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위기, 노동위기 대한민국의 생존전략은

입력 2024-05-30 10:58:31

[책]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
이철희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인구 감소' 관련 이미지.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이 가임 기간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역대 최저치인 0.72명을 기록,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한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연령인구(15~64세)도 2022년 3천674만명이던 것이 2072년까지 1천658만명으로 줄어든다. 50년 사이에 생산연령인구가 현재의 45% 수준으로 축소되는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898만명에서 1천727만 명으로 늘어나 생산연령인구를 추월한다.

인구변화는 금융 위기, 안보 위기, 감염병 위기처럼 장차 국가를 위협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하지만 인구변화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다수의 국민에게 당장 절실한 '나의 문제'로 와 닿기가 어려운데다 여러 학문 분야와 정부 기관에 걸쳐 있는 통섭적 문제여서 그 심각성을 간과하기 쉽다. 더욱이 현재 정부와 우리 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방향은 저출생(저출산) 완화 정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인구변화 대응 정책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은 편이다. 저출생 완화와 인구변화 대응은 서로 맞물려 있고 보완적인 관계라는 점에서 두 정책 간 적절한 균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인구변화 대응 방안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이 책은 일독할 만한 가치가 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인 저자가 이번에 처음 대중서를 낸 이유는 '인구감소의 미래는 정해졌지만 노동시장의 앞날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교육 시스템을 혁신하고 정년 연장과 이민을 고려하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해 경제활동 참가율과 생산성을 높이면 '정해진 미래'의 궤도에서 뛰어내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한국이 직면한 인구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설명함으로써 다루는 내용의 배경이 되는 큰 그림을 펼쳐 보인다. 21세기 한국의 인구위기가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감소 규모가 너무 크고 그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며, 이에 따라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불균형이 한국 사회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임을 지적한다.

2장부터 5장까지는 장래 인구변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전망한 결과를 제시한다. 전체 노동시장에 대한 단순한 분석에서 출발해 각 세부 부문 및 유형에 대한 복잡하고 세밀한 분석으로 이어지도록 구성돼 있다. 인구변화로 인한 전체 노동력 규모의 변화, 경제활동 참가율과 생산성 변화를 고려하는 경우의 노동 투입 변화(3장), 산업과 직종, 나이, 학력에 따른 노동 공급 변화와 노동 수요 변화를 함께 고려한 산업 및 직종별 노동력 부족 규모(4장), 장래 인력 부족 문제가 가장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의료 및 돌봄 서비스 부문의 인력 수급 불균형(5장) 등을 차례로 다룬다.

6장부터 8장까지는 인구변화의 미래를 좌우할 인구집단이라 할 수 있는 청년, 고령자, 외국인과 관련된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6장은 청년인력이 어느 부문에서 얼마나 감소할지를 전망하고 이러한 변화가 노동시장에 가져올 충격을 진단한 후 이를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7장은 장래 고령자의 특성과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어떻게 변화할지 전망하고, 미래의 고령자를 충분히,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8장은 한국의 외국인 유입 및 고용 실태를 분석하고 장래 외국인력에 대한 수요 변화를 전망한 후 인구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외국인 정책 방향을 짚어본다. 마지막 9장은 인구변화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논의한다. 여기에는 한국이 직면한 인구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우리 사회와 정치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도 포함돼 있다. 312쪽,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