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의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가 늘고 있다. 운전면허를 보유한 65세 이상 인구가 475만 명에 이르지만,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예방 대책은 미흡하다. 정부가 고령자에 대한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 방안을 밝혔지만, 설익은 대책이란 비판을 받고 하루 만에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며 발표 내용을 수정했다.
국토교통부·경찰청이 20일 발표한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대책'에는 '고령 운전자 운전 자격 관리, 운전 능력 평가를 통한 조건부 면허제 도입 검토'란 내용이 있다. 두 기관은 보도 자료에서 "고령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면서도 보행자 등의 교통안전을 현저하게 위협하는 경우에 한해 고령자 운전 자격을 제한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라며 조건부 면허제 도입 배경을 밝혔다. 조건부 면허제는 야간 운전 금지, 속도 제한 등을 조건으로 면허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 대책을 놓고 '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제도'란 반응도 있었지만, 교통 약자의 이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반대 여론이 거셌다. 결국 두 기관은 한발 물러섰다. 또 고위험 운전 능력 평가 방법 및 조건 부여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이를 바탕으로 여론 수렴을 거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심각하다.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역대 최다인 3만9천614건이며, 전체 교통사고 중 20%나 된다. 고령 운전자는 시력과 운동신경 등 신체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고령자의 운전을 무조건 제한할 수도 없다.
고령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면서도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당장은 운전면허 적성검사의 내실화가 필요하다. 시력 측정 같은 형식적인 검사가 아니라, 실제 주행 능력이나 기능 실력을 검증해야 한다. 고령자의 운전면허 자진 반납 제도의 실효성도 높여야 한다. 지난해 면허를 반납한 고령자는 대상자의 2.4%에 불과하다. 면허 반납에 따른 혜택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비상시 차량을 자동으로 제동하는 보조장치 지원도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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