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사과 있었으면, 총선 결과 달라졌을 것" 여당 전당대회 첫 TV토론회서 후보 모두 동의

입력 2024-07-09 20:16:22 수정 2024-07-10 07:26:14

나→한 "김 여사 문자' 공격, 한→원 '가족 공천 개입 거짓말' 직격…물고 물리는 공방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나경원(왼쪽부터),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9일 서울 중구 TV조선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나경원(왼쪽부터),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9일 서울 중구 TV조선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TV토론회'에 참석,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첫 TV토론회에서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가나다 순) 후보는 제각기 자신이야말로 무너진 당과 보수를 되살리고, 보수정권을 이어갈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서로 약점을 파고들기도 한 가운데 나 후보는 김건희 여사 문자 사과 논란을 놓고 한 후보와 공방을 펼쳤고, 한 후보는 자신을 향해 가족을 동원한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원 후보를 향해 "거짓말"이라고 직격했다. '밸런스 게임'이나 '무플보다는 악플' 등 각종 게임에서 후보들은 자신의 과거와 관련해 솔직한 소회를 풀기도 했다. 후보들은 물가 잡기 등 국가 전반에 걸쳐져 있는 각종 현안에 대한 해법도 내놨다.

◆"김 여사 사과, 총선 결과 달라졌을 것" 한목소리

TV조선 주최로 100여분간 진행된 토론회에서 김건희 여사가 대국민 사과를 했다면 지난 총선 결과가 달라졌겠는가는 질문에 후보 4명 모두 동의했다.

한 후보는 "지난 총선 민심의 심판에 여러 가지를 부응하지 못했다. 이 사안이 그중 한 가지이며, 제가 바로잡기 위해서 사과 요구를 했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충분히 김건희 여사는 사과의향이 있으셨다. 사과를 하셨다면 그 후의 이종섭·황상무 문제 등에서 사과 모드로 갔을 것이고, 총선 결과도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 후보는 "우리가 뽑은 권력이 국민을 이기려 드는 것을 너무 싫어한다. 국민에게 지는 것"이라며 "우리가 잘했든 못했든 겸허하게 다가가는 것이 바로 그 전환점"이라고 했다.

나 후보는 "모든 것은 타이밍 있는데 그때 사과 한 말씀이 있었으면 정말 저희가 많이 이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윤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하나는 질문에는 입장이 엇갈렸다. 나 후보는 "대통령 성공시키지 않고는 절대 재집권 못한다", 한 후보도 "차별화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윤 후보는 "(윤 정부가) 국민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국민 기대에 못 미칠 때는 (당과 정부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했고, 원 후보도 "지금 대통령 지지가 낮다. 더 좋은 차별화, 팀워크를 전제로 한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2027년 민주당 대선후보가 이재명 전 대표가 될 것이란 질문에 모두 공감을 나타내면서 이 전 대표 사법리스크를 강조했다. 원 후보는 "2년 전 이 전 대표 대통령 당선을 대장동 의혹 제기로 저지했고, 대북 불법송금까지 폭로했다"며 공격수를 자처했다. 나 후보는 "당 대표 되면 조국 전 장관 끌어내리듯 확실히 끌어내릴 것이다. 국회 제명 절차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한 후보는 "(이재명 전 대표 재판이 진행될수록) 상식적 분들이 이탈할 것"이라고 사법리스크를 강조했다.

◆'김여사 문자' '가족 공천 개입' '총선 패배 책임' 공방 주고받아

주도권 토론에선 후보 간 물고 물리는 공방이 이어졌다.

먼저 윤 후보가 한 후보를 겨냥해 총선 패배 책임이 있음에도 전당대회에 출마한 것을 지적하자, 한 후보는 "당원과 시민이 저에게 주어진 시간 너무 짧았다. (총선을 이끈) 그 경험 가지고 변화 이끌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는 원 후보를 향해 작심 공격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총선 당시 '한 후보가 친인척을 공천했다'고 한 원 후보 주장에 대해 끈질기게 따져 물었다. 원 후보가 "비방 중단을 약속해 언급을 중단하겠다"며 한발 물러서자, 한 후보는 "명예훼손이다" "근거가 없다면 여기서 사과하라"며 강하게 압박했다.

김 여사 문자 무시 공방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한 후보가 "당시 대통령실 자체가 사과를 않겠다는 입장이 명확했다. 그래서 저에 대한 초유의 사퇴요구까지 나온 것"이라며 김 여사 문자에 사과의향 없었고 사적 채널로 부적절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자 나 후보는 "김 여사 문자는 아무리 읽어도 사과의 뜻이었다"며 "대통령실의 정무적 판단이 가능하지만, 당사자 의견이 더 중요하다"고 맞받았다.

이날 토론회에선 후보들 간 솔직한 소회도 나왔다.

'무플보다 악플' 게임에서 원 후보는 '친한 척 어깨동무할 때는 언제고 용산에서 그렇게 하라더냐'며 한 후보와 각을 세우는 것을 지적한 악플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 총선 참패에 대해 뼈아픈 반성과 책임론이 필요하지만, 정말 고생한 것도 사실"이라며 한 후보를 추켜세웠다.

'밸런스 게임'에서 나 후보는 '연판장 받기'와 '오랜 지인의 문자 읽씹' 가운데 연판장 받기를 고르면서 "정치하면서 여러 가지를 겪었지만, 지난해 연판장 사건만큼 제 마음에 큰 상처가 없었다. 당의 가장 구태스러운 정치였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