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길어진 폭염…'히트플레이션' 우려

입력 2024-06-25 18:30:00 수정 2024-06-25 19:05:58

이달 24일까지 폭염일수 2.7일…평년 4배 넘어
기후이상에 곡물 생산 차질…전력수요↑·물가 폭등 예고
장마 접어들면 물가 불안감…정부, 올여름 '金배추'에 대비한다

대구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18일 대구 중구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인근에 설치된 쿨링포그(안개형 냉각수)에서 한 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18일 대구 중구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인근에 설치된 쿨링포그(안개형 냉각수)에서 한 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 더위로 전체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 데 이어 올해 6월 폭염일수가 최악의 폭염이었던 2018년을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기후위기로 촉발된 폭염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25일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이달 1∼24일 폭염일수(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의 수)는 2.7일로 이미 평년(1991∼2020년 평균) 6월 한 달 폭염일수인 0.6일의 4배가 넘었다.

올해는 이른 더위로 전년 대비 6월 최대전력이 더 빨리 올라가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오후 5~6시대 최대전력이 76.5GW(기가와트)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전력수요는 여름철로 구분하는 6월 초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시간대 공급 예비율은 22%, 공급 예비력은 16.486GW였다.

지난달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달로 기록되고 6월 폭염일수도 늘어나자 주요 작물 생산 차질로 물가가 오르는 등 '히트플레이션'(열+인플레이션)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미 이른 폭염에 이어 장마에 접어들면서 일부 채소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금치 소매가격은 전날 100g에 829원으로 한 달 전보다 18.6% 올랐고, 적상추 가격은 100g에 926원으로 12.8% 상승했다. 다만 1년 전 가격과 비교하면 각각 13.7%, 12.8% 저렴한 수준이다.

당근은 공급 감소로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당근 소매가격은 1㎏에 5천945원으로 한 달 전보다 30.9% 올랐고 1년 전보다 33.8% 비싸다.

한국은행은 최근 물가 안정목표 상황 점검회의에서 폭염 등 일시적인 기온(1도) 상승 시 사과 등 국내 농산물 가격 상승률이 0.4~0.5% 포인트(p) 오르고 그 영향은 6개월 동안 지속된다고 밝혔다. 폭염 등 기후 변화로 상승하고 있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지적도 있다.

김재훈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폭염 등 이상 기후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옥수수 등 곡물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중"이라며 "우리나라는 농산물 자급률이 낮고 쌀 이외 곡물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물가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폭염, 폭우 등으로 배추 재배가 어려워져 배추 가격이 오를 것에 대비해 봄배추 1만t(톤)을 비축하고 여름 배추 계약 재배 물량을 1만3천t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봄배추 비축 물량 1만t과 계약 재배 물량 1만3천t을 합친 2만3천t은 역대 최고 비축량"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