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만남 거부한 홍준표 "25·27일 제안 모두 거절…만날 이유 없다"

입력 2024-06-26 11:17:22 수정 2024-06-26 11:29:05

"뽑아주면 당 해체해야…한국 보수진영 가라앉는 것" 직격
"당 대표는 정권과의 동행…임명직으로 들어온 사람 될 수 없다"
"여당 붕괴되면 정권 재창출 불가능…적어도 당 분열 초래할 수 있는 인물은 안 된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대구시 산격청사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대구시 산격청사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26일 당권 도전을 선언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 "선출직까지 나와서 만약 뽑아준다면 이 당은 해체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홍 시장은 이날 오전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정치판에도 정의가 있어야 한다. 비대위원장 임명직 온 것까지는 할 수 없다고 해도 선출직까지 나와서 만약 뽑아준다면 이 당은 해체해야 한다. 존립 가치가 없는 당"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국민의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7·23 전당대회 후보자 등록이 마감된 가운데 후보등록 결과 대표 후보에 나경원 의원, 원 전 장관, 윤상현 의원,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상 가나다순) 등 총 4명이 이름을 올렸다.

홍 시장은 "총선 참패하면서 이미 국민들로부터 지금 레임덕(권력누수) 비슷하게 몰려가고 있는데 당내 선거에서도 이상한 애가 당선이 돼 버리면 그다음부터는 정부 여당이 같이 몰락하는 것"이라며 "한국 보수진영 전체가 가라앉게 된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전 비대위원장이) 여러 사람을 통해 25일에 만나러 오겠다고 했으나 내가 거절했다. 오지 말라고 했다"면서 "그러더니 27일에 또 온다고 해서 그날도 오지 말라고 했다. 만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홍 시장은 "총선 참패하고 난 뒤에도 이러는 걸 보고 정말 정치적 정의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며 "전당대회에 나왔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차기 당 대표 적임자에 대해선 "당 대표는 정권과의 동행이다. 당을 오래 지킨 사람, 당을 아는 사람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며 "임명직으로 들어온 사람은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당사에 총선 참패하고 물러난 사람이 다시 전당대회로 나온 전례가 한 번도 없다"며 "그걸 지금 하겠다고 하니 당을 얼마나 우습게 보고 당원들이나 국민들을 얼마나 우습게 보면 그런 짓을 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홍 시장은 "2017년에 경험을 했듯 정권이 무너지고 여당이 붕괴되면 다음 대선은 누가 나가본들 안 되는 대선이다. 정권 재창출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걸 막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번 전당대회가 굉장히 중요하고 적어도 다시는 당의 분열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인물이 당 대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전당대회가 잘못되면 윤석열 정권은 파탄이 올 것"이라며 "우리 당원들이 정신을 좀 차려줘야 된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원 전 장관을 향해 "원 전 장관 같은 그런 사람들이 당을 맡을 때가 됐다"며 "나와줘서 참 고맙다"고 전했다.

그러자 원 전 장관은 "우리 당원들은 분열됐다가 탄핵당하고 그렇게 손도 못 써보고 정원을 통째로 내줬던 그 상처와 불안이 아주 크다"며 "그때 아무도 당을 지키지 않을 때 대통령 후보로 나가셔서 정말 고군분투하지 않으셨느냐"고 말했다.

이에 홍 시장은 "정치 30년 하면서 최대의 실수"라며 "그때 당이 없어지게 놔뒀어야 했다. 그때 당이 해체됐다가 다시 새로운 당이 꾸려졌으면 지금처럼 이런 상처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해체 안 하도록 살려 놨더니 그 당이 명맥이 붙어서 자꾸 이상하게 굴러간다. 이번에는 그런 실수를 좀 안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이날 원 전 장관을 만나기 전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도 한 전 비대위원장에 대해 "정치를 잘못 배워도 한참 잘못 배웠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여당 대표의 첫 조건은 정권과의 동행이고 재집권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인데 (한 전 비대위원장은) 출발부터 어설픈 판단으로 어깃장이나 놓고 공천 준 사람들이나 윽박질러 줄세우는 행태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총선 패배 책임지고 원내대표 나오지 말라고 소리 높여 외친 게 엊그제 같은데 그런 사람들이 총선 패배 주범에게 줄 서는 행태들은 가관"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