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제, 우리의 생활환경이 위험지역…국가재난 대비해야

입력 2024-07-08 09:53:45 수정 2024-07-09 12:26:21

이송규 (사)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 겸 기술사·공학박사
이송규 (사)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 겸 기술사·공학박사

23명의 사망자와 8명의 중경상을 낸 지난달 24일 화성 리튬배터리 화재 시작으로 대치역 리튬배터리 화재, 화성 리튬배터리 화재 인근 위험물공장 화재, 서울시청역 역주행 승용차 사고(9명 사망, 7명 중경상), 강릉 아산병원 현관 택시 돌진, 용산 이촌동 70대 택시 연쇄추돌 사고가 최근 10일 동안 일어났다

이처럼 사고는 유사하게 대형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이유는 무엇일까, 쉽게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과학기술의 양면성 때문이다. 과학기술로 인해 우리의 생활은 최첨단 기기를 활용하여 편리한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안전관리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과학의 발전은 하루가 다르게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안전관리는 수십 년 전에 머물러 있다시피 하니, 이와 유사한 사고는 불을 보듯 뻔하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리튬을 이용한 배터리의 상용화는 2000년대 들어 전기자동차, 스마트폰, 노트북, 킥보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의 원인인 리튬이온(LI-ion) 배터리는 에너지밀도가 높고 수많은 재충전을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배터리로 이를 위한 제조공장도 전국 곳곳에서 자고 일어나면 신설, 증설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자동차 산업도 1990년대부터 큰 변화가 시작되었다. 유압이나 공압으로 제어하던 장치를 전자제어 시스템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2000년대 들어 디지털카메라의 발전과 더불어 자동차 전자제어 시스템이 고도의 발전을 거듭해 국내에도 한정적이지만 무인차량인 자율주행차량이 대로에서 운행되고 있다.

이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머지않아 주행 중 충전과 동시에 운전석이 없는 차량이 도로를 활보하고 다니게 될 것은 누구나 예측가능한 일이다. 완전 자율주행차가 도입되면 차라리 사고는 적을 수 있지만 완전한 자율주행차량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사람의 겸용운전이 필수다. 안전운전을 위해서는 안전한 차량시스템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큰 과제다. 또한 운전자의 위험상황 인지력과 위험순간의 순발력도 안전운전의 필수요인이 된다. 인간의 수명은 늘어나고 있지만 늘어난 만큼 인지력과 순발력은 그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경험 많고 무사고 운전자라도 위기상황의 인지능력과 위기상황 대처 순발능력은 젊은 나이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이 위험한 상황에서 부족한 인지능력과 위기상황 대처능력을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시스템 장착 자동차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누구나 리튬배터리를 소지하고 있는 실정에서 리튬배터리의 안전대책과 날로 자동화되어 가고 있는 자동차의 안전대책이 절실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안전관리는 의지만으로 이룰 수 없다. 안전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리튬배터리의 위험성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리 안전의지가 높더라도 진정한 안전대책이 수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최근 몇 년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경험하고 있다. 사람에 의한 압사로 그렇게 많은 수백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이나 해봤는가, 지하차도로 밀려오는 빗물에 의해서 순식간에 수많은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까, 리튬배터리 화재로 그렇게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고 돌진한 차량으로 순식간에 9명의 목숨을 빼앗아갈 거라고 생각이나 해본 적 있었는가.

이처럼 우리는 안전불감증이 아닌 안전무지에서 살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사람이 하면 위험하지만 내가 하면 안전하다고 하는 것이 '안전불감증'이다. 하지만 '안전무지'는 무엇이 위험한지 위험하지 않는지'를 모르는 상태이다. 아주 어린애가 위험한 도로를 건널 때 아무런 위험을 느끼지 않고 건너는 것은 안전불감증이 아닌 안전무지 때문인 것과 같다.

그럼 대책은 무엇일까.

우선 정부조직의 전담 안전부처 신설이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는 안전을 중요시하여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별도의 국민안전처를 신설하고 안전행정부는 슬림화하여 행정자치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민안전처의 조직을 그대로 행정자치부에 통합하여 행정안전부로 명칭을 다시 환원했다.

이후 현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조직 그대로 안전을 총괄하는 안전부처가 행정안전부 내에 속해있다. 물론 지자체 안전총괄을 위해 행정안전부 내에 안전부처가 있는 것이 효율적인 요인도 있다고 보지만, 이제 행정안전부의 안전부처 독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과학기술의 발달 및 지구온난화로 인해 재난은 더 늘어날 것은 당연한데도 행정안전부 장관은 행정과 막중한 안전의 두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행정안전부 장관은 신속한 대응을 하며 이와는 별도로 전국 행정자치분야의 업무도 총괄해야 한다. 너무나 벅찰 것이다. 아마도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바쁜 장관은 행정안전부장관이 아니었을까. 아무리 능력있는 사람이라도 두 분야를 해박하게 이끌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위험한 상황에서 리더의 행동이나 언행으로 인해 불안감을 떨칠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가중될 때도 있다. 그만큼 위험상황에서 담당부처 장관의 전문 리더십은 중요하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대통령실의 안전전담조직이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재난과 안전관리를 위해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내 안전수석과 안전비서관 조직이 필요할 것이다. 행정안전부에서 안전을 총괄하기 위해서는 환경부, 고용노동부, 경찰청, 소방청 등과 협력을 해야 하지만 각 부처의 특성상 동등의 행정안전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원활하게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지구온난화로 장마와 폭우가 더 심하고 겨울엔 많은 폭설이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생활환경이 이제는 위험지역이 되고 있다. 걱정이다. 과학기술 및 기후위기에 따른 재난의 위험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위해서는 인력이 아닌 활용되고 있는 첨단과학기술 만큼의 안전관리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의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안전이 국력이다.

이송규 (사)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 겸 기술사·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