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첫 국정브리핑 '서민 희망+청사진' 초점

입력 2024-06-03 17:21:13 수정 2024-06-04 08:28:55

4분간 핵심만 발표 질문 안 받아…동해안 물리 탐사 결과 직접 보고
일각, TK 민심 의식한 행보 해석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 이후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약속한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전격적으로 진행된 첫 번째 국정브리핑에서 '경북 포항 앞바다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브리핑 형식으로 현안을 설명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국정 브리핑'이란 형식을 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당시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이 아쉽게 마무리됐는데 국민의 알 권리 충족에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보다는 한 달에 한두 번, 특정 이슈에 대한 국정브리핑을 하는 게 차라리 낫지 않겠나 고민을 했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 도어스테핑이란 유례없는 언론 접촉 형식을 의욕 넘치게 도입했지만 2022년 11월 18일을 끝으로 중단했고 이후 한동안은 언론과 대면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선 지난달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이후 약 한 달 만에 현안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기자들을 상대로 중대 현안을 직접 보고하는 국정브리핑을 계속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국민들이 궁금해하시는 부분을 두루 묻는 기자회견도 계속하게 되겠지만 국정 브리핑은 그보다는 한 사안에 대해서 국민들이 궁금해하시는 걸 말씀드리고 질문도 받으려고 한다"며 "현안이 있을 때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보고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정브리핑은 철저한 보안 속에 긴박하게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브리핑 시작 8분 전에야 윤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일정을 공지했고 내용은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 브리핑장에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배석했다.

남색 정장에 연두색 넥타이 차림으로 브리핑룸에 들어선 윤 대통령은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며 국민들에게 직접 동해안 물리 탐사 결과를 보고했다. 발표현장에는 동해안 석유·가스 매장 추정 지점이 표시된 모니터가 설치됐다.

윤 대통령은 4분 동안 내용의 핵심만 발표한 후 별도의 질문은 받지 않고 44명의 정부 대표들이 기다리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일정으로 복귀했다.

여권에선 지난달 총선 이후 대통령실 인사를 직접 발표하고 기자회견과 출입기자 만찬을 진행하는 등 윤 대통령의 언론친화적(프레스 프랜들리, press-friendly) 행보의 연장선상에서 국정브리핑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첫 브리핑'에서 어떤 내용을 다룰지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지 않았겠느냐"며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신음하고 있는 서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내용이 낙점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핵심지지층이 몰려 있는 대구경북 민심을 의식해 윤 대통령이 직접 발표에 나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