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250원으로 못 산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최저임금·생활임금 확대 요구

입력 2024-06-11 14:29:11 수정 2024-06-11 16:15:47

노동력 인정받지 못한 당사자들 모여 성토
전문가 "의지만 있다면 지급대상 확대 가능"

11일 오전 11시 대구지역 최저임금∙생활임금 당사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이들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11일 오전 11시 대구지역 최저임금∙생활임금 당사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이들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저도 계산하고 놀랐어요. 터무니 없는 임금을 받고 있었더라고요."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가 여전히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은 게 현실이라며 '당사자 증언대회'를 열고 최저임금과 생활임금의 대상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1일 오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대강당에서 '대구지역 최저임금·생활임금 당사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증언대회를 연 민주노총은 노동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최저임금과 생활임금의 대상자를 확대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생활임금은 최저임금과 달리 노동자와 그 가족 구성원이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임금을 말한다. 교육을 받거나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활임금제는 공공부문에 직접 고용됐거나 그들과 계약을 맺는 민간 기업 소속 노동자를 대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날 증언대회에는 특수고용노동자와 프리랜서 당사자를 비롯해 경제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시간이 아닌 생산량을 기준으로 하는 도급제 노동자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논의가 시작되는 것을 계기로, 최저임금·생활임금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수고용노동자로서 발언에 나선 전경선 가정통신서비스노조 코웨이코디코닥지부 대구경북본부 본부장은 "정당하게 노동조합을 만들었지만 회사는 우리를 아이들 학원비나 벌러 나온 파트타임 알바라는 망언을 쏟아내며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부정했다"며 "지난해 방문점검원의 시급을 계산해보니 4천250원이라는 충격적인 액수가 나왔다. 그 정도로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고 토로했다.

방송작가의 노동 환경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지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장은 "방송작가의 임금은 프로그램별과 방송사, 지역별로 달라 일률적인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창작 예술가 직군들의 실태와 업무 특성을 파악하는 조사가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권지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장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권지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장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방송작가는 단 한 번도 정규직이었던 적이 없어 실태조사도 된 적 없다"고 했다.

구미숙 공공연대노동조합 대구본부 돌봄지부장은 돌봄노동이 생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정당한 값을 받지 못한다며 지자체의 책임을 강조했다. 지자체 재정으로 아이돌보미의 장기근속수당이나 교통비를 지급하는 사례가 있어, 대구에서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특수고용노동자와 프리랜서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백남주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전제품 수리 기사의 경우 수리 건수별 이동 시간, 제품별 수리 시간 등의 데이터를 모아 근무 시간을 책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임금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특수고용노동자와 프리랜서의 노동력을 측정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의지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대구시가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데 있어 매우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대구의 생활임금은 전국 평균보다 161원 낮지만, 실제 생활임금을 지급받는 대상자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생활임금 제도를 시혜적 시선으로 추진하면서 제도의 의미나 지급 방법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비판했다.

장영대 공공운수노조 대구지역지부 사무국장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를 위한 생활임금이지만 도시가스 노동자는 생활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파업을 하더라도 50%의 인원은 근무를 지속해야 할 정도로 공공에 끼치는 영향력을 인정받기에 생활임금 지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