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플러스] 어르신 뵈었는데 몰라보게 구부러진 허리…척추질환 주의보

입력 2024-06-05 06:30:00

척추관협착증, 꼬부랑 허리 원인…노인성 질환, 다리 절룩거림도 발생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지난 달 어버이날을 맞아 오랜만에 어머니를 뵙고 온 직장인 A씨는 몰라보게 구부러진 어머니의 허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자세히 보니 허리 때문에 다리까지 절뚝거리는 모습을 봤다.

시골에서 생활하시는 어머니는 병원도 치료할 병원도 마땅찮아 통증이 심할 경우 보건소를 찾아 물리치료를 받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자세도 삐뚤어지는 바람에 다리까지 불편하다는 어머니의 하소연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

5월 가정의 달을 넘어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가장 염려되는 것이 세상의 파도를 헤쳐 오면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낸 어르신들의 건강이다. 특히 모처럼 부모님, 스승님을 찾아뵙고 역전의 용사들이 오랜만에 모이게 되면 허리 통증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참 많다.

◆ 어르신의 허리를 괴롭히는 척추관협착증

노령층의 척추 건강은 겉모습만 봐도 확인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굽은 허리를 꼽을 수 있다. 신동욱 W병원 척추센터 부장은 "이른바 '꼬부랑 허리'라 불리는 질환은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할 수 있다"며 "어르신들의 허리를 괴롭히는 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척추관협착증"이라고 말했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의 퇴행성 변화로 인해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 주변의 인대나 뼈가 두꺼워져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한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저리고 터질 것 같아 보행 장애가 생기고 허리 통증도 심하다. 잠시 쉬거나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척추관이 일시적으로 넓어져 통증이 줄기 때문에 허리를 굽히고 걷게 된다.

신 부장은 "시골에 가면 할머니들이 굽은 허리 때문에 유모차를 밀고 걸어가는 모습과 할아버지들이 조금 걷다가 앉아서 쉬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이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한 허리나 다리 통증 때문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 다발이 통과하는 척추관 면적이 좁아지면서 신경이 눌리며 발생한다. 이런 현상이 발생 하는 주요 원인은 노화로 인한 퇴행이다. 60대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여성의 경우 폐경기 이후 호르몬 변화로 뼈와 관절이 쉽게 약해져 척추 질환에 가장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어버이날인 지난 달 8일 대구 동구의 한 재활용센터 인근에서 폐지를 옮기던 어르신이 손수레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어버이날인 지난 달 8일 대구 동구의 한 재활용센터 인근에서 폐지를 옮기던 어르신이 손수레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 어르신의 걷는 모습을 보자

척추관협착증은 가만히 누워 있으면 증상이 없고 서거나 걸으면 그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큰 특징으로 걸을 때 다리 통증을 꼽는다. 통증으로 인해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줄어들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그래서 신 부장은 "부모님이나 어르신을 만나뵙게 되면 걸음걸이를 유심히 보라"고 조언한다. 부모님이 걸을 때 절뚝이거나 걷는 모습이 부자연스럽다면 통증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펼 때 통증이 심해지고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통증이 완화되는 특징이 있어 허리디스크와 구별된다. 따라서 어르신을 만날 계기가 있을 때 허리 관련한 건강을 여쭤보면서 이 특징을 알면 병원을 모셔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척추관협착증 초기라면 운동을 제한하고 약물·물리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신경이 눌렸다면 원인 물질을 제거하는 신경성형술을 시행할 수 있다. 보통 약물치료나 신경주사치료로 염증을 없애고 통증을 조절하면 일상에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평소 허리힘이 많이 들어가는 행동을 하거나 젊은 시절 허리를 혹사한 사람일수록 통증이 재발하거나 보존적 치료를 해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어르신들이 매일 허리 복대를 습관적으로 착용하는 부분은 일장일단이 있다. 신 부장은 "급성통증에는 허리의 휴식을 위해 짧게 착용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습관화되면 오히려 허리가 일을 안 하게 되므로 기립근이 약화돼 척추 건강을 해치게 된다"고 말했다.

◆ 양방향 척추내시경술이 많이 시술돼

비수술 치료에도 통증 강도가 심해지거나 마비가 오면 대소변 장애가 발생된다면 수술 치료가 불가피하다. 수술법으로는 관절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신경이 압박되는 부분을 넓히는 감압 수술, 척추 내시경술이 진행된다. 압박 부위가 광범위하다면 나사로 척추 관절을 고정하는 척추 고정 수술 등이 있다.

최근 척추관협착증은 양방향 척추내시경술이 많이 시술되고 있다. 허리에 2개의 작은 구멍을 내어 한쪽은 고배율 특수 내시경을 넣고 다른 한쪽은 수술기구를 삽입한 뒤 원인이 되는 병변을 제거하는 수술법이다. 이 수술은 환자의 출혈과 통증이 적은데다 시야확보가 좋다. 양방향으로 내는 구멍은 매우 작은 절개로 이뤄지기 때문에 근육 손상과 수술후 통증이 적다.

양방향 내시경은 최소 절개로 환자의 부담감을 낮추고 수술 후 회복이 빠른 장점이 있다. 심한 척추관 협착증으로 감압이 비교적 광범위하게 필요한 경우에는 양방향 내시경 수술이 많이 시행된다.

신 부장은 "척추관협착증은 방치할수록 증상과 통증이 심해지며, 신경이 눌린 상태가 오래 되면 신체에 마비 증상까지 초래할 수 있다"며 "허리나 다리 통증, 저림 등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신동욱 W병원 척추센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