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삶의 깊이를 더하게

입력 2024-07-02 06:30:00

노화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노화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의 표지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평소 자주 짓는 표정에 따라 얼굴에 생기는 주름의 모양이 달라지고, 그 주름으로 인상이 달라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려운 세월을 보내고도 평온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구나 부러워할 여유를 가지고도 사나운 인상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은 삶을 대하는 개인의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우리의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먹고 자고 움직이는지에 따라 노화의 속도와 질병의 정도가 달라집니다. 건강하고 평온하게 나이 드는 데에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 덜 늙고 더 건강해지는 생활 습관

2022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82.7세, 건강 기대 수명은 65.8세입니다. 65세 이후 17여 년의 세월을 건강하지 않게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17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더욱이 이제야 직장과 가정의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생기는 때입니다.

노년내과 의사인 정희원 교수는 책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을 통해 노년을 건강하고 활기차게 맞이하기 위한 다양한 습관과 실천 방안을 제시합니다. 사람은 모두 늙고 병들고 죽습니다. 하지만 같은 나이라도 노화의 정도는 다릅니다. 저자는 노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40, 50대 때부터 식사, 운동, 스트레스 관리의 생활 습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첫째, 효율적으로 먹어야 합니다. 나에게 필요한 열량보다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는 식사를 하고, 혈당과 혈압에 부담을 주지 않는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바로 효율적 식사입니다. 둘째, 제대로 움직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걷는 것이야말로 가장 쉬운 운동입니다. 스트레칭이나 근력 운동 또한 노년의 자립을 돕습니다. 내 근육의 힘으로 집안일이나 외출 등의 일상생활을 원활하게 해 나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질병에 걸리더라도 욕창이나 낙상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셋째, 몸의 건강만큼 뇌의 건강도 지켜야 합니다. 질 높은 수면과 원활한 스트레스 관리가 뇌를 건강하게 합니다. 잘 자면 몸과 마음이 회복되고 인지 기능이 정상 작동합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는 덜 받고 잘 푸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야 합니다.

책에 제시된 실천 방법들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큰돈을 들이거나 갑작스러운 변화가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가는 세월은 막을 수 없지만 속절없이 빠른 노화를 늦추어 노년의 건강 기간을 늘리는 것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 득이 될 것입니다.

◆ 아흔 살 인생 선배가 알려주는 잘 늙는 비법

'어차피 살 거라면,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의 표지

그 나이나 입장이 되어야 비소로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부모가 되면 자식을 키우는 어려움을 알게 되고, 환자가 되면 병의 고달픔이 이해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에게 노년의 삶은 아직 겪어보지 않았기에 막연히 두렵고 걱정스럽습니다.

여든다섯의 노학자는 '어차피 살 거라면,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이근후 지음)을 통해 '늙어 본' 경험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인생의 후배들에게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현재의 기쁨을 잃어가지 않기를 당부합니다.

특히 나이가 들어가며 달라지는 역할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느 날, 저자는 퇴임 후 달라질 자신의 역할과 위상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기 위해 지하철로 향합니다. 좌석에 앉은 젊은이가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할아버지'를 보고도 외면하자 저자는 괘씸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할아버지! 여기 앉으세요"하고 자리를 양보하는 학생에게는 노여움을 느끼지요. '나이 든 거 몰라주면 서럽고, 노인 대접받는 것은 노여운' 경험. 이 경험을 통해 저자는 자신의 나이를 자각하고 노년의 권리뿐만 아니라 책임과 의무도 함께 받아들여야 함을 인정하게 됩니다. 일면식도 없는 남이 나의 나이를 존중해 자리를 양보해 주면 고맙다고 인사하고, 반대로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젊은이에게는 '요즘 청년들 참 고생이 많지'하며 어른다운 마음을 가지는 것. 이러한 태도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의사이자 교수였던 삶의 다음, 지금부터 시작되는 '할아버지'로서의 수많은 날을 유쾌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말입니다.

개관사정(蓋棺事定)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삶은 그 삶이 끝난 후에야 비로소 평가가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시련 속에서도 나름의 최선을 다하며 무사히 오늘에 다다른 내 어깨를 토닥여 주세요. 수고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하루하루 더 멋지게 나이 들기-오늘부터 1일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