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김건희 여사 대국민 사과 의향 문자' 무시…여당 전당대회 핫이슈로 부상

입력 2024-07-07 18:18:10 수정 2024-07-07 19:48:16

'대국민 사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주장
韓 '당무개입' 주장, 元" 자기 잘못 감추기 위해 대통령실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여" 맹공
羅 "국민·총선 후보 그토록 바란 김 여사 사과 기회마저 날린 무책임한 아마추어" 韓 직격

국민의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7·23 전당대회가 한동훈 대표 후보의
국민의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7·23 전당대회가 한동훈 대표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이 돌출하면서 후보 간 비방의 수위가 높아지는 등 요동치고 있다. 사진은 국민의힘 당권주자들. 왼쪽부터 6일 분당 당원조직대회 참석한 한동훈 대표 후보, 6일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타운홀미팅 참석한 나경원 대표 후보, 7일 울산광역시당 간담회 참석하 원희룡 대표 후보,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 하는 윤상현 대표 후보.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비대위원장 시절이던 지난 1월 중순 영부인 김건희 여사로부터 '대국민 사과 의향이 있다'는 텔레그램 문자 메시지를 받고도 무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7·23 전당대회를 보름 앞둔 여당에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다. 경쟁 후보들과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은 한 후보를 겨냥해 '해당 행위'라며 날을 세우는 가운데 한 후보는 전당대회에서 김 여사 문자를 언급하는 것은 '당무 개입'이라며 맞서고 있다.

◆김 여사 문자 공개…尹지지층 발끈

김건희 여사 사과 문자 파문은 지난 4일 CBS 라디오에서 그 내용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해당 문자는 김 여사가 명품 파우치 문제로 당정 갈등이 심했던 지난 1월 중순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출연자가 전문을 요약 정리했다며 공개한 김 여사의 문자는 '제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 더한 것도 요청하시면 따르겠다'는 내용이다.

문자 작성 시기도 의미심장하다. 한 후보가 지명한 비대위원인 김경율 회계사가 지난 1월 17일 '마리 앙투와네트' 발언을 하며 김 여사 명품 파우치 파문을 직격한 다음날인 18~21일에 한 후보에게 발송된 것으로 추정된다. 21일은 한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설이 갑자기 터지며 이른바 '윤-한 갈등'이 불거진 날이다.

이후 김 여사 명품 파우치 문제는 지난 총선 내내 여당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이 됐고, 민심을 잃은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이번 문자 내용이 사실이라면 김 여사가 대국민 사과 의향을 간곡하게 밝혔음에도 한 후보가 사실상 이를 묵살함으로써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은 야당은 물론 여당 지지자들로부터도 내내 비난을 받았다.

김 여사 사과 문자로 밝혀진 '6개월 만의 반전'에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측에선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여당 측 한 60대 지지자는 "대통령 신년대담 때나 총선 즈음해서 (명품 파우치 몰카 관련해) 왜 국민 앞에서 속 시원한 사과가 없나 의아했는데, 이런 내막이 있을 줄 몰랐다"며 "대통령으로선 믿고 있던 후배인 한 후보에 큰 배신감을 느꼈을 것 같다"고 혀를 찼다.

보수 측 한 관계자는 "문자 내용대로라면 한 후보가 김 여사의 간곡한 대국민사과 의향을 무시하고 그 비난을 방관했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원만한 당정 관계를 선호하는 TK당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물론, 본격적인 후보 간 토론회가 펼쳐지는 전당대회 레이스에서 이슈로 부각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전망했다.

◆전당대회 핫이슈로… 韓 "당무 개입"VS 非韓 "사과해야"

김 여사 문자를 둘러싼 국민의힘 당권주자들 간 공방은 점점 격화되는 분위기다.
한 후보는 지난 5일 "비상대책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입을 뗀 후 문자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6일에는 "(문자 이후) 6개월이 지났는데 그 내용이 나오는 것은 노골적으로 내가 대표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라며 "(관련 의혹 제기는) 비정상적인 전당대회 개입이나 당무 개입으로 보일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7일에는 원외 당협위원장들 사이에 한 후보 사퇴 회견을 추진했다가 취소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제2 연판장 구태'라며 맞대응했다.

한 후보의 거듭된 해명에도 경쟁 주자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원희룡 후보는 7일 "한 후보가 김 여사 문자 논란을 전당대회 개입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자기 잘못을 감추기 위해 대통령실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행태는 당을 분열시키고 대통령을 흔드는 해당 행위"라고 주장했다.
원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공적인 일을 사적인 관계로 풀지 않으려 했다'는 한 후보의 입장에 대해 "그렇다면 그전에는 왜 그토록 많은 문자를 보냈느냐. 왜 '사적 관계에 있는 분들'과 공적인 정무적 판단을 의논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 여사 문자 내용이 '사과하기 어렵다는 쪽이었다'는 한 후보의 해명에 대해서는 "문자를 모두 공개하는 것이 오해와 논쟁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문자 전문 공개를 요구했다.

나경원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를 겨냥해 "어설프게 공식, 비공식 따지다 우리 당원과 국민, 총선 후보가 그토록 바랐던 김 여사 사과의 기회마저 날린 무책임한 아마추어"라며 공세에 가세했다. 윤상현 후보도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이 가장 큰 이슈였고, 풀었어야 했다. 당사자인 영부인 문자가 왔으면 당연히 응대했어야 했다"고 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