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사고’도 급발진 주장하는 60대 고령 운전자…“아직 급발진 증명 사례 없어”

입력 2024-07-02 16:47:39 수정 2024-07-02 20:53:54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교차로서 교통사고 발생...13명 사상자 발생
급발진 주장 운전자 평균 나이 64.5세...45세 미만 한 명도 없어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률은 2%대 그쳐

2일 오전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전히 파괴된 차량 한 대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전히 파괴된 차량 한 대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교차로 인근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해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60대 가해 운전자가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의 급발진 사고사례도 재조명되고 있다. 국과수 소속 전문가는 급발진 증명 사례가 없는 데다, 가해자가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운전자인 만큼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를 낸 차량 운전자 A(68)씨는 일반통행인 4차선 도로를 역주행하다 차량 2대를 잇달아 들이받고 횡단보도로 돌진하면서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쳤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현장에서 검거된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고, '급발진'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북에서도 고령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낸 뒤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22년 12월에는 대구 중구 태평네거리에서 계산오거리 방면으로 향하던 전기차 택시가 반대편에서 신호 대기 중인 차들로 돌진해 14중 연쇄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8월에는 경북 포항 죽도시장 공영주차타워 전기트럭이 추락사고를 내 13명이 다치기도 했다. 가해운전자는 모두 60대 이상 고령운전자로 확인됐다.

하지만 급발진 사고를 조사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지금까지 급발진으로 확인된 사례가 없고 대부분 고령 운전자의 인지장애가 사고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대구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대구경북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는 모두 27건 중 가속 페달과 제동 페달을 혼동한 경우가 21건으로 77.7%를 차지했고, 나머지 5건은 사고 원인 불명확, 1건은 바닥 매트에 가속 페달이 걸린 경우였다.

이영내 대구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이공학실장은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했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급발진이 증명된 사례는 1건도 없었다"며 "급발진을 주장하는 운전자 중 45세 미만이 한 명도 없었고, 이들의 평균 나이가 64.5세인 것으로 미뤄 보았을 때 급발진 사고는 운전자가 페달을 혼동해 일어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3만9천614건으로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이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로 지난해(17.6%)보다 늘어났다.

현재 정부는 만 75세 이상 운전자들의 운전면허 갱신 주기를 3년으로 하고, 인지능력 검사와 교통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의 경우 5년 주기로 갱신을 하고 교통안전교육만 권장한다.

이 밖에 각 지자체는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고령자들에게 10~30만원 상당의 현금성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있지만 면허 반납률을 매년 2% 안팎에 그치고 있다. 대구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2만8천636명, 경북의 경우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1만2천773명만 지자체에 면허를 반납했다.

해외에서는 나이와 인지 능력 등에 따라 운전할 수 있는 지역 또는 차량을 한정해 면허를 발급하기도 한다. 도우석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고령 운전자의 경우 인지 반응 시간이 줄어들어 교통사고가 많이 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들의 이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기보다 사회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조건부 면허제'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