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가짜 뉴스’ 조장할 방송 3법 개정

입력 2024-06-27 14:58:42 수정 2024-06-27 18:06:39

김우석(방송통신심의위원)

김우석(방송통신심의위원)
김우석(방송통신심의위원)

방송 3법 개정은 가짜 뉴스를 조장하는 개악이다. 필자는 모든 방송 관련 이슈를 방송 심의와 관련해 판단하는 직업병을 가지고 있다. 방송 심의의 요체는 '가짜 뉴스'를 제어하는 것이다. 가짜 뉴스는 암세포와 같아서 완전 제거는 불가능하다. 그때그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방송 3법'이 그런 조치를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개악되려 해 정말 안타깝다.

지난 연말 연초 벌어진 이례적인 일이다. 제재 전 방송사에 의견 진술을 듣는데, 진술자가 해명이 아니라 싸우려 드는 것이었다. 바로 '바이든 날리면' 오보를 한 MBC 방송 책임자였다. 보통 이미 법원의 판결까지 난 뉴스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국민께 사과'를 하고 경위를 해명한다. 반성과 재발 방지 대책도 덧붙인다. 그러면 정상참작이 되어 제재 수위는 낮아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해당 방송의 담당자는 정반대였다. 당연히 '재발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최고 제재를 결정했다. 그런데 또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이후 그 진술자가 승진을 한 것이다. 보통은 심의 제재를 받으면 담당자는 자체 징계를 받고, 진술 태도가 나빠 제재가 강화됐다면 경고를 받는데 정반대의 결과가 벌어진 것이다. 결국 MBC는 그런 오보를 계속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후 올 4월 총선 때 MBC는 선거방송심의위로부터 법정 제재를 유례없이 무더기로 받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지난해 김어준 씨로 대표되는 TBS가 그랬다. 공영방송인데도 가짜 뉴스를 계속 유포해 다수의 제재를 받은 것이 MBC와 유사했다. 아무리 담당자를 불러서 따지고 제재를 해도 방송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장이 바뀌니 문제가 깔끔히 해결됐다. 이후 진술과 제재는 없었고 사회적 논란도 사라졌다. 그때 깨달았다. 방송 콘텐츠의 건강성은 방송사 사장에 따라 결정되는구나.

가짜 뉴스로 재미를 본 주체들도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방송사 대표가 핵심이구나.' 그래서 다시 '방송 3법 개정'을 들고나온 것일 것이다. 스스로 충분히 개정을 할 수 있을 때는 개정치 않았다. 권력으로 방송 심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상황 반전이 있었다. 정권 교체가 있었고 방심위는 정상화됐다. 제재가 가중되자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특단의 대책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방송 3법 개악 드라이브'일 것이다. 국민은 일상에 바빠 별로 체감하지 못하고, 사안의 중대성에 대한 온도차도 크다. 그런데 사실 가짜 뉴스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다. 국민의 판단과 선택을 왜곡하고, 그 오도된 선택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국민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신학림·김만배 씨가 구속됐다. 해당 사건이 터진 지 2년도 넘어서다. 지난 대선 3일 전 역사의 물꼬를 바꿀 대형 오보가 나왔다. 조직적이며 과감한 가짜 뉴스 기획이었다. 과거 김대업의 병풍 사건이 떠올랐다. 소형 인터넷 언론이 '발화자'가 됐고, 공영방송이 '전파자'를 자처했다. 가짜 뉴스의 전형적인 전파 행태다.

이번 사건은 대선 1년 반 이상이 지나서야 전모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방심위의 제재를 받았다. 그 중심에도 역시 MBC가 있었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성공했다면 김대업 사건 이상의 파장을 낳았을 것이다. 국민의 선택은 왜곡되고 나라의 운명과 역사의 물길이 바뀌었을 것이다.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이 감당해야 했을 것이다.

이후 방송 3법 개악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특정 진영의 진지로서 MBC를 지키기 위해 방송 거버넌스의 근간을 무너트리려는 계책이다. 내용적으로도 큰 문제가 있다. 공영방송의 전형으로 평가받는 영국의 BBC, 일본의 NHK는 해당 방송사 대표를 뽑는 이사진에 지역과 직능을 대표하는 인사를 추려 정부가 임명한다. 국회의 동의도 받는다.

하지만 우리 방송 3법 개정안은 국민에 책임을 지는 정부를 배제하고 경도되고 무책임한 시민사회단체 인사들로 이사회를 채운단다. 공영방송이 문을 닫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방송 심의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결과적으로 가짜 뉴스를 조장하는 법 개정이 되는 것이다. 공동체를 무너트리는 가짜 뉴스를 막고, 공영방송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방송 3법 개정은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