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추모공원, 제발 우리 마을에"…유치전 나선 청하·구룡포 주민들

입력 2024-06-26 14:15:28

‘옛 혐오시설(화장장)이 지금은 낙후된 마을 살릴 선물로’
주민들 저마다 입지 당위성 주장

포항 구룡포읍 주민들이 24일 포항시청 앞 주차장에서 추모공원 유치를 희망하며 사물놀이를 펼치고 있다. 신동우 기자
포항 구룡포읍 주민들이 24일 포항시청 앞 주차장에서 추모공원 유치를 희망하며 사물놀이를 펼치고 있다. 신동우 기자

경북 포항 추모공원 신규 건립에 유치 신청서를 내민 마을 간 신경전과 유치 찬반 대립이 첨예한 마을 내 갈등(매일신문 3월 15일자 10면 등 보도 등)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유치 희망 지역에선 마을별로 유치추진단을 꾸리며 대규모 선전전까지 나서는 등 추모공원 건립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화장장 등 장례문화시설이 혐오시설로 받아들여지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지난 24일 포항 북구 청하면 추모공원유치위원회는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모공원은 지역 균형발전과 영천·영덕·울진 등 타 지역 경계 유입 효과를 위해 반드시 청하면에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태 청하면 추모공원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북구 청하면 후보지는 7번 국도 바로 옆에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명품공원이 될 것"이라며 "(유치전 경쟁 상대가 있는) 포항 남구는 이미 포스코를 비롯해 블루밸리국가산단, 호미곶관광단지, 구룡포과메기특구 등 많은 경제적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견제했다.

같은 날 포항시청에서는 또 다른 신청지인 구룡포읍 추모공원유치위원회가 약 100명의 주민과 함께 대규모 유치전을 벌였다.

구룡포읍의 모든 이장들과 대다수 자생단체장들이 참석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추모공원 유치에 대한 열띤 관심을 표출했다.

안주석 구룡포읍 개발자문위원장은 "구룡포에는 지난 1960년대부터 가동돼 온 노후 화장장 1기가 있다. 아무런 문제없이 활용하던 이 시설을 추모공원으로 확장 개발하면 된다"면서 "주변 영일만대교와 호미반도 국가해양생태공원, 일본인가옥거리 등 기존 관광단지와 명품 추모공원을 연계한다면 큰 상승 효과가 발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항 북구 청하면 주민들이 24일 포항시청에서 추모공원 건립에 대해 청하면이 지닌 이점들을 설명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포항 북구 청하면 주민들이 24일 포항시청에서 추모공원 건립에 대해 청하면이 지닌 이점들을 설명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이처럼 주민들이 추모공원 유치에 크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포항시가 내세운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함께,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경제난을 넘어 존폐 위기에 처한 시골마을의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7월 마을별로 신청한 추모공원 입지 신청지는 남구 구룡포읍·연일읍·동해면·장기면(2곳)과 북구 청하면·송라면 등 모두 읍면지역이다. 추모공원을 지방소멸 위기 극복의 돌파구로 보는 셈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추모공원은 20% 가량을 화장장 등 장례문화시설로 조성하고 나머지 80%는 예술·문화·교육·관광의 테마 힐링공원을 설치할 예정이다.

최종 선정된 마을에는 40억원의 사업비와 장례시설 사용료 징수액의 20%를 30년 간 지원한다. 주변 지역을 포함한 읍면에도 사업비 80억원과 주민편익 및 숙원사업 45억원을 제공한다.

아울러 현재 추모공원 부지 내 코스트코 포항점을 건립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장례 관련 일자리 또한 주민들에게 우선 제공할 계획이다.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주민들이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추모공원 유치에 대한 강한 바람을 피력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주민들이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추모공원 유치에 대한 강한 바람을 피력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현재까지 유치전에 뛰어든 마을 대부분은 주민 사이 큰 이견이 없다. 단, 동해면 주민들은 찬반으로 나뉘어 서로 항의집회를 여는 등 소음이 적지 않다.

다른 마을들이 유치전을 벌이던 이날 역시 동해면반대추진위원회는 포항시를 방문해 입장문과 약 5천명의 이름을 쓴 유치 반대 서명서를 전달했다.

이상훈 동해면반대위 공동위원장은 "포항시는 주민수용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해당 마을에서 추모공원을 절대 추진하지 않겠다고 애초 약속했다"면서 "구룡포읍처럼 유치를 희망하는 곳에 설립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