 생리학적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기온이 30도 정도에 육박하면 호흡을 통한 체열 방출이 불가하면서 개는 극도의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과호흡이 반복될수록 운동에 의한 체온은 더 급상승하며 불과 10여분 사이에도 개는 패닉에 빠져든다. 본능적으로 열을 식힐 수 있는 피신처를 찾아야 한다.
목줄에 묶여진 마당개는 최대한 깊게 흙을 파서 시원한 바닥에 몸을 밀착하여 엎드린다. 실내 반려견은 시원한 타일 바닥에 엎드린다. 더위에 대응하는 개들의 생존 본능이다.
하지만 여름철 목줄을 착용하고 보호자가 인솔하여 산책하는 반려견의 체온은 전적으로 보호자가 예측하고 고체온증을 예방해야만 한다. 고체온증 예방을 위한 얼음물, 아이스 조끼 등이 여름철 산책 필수품인 이유이다.
◆여름철 개 산책은 '이른 아침'
반려견은 더위에 더욱 더 취약하다. 개인적 견해로는 여름철 반려견 산책을 권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임상수의사로써 여름철 산책 중에 비명횡사하는 안타까운 사례들을 자주 경험했기 때문이다. 사람도 온열질환 경보 기간 동안은 노약자, 어린 학생들의 실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당부하는 이치와 같다.
개가 원해서 산책을 시키고 싶다면, 고체온증 예방을 위한 얼음물, 아이스 조끼 등의 여름철 산책 필수품을 꼭 챙길 것을 당부한다. 여름철 반려견 산책은 해가 뜨기 전 이른 아침을 추천한다.
도심공원이나 아파트 주변 산책로는 낮 동안 데워진 지열이 밤에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보호자가 호흡하는 공기에 비해, 네발로 딛는 반려견은 지열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아래쪽 공기로 호흡하기 때문이다.
◆개의 과호흡이 위험한 이유
개의 체온이 39도 이상으로 상승하면 개는 과호흡을 시작한다. 불과 10여 분 사이에 극도의 불안과 흥분상태에 도달하기도 한다. 사람이 산소가 희박해지면 겪는 패닉상황과 유사하다. 고체온증이 20~30여 분 이상 방치되면 뇌손상, 급성신부전, 다발성 장기 손상 등이 발생하며 결국 사망하게 된다.
개의 고체온증이 위험한 이유는 또 하나 더 있다. 설령 건강을 회복하였다 하더라도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현저한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 폐포의 압박, 폐출혈, 뇌병증, 신부전 등이 미약하게 동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이 고체온증이 빨리 회복되어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러한 후유증은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관리되어야 그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노령견, 심장병, 신부전, 췌장염 등의 병력을 가진 반려견들은 과호흡이 지속되는 경미한 고체온증 상태에서 신속히 회복되었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이 지속적으로 나빠져 사망한 사례들이 많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고체온증이 잘 걸리는 품종은
살찐 개와 흥분하는 개도 더위에 취약하다. 코가 짧은 단두종 품종(프렌치불독, 퍼그 등)은 더위에 매우 취약하다.
고령견, 심장병, 신부전 환자는 경미한 고체온증에도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더위에 취약한 반려견은 여름철 실외 산책을 자제하는 것이 유리하다. 산책을 하더라도 가벼운 배뇨와 배변 정도의 짧은 시간 산책을 당부하며, 부족한 운동량은 실내에서 보호자분이 함께 놀아주는 놀이운동으로 대체할 것을 권한다.
부득이 산책이 필요하다면, 여름철 고체온증 예방을 위한 필수품들을 챙겨 이른 아침녁에 산책시킬 것을 당부한다.
◆여름철 고체온증 예방을 위한 펫티켓
1. 얼음물, 애견용 아이스 조끼 또는 스카프
2. 노령견, 환자견 산책 시 아이스매트가 깔린 견모차(강아지 유모차) 동반
3. 여름철에는 산책은 '이른 아침'
◆ 자동차 열사병
실험에 의하면 기온이 25도에서도 햇빛에 노출된 차량 내부는 20분 만 에 실내온도가 50도에 육박한다고 한다. 여름철 차량을 그늘진 공간에 두었다 하더라도 밀폐된 차량 실내 온도는 사람이나 동물이 참기어려울 정도로 상승한다.
에어컨을 켜 두었다 안심해도 곤란하다. 흥분한 반려견이 시동 버튼을 끄는 바람에 위험해진 사례들도 있기 때문이다.
여름철 자동차에 어린이나 반려견을 두고 내리는 것은 실수가 아니라 범죄 행위 임을 명심할 필요가있다.
◆고체온증 환자견을 위한 응급처치
1. 즉시 시원한 곳으로 이동하고, 찬물을 소량씩 자주 먹여준다.
2. 찬물을 이용해 머리와 가슴부위를 제외한 신체를 반복적으로 적셔준다
5. 의식을 잃은 상태일지라도 흉부 압박이나 인공호흡은 권하지 않는다. 폐출혈이 쉽게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한 신속히 동물병원으로 이동한다.
◆독이되는 여름철 불청객 '자두'와 '복숭아'
반려견 콩이(시츄, 6살 ,4.5kg)가 내원했다, 어제 부터 구토를 한다고 했다. 가족들은 전날 자두랑 복숭아를 먹고 접시에 씨를 남겨 둿었는데 아마도 콩이가 먹은 듯하다고 염려했다.
X-ray 검사에서 3개이상 자두씨로 추정되는 이물들이 위내에서 관찰됐다. 장폐색으로 응급 수술을 받는 반려견들의 이물성 장폐색 원인 중 가장 다발하는 이물이 자두와 복숭아씨다.
직경이 15~25mm 정도에 불과한 자두와 복숭아 씨는 과육이 발라져 있는 상태에서는 개가 쉽게 삼킬 수 있다. 하지만 위내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과육 부분은 녹아버린다.
결국 표면이 날카로운 씨는 마치 플라스틱 구조물 처럼 수개월 이상 소화되지 않고 위를 돌아다니게 된다. 그러다 십이지장으로 씨가 진입하게 되면 이물성 장폐색을 유발한다
콩이는 내시경을 통해 자두씨를 제거했다 . 2개의 자두씨와 더불어 조각 난 복숭아씨 3개가 추가로 확인되어 제거했다. 내시경 시술 과정이 잘 이루어 진다 하더라도 이물을 견인하는 과정에서 식도와 위 점막에는 긁힘 상처가 발생한다. 콩이는 내시경 시술 후 24시간 이상 유동식을 이용한 식이 관리와 관찰이 필요하다.
◆이물 섭식이 의심된다면?
자두 복숭아 씨 외에도 반려견이 먹어서 안 될 이물을 먹고 탈이 나는 경우들이 있다. 더운 날씨 만큼 음식물은 상하기 쉬우며 냄새가 많이 난다. 그러한 냄새에 개는 더 자극받는다. 가정에서 먹고 버린 음식물, 닭뼈, 양념이 버무러진 비닐이나 포장지 등을 무심코 남겨둔 사이 개가 먹고 탈이 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가족들이 설마 이물을 먹었을 것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식욕부진, 구토, 복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여 하루이틀 지나 경과가 악화된 상황에서 동물병원을 내원하여 검사를 통해 밝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이물이 소장으로 진입하여 장폐색이 발생하면, 매우 위급한 상황으로 인지하셔야 한다. 막힌 장부위는 쉽게 괴사되며 복막염을 유발한다. 괴사된 부위는 잘라내고 장을 연결해야하는 장문합술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자두씨, 음식물 비닐포장지, 닭뼈, 개껌, 플라스틱 조각 등이 반려견 장폐색을 유발하는 위험 요소 들임을 이해하고, 혹여 이물 섭식이 의심스러우면 곧 바로 동물병원을 들러 검진을 받길 바란다.
동물병원에서는 반려견이 먹은 이물의 크기가 식도를 역류하기 무난하다고 판단되면 구토유발 처치를 통해 이물 제거를 시도할 수 있다. 구토 유도에도 불구하고 이물이 제거되지 않을 경우 내시경을 이용하여 이물을 제거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위절개 수술을 통해 이물을 제거하기도 한다.
박순석 수의사
SBS TV 동물농장 자문수의사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겸임교수
한국수의임상수의사회 부회장
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댓글 많은 뉴스
박정희 동상에 밀가루 뿌리고 계란 던지고…영남대 총동창회 "고발 조치"
이재명, 아내 1심 선고 직전 "죽고 싶을 만큼 미안…혜경아, 사랑한다"
文 "남북 대결 지속되면 '한국 패싱' 가능성…尹, 대북정책 전환해야"
'박정희 동상 오물 투척' 수사 착수…어떤 혐의 적용될까
집들이 온 친구 남편이 잠든 사이 성추행…친구와 남편은 '외도' 정황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