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의 3대 문화권 사업이 혈세 낭비처로 드러나고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선정된 국책사업이 근간으로, 국비부터 따오고 보자는 안이한 자세가 불러온 결과다. 전시관, 야외 공원 등의 외관을 우선시하는 등 하드웨어 구축 중심 사업으로 진행되는 바람에 식상하고 부실한 콘텐츠가 양산됐다. 3대 문화권 사업이 지속 가능한 관광 인프라로 착근할 수 있을지 되짚어 봐야 할 시점이다.
매일신문은 지난달 16일부터 28일까지 '3대 문화권 대해부'를 기획 보도했다. 경북도 내에 흩어진 유교·가야·신라의 역사 문화와 낙동강, 백두대간 등 자연환경을 관광자원으로 만들자는 계획은 틀에 박힌 듯한 콘텐츠 구성으로 빛이 바랬다. 한옥과 초가집 등이 채워진 전체적인 외형에 차별성은 없었다. 관련 콘텐츠도 빈약한 구성으로 내내 지적받았다. 역사 문화 콘텐츠는 태곳적 이야기를 불러내 흥미를 끌어낼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
특히 대규모 테마파크형 관광지는 빛 좋은 개살구 신세다. 관람객보다 직원 수가 더 많은 날이 허다하니 적자가 당연하다. 접근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부터 문제다. 일례로 안동의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과 한국문화테마파크는 축구장 56개 면적에 41개 건물이 들어섰지만 안동 시내에서 차로 30분 거리다. 연초 해돋이 행사 등 관 주도 이벤트 외에 활용도가 낮다. 3대 문화권 사업의 목적을 되묻게 된다.
문화의 힘이 가지는 영향력에만 주목했을 뿐 관람객의 기대치를 충족할 콘텐츠 구성에는 공을 들이지 않았다. 시설만 갖추면 관람객이 저절로 몰려드는 게 아니다. 앞으로는 보수 비용도 더 들어간다. 지자체의 몫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승자의 저주'다. 지속 가능성을 따지는 정부 시스템 필터링이 성글었던 점도 문제다.
매일신문의 연속 보도 이후 경북도가 재검토에 나선 건 다행스럽다. 경북도는 외부 의견에 귀를 더 열어야 한다. 여행 유튜버나 인플루언서, 역사 전공자와 교사 집단의 조언도 들어야 한다. 재개관에 가까운 자세로 임해 주길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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