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물고통 33년] 역대 대통령 '물'에 고개 숙였다…움직이는 정치권 '물특별법' 발의

입력 2024-07-03 16:09:59 수정 2024-07-04 10:44:25

1991년 페놀 사태 이후 수질오염사고 수차례 반복…33년간 먹는 물 고통 한계
이회창 전 총재 대국민 사과 이후 역대 대통령 모두 '맑은 물' 공언했으나 무색
尹도 "대구 동부 쪽 물은 차고 좋은데, 서구 쪽 물은 낙동강 물이라 거북"
행동하는 정치권 '낙동강 특별법' 발의…洪 "필요시 예타면제 등 특별법 제정"

2018년 대구 수돗물에서 과불화화합물질 검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시민들이 대구 두류공원 비상 급수대에서 생수를 담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2018년 대구 수돗물에서 과불화화합물질 검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시민들이 대구 두류공원 비상 급수대에서 생수를 담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역대 대통령들이 지난 33년 간 낙동강 '먹는 물' 문제를 시인하며 깨끗한 식수 공급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대구시민들은 국내에서 가장 깨끗하지 못한 물을 마시고 있어 "이제는 정부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맑은 식수 공급 문제는 진작 해결됐어야 할 국가책무임에도 수십 년 동안 수질 악화가 멈추지 않는데다 오히려 대구시민들은 9천억원에 달하는 물이용부담금만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총재는 1994년 국무총리 시절 낙동강 수질오염사고에 대해 "영남 1천만 주민들에게 고통을 안겨 준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3월 "낙동강 수질개선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깨끗한 물을 공평하게 누리는 공존공영의 물 관리를 하겠다"고 밝혔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5년 6월 "맑은 물의 안정적 공급에 주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12월 대구에서 "페놀 유입 같은 오염사고도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강 중∙하류 주민들도 깨끗한 물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수질사고는 2018년까지 이어졌고 '생수대란'은 되풀이됐다.

'녹조 원수'에 대한 문제 제기도 예전부터 지적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8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금 낙동강 녹조현상이 심각해 녹조 대책 마련이 매우 시급하다"고 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8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낙동강 본류의 수질 개선 노력은 끊임없이 해야 하며 상수원 대책이 함께 강구돼야 한다"고 지시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3월 대구를 찾아 "(과거) 대구 동부 쪽 근무 때는 수돗물을 마시면 운문댐 물이라 차고 좋았는데, 서구 쪽에서 물 틀면 낙동강 물이라 아주 미지근해 마시기 거북한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질사고가 반복될 때마다 정부 차원의 대응이 기민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물론 정작 근원적 문제인 안전한 식수원 확보는 풀리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에 최근 정치권은 특단의 대책으로 맑은 물 공급을 위해 '낙동강 유역 취수원 다변화를 위한 특별법'(낙동강 특별법)을 발의하는 등 항구적 대책 방안 마련에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을 포함 여야 의원 20명은 지난달 낙동강 특별법을 공동으로 발의했으며, 법안은 깨끗한 수돗물 생산∙공급에 관해 국가 책무를 부여하고 취수원 다변화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낙동강 상류 안동댐 물을 끌어다 대구로 공급하는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과 관련 "예타 면제 등 필요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 관계자는 "물 문제가 시급한 만큼 예타 면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상공에서 바라본 안동댐 모습. 매일신문DB
상공에서 바라본 안동댐 모습. 매일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