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순직(殉職) 사건을 수사해 온 경북경찰청이 지휘관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送致)하고,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과 하급 간부 2명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으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납득할 수 없다. 제3자인 척했던 경찰도 한편이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경찰도 한패'라고 비판하는 것은 경찰의 수사 결과가 자신들의 기대에 어긋나기 때문일 것이다.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고 치자. 신문사 사회부 A기자가 사명감과 정의감을 갖고 1주일 남짓 취재한 다음 특정인을 화재 사고 책임자로 지목하는 기사를 작성했다. 이에 데스크(사회부장)가 "화재 책임자를 특정해서 보도(報道)하면 안 된다. A기자에게는 그럴 권한이 없다. 그 취재 내용이 정확하다고 볼 수도 없다. 보도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하자. 이에 대해 A기자가 "내가 특정인을 지목해 보도하더라도 경찰과 검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문제 될 것이 없지 않나. 보도 자체를 막는 것은 외압(外壓)이다"고 항변한다면 그 주장은 이치에 맞나?
'화재 사고 책임자'로 언론에 지목된 사람은, 실제 책임 유무와 상관없이 막대한 시간적,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입게 된다. 그만큼 수사와 보도는 신중해야 한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해병대원 순직 사건 처리 방식과 화재 사건을 보도하는 A기자의 방식이 일치하지는 않지만 유사(類似)한 면이 있다. 이 둘은 정의롭게 보이지만 자칫 '법 폭력'일 수 있고, '언론 폭력'일 가능성이 높다.
박 단장의 초기 수사 결과는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이 박 단장의 수사 결론은 '옳고', 11개월가량 24명의 전담 팀이 투입돼 수사한 경찰 결론은 '틀렸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한쪽 결론은 '내 정의감에 부합'하지만, 다른 쪽 결론은 '내 정의감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 외에 어떤 근거가 있나. 자신의 정의감이 유무죄 판단 기준(判斷基準)이란 말인가.
누구라도 안전사고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법 폭력'으로부터도 보호되어야 한다. 정의(正義)에 이중 잣대가 있으면 폭력으로 변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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