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에코랜드·군위 삼국유사테마파크 등 일부 지자체 각개전투 중
3대 문화권 지자체 간·민간 협력 중요…'컨트롤타워'도 필요
좀 더 유연하게…지역 인적 자원 활용·전문 인력 확보 방안 마련해야
3대 문화권 관광지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지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낡고 방치되고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곳이 됐다.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에 매일신문은 지자체·위탁기관 관계자 77명과 지역·관광 전문가 12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3대 문화권 살리기에 필요한 3가지 개선 방향을 정리했다.
◆변해야 산다…새로운 콘텐츠 통한 '변화'는 필수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관광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트렌드를 끊임없이 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3대 문화권 사업은 오래전부터 추진돼 온 사업이다. 준공 5년이 지난 곳들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만큼 꾸준히 새로운 콘텐츠 도입해 관광지로서 매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콘텐츠를 도입할 수 있는 공급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몰입형 미디어아트센터로 성공을 거둔 제주도의 '빛의 벙커'와 서울 '빛의 시어터'를 운영하는 ㈜티모넷의 박진우 대표는 "과거의 관광은 주로 당일치기, 1박 2일 정도의 짧은 기간에 단체 규모의 관광객이 최대한 많은 곳을 방문했다"며 "요즘은 1인 또는 소규모 가족·친구 단위 관광객들이 2박 3일 이상 긴 기간 동안 관광지 한두 군데서 시간을 보내는 쪽으로 유행이 변했다. 관광지에서 예술 작품을 느긋하게 둘러볼 여유가 생기며 전시·관람 콘텐츠를 찾는 이들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디어아트 전시가 인기를 끌며 '빛의 벙커'를 오픈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에만 총 63개의 미디어아트 전시관이 생겼다"며 "다만, 단순 베끼기식으로 조성돼 내부를 구성하는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바꿔주지 않으면 관객들의 재방문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가능해야 한다. 어떤 전시관을 세운다고 했을 때 그 안에 새로운 콘텐츠를 어떻게 공급하고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포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일부 운영 주체들은 중앙 부처, 광역지자체 공모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새로운 콘텐츠 도입에 필요한 자금 사업비 마련하고 있다.
구미시 산림과에서 직접 운영 중인 '에코랜드'는 중·고등학생 이상 이용객이 즐길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산림청 공모 사업을 통해 20억원 확보에 성공했고, 지난해 하반기 짚코스터를 준공해 운영 중이다.
군위군 삼국유사테마파크에도 아이누리 키즈공원과 몰입형 미디어아트센터가 새롭게 들어설 예정이다. 군위는 2020~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경상북도로 이양된 관광자원개발사업에 지원해 60억원을 확보했다. 키즈공원과 미디어아트센터에 각각 군비 20억원을 더해 모두 100억원을 들여 신규 콘텐츠 조성에 나서, 오는 12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삼국유사테마파크를 위탁 운영하는 이응진 군위문화관광재단 본부장은 "테마파크는 개발하지 않고 두면 그대로 죽기 때문에 2, 3년마다 뭔가 하나씩 새로운 걸 내놓아서 올려줘야 한다"며 "하나의 테마파크엔 적어도 4개 이상의 킬러콘텐츠가 있어야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운 콘텐츠 2개를 추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뭉쳐야 산다…'협력'으로 광역관광 취지 살려야
3대 문화권 사업은 애초에 '지역 관광지 간 연계'라는 광역관광의 취지에서 추진됐다. 그러나 현재 지자체 간 협력이나 연계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각 지역이 따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이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이나 단체의 부재가 문제로 지적된다. 서철현 대구대 호텔관광과 교수는 "현재 지역마다 3대 문화권 사업들이 '면' 위에 펼쳐져 있는 상태인데, 뚜렷한 '점'처럼 찍힐 수 있도록 지역별 특색을 살려 홍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지자체끼리 서로 겹치지 않고 지역만의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선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3대 문화권 관련 지자체들이 모여 이러한 논의할 조직이나 단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지역 우수사례를 참고해 '협력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으며, 이는 경북도가 주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간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의견도 있다. 김윤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자체마다 생각이 다르기에 협력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무원만으로 모든 것을 할 순 없다. 재단 같은 조직을 통해 민간 관광 활동가들과 협력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 우수사례로 '지리산관광개발조합'이 손꼽힌다. 지리산권에 속하는 3개 도(전남, 전북, 경남) 6개 시·군(남원시, 장수군, 구례군, 하동군, 산청군, 함양군)이 힘을 합쳐 만든 조합으로, 시·군 간 공동연계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전담 기구다. 공동연계사업뿐만 아니라 지자체 간 중복 투자와 유사 시설 도입을 방지함으로써 지자체 간 특색을 유지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조합 사무실이 있는 전북 남원시에 각 시군에서 공무원을 3명씩 파견해 1년간 근무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2008년 설립 당시엔 한시적으로 10년 동안 운영하기로 했다가 행정안전부로부터 운영 성과를 인정받아 2027년까지 운영 기간을 확대했다.
이재신 지리산관광개발조합본부 관리과장은 "16개 사업을 연차적으로 추진 중이다. 최근엔 지리산권 지자체들의 문화, 장터, 특산물, 숙박시설 등 정보들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공유하는 지리산권 스마트관광 콘텐츠 개발 사업을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다"며 "운영 기간이 만료되는 2027년 전까지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승격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결국엔 '사람'…인력 확보 없이 미래는 없다
관광지를 가꾸고 방문객을 맞이하는 사람의 역할도 중요하다. 3대 문화권 사업으로 조성된 관광지를 단순히 '근무지'로만 생각하지 않고, '우리의 자산'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숨은 진주처럼 존재한다.
봉화군 청량산박물관에서 기간제로 근무하는 김덕호(61) 씨는 문화관광해설사가 아니지만, 청량산 관련 질문이라면 뭐든 막힘없이 대답하는 '청량산 전문가'다. 김 씨는 1994년 봉화군 시설관리직 공무원이 되고 나서 지난해 6월 퇴직 전까지 30년 가까운 세월을, 청량산을 위해 일했다.
원래 업무인 청량산 등산로 정비 및 시설물 관리부터, 청량산 관련 언론 홍보 및 안내, 관광객 대상 해설까지 다양한 업무를 도맡았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역사 문헌과 봉화군 간행물 등을 섭렵하며 공부를 이어왔다. 그 덕에 해설사가 없는 청량산박물관에서 김 씨는 어엿한 해설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수 인력의 열정에만 의존해선 관광지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청량산박물관은 2004년에 개관했다가 3대 문화권 사업을 통해 2020~2022년 리모델링 공사 후 다시 문을 열었다. 건축면적이 1천628㎡에 달하는 박물관 상주 직원은 김 씨를 포함한 기간제 근로자 2명, 학예사 2명, 시설 보수 관련 공무직 1명 등 모두 5명뿐이다. 행정 인력, 전기직 등 추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2015년부터 근무한 학예사 A씨는 "현재 학예사가 행정 업무까지 맡는 실정"이라며 "지난해 군에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건의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군 자체에도 인력이 부족해 미처 박물관까지 신경 쓰기는 어려운 듯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소수 인력에 업무 과부하를 막기 위해 유연한 인력 확충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송재일 대구정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현재 인력 확충 방안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가령 '3대 문화권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해 인근 대학 관광 관련 학생들을 운영 인력으로 투입하거나, 다문화 인구가 많은 지역의 경우 이들을 홍보 인력으로 채용해 해외 홍보 업무를 맡게 하는 등 지역 내 인적 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대일 경북도의회 의원은 "전문성 있는 인력 확보, 기존 인력의 전문성 제고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그나마 문화 분야에는 학예사 등 전문 인력이 있는데, 관광 분야 전문 인력은 흔치 않다. 시군 단위에서 외부 공모를 통해 관광 경영 쪽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채용해 기본적으로 3년은 관광과 업무를 맡기고, 이후 평가에 따라 1년씩 연장해 기본 5~6년은 업무를 이어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인사권자와 지자체장들이 3대 문화권 사업을 지역의 성장 동력이라고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관광 전문 인력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 많은 뉴스
한덕수 탄핵소추안 항의하는 與, 미소짓는 이재명…"역사적 한 장면"
불공정 자백 선관위, 부정선거 의혹 자폭? [석민의News픽]
무릎 꿇은 이재명, 유가족 만나 "할 수 있는 최선 다하겠다"
계엄 당일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복면 씌워 벙커로"
경찰, '계엄해제 방해 의혹' 추경호 소환조사…통신 내역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