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여야가 격렬하게 대치했다. 야당은 "대국민 전쟁 선포"라며 총공세를 펼쳤고, 정부와 여당은 "최소한의 방어권 행사"라고 맞섰다.
◆ 야6당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
정진석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께서는 국무회의를 거쳐 순직해병특검법률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특검법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돼 7일 정부로 이송된 지 14일 만이다.
이와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요구 규탄' 야당·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권이 끝내 국민과 맞서는 길을 선택했다"며 "이 정권은 말로는 사과한다고 하면서도, 국민의 명령을 거역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민과 싸우겠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당을 비롯해 정의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새로운미래 등 야6당이 함께 했다.
이 대표는 또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채 해병 특검을 거부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범인이라는 것을 스스로 자백한 것 맞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은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국민의 분노, 역사의 심판 앞에 윤석열 정권은 파도 앞에 돛단배와 같은 신세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라"고 경고했다.
22대 국회에서 제2야당으로 도약하는 조국혁신당도 총공세를 펼쳤다.
조국 대표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위헌성과 관련한 토론회에 참석해 "헌법에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이 명시돼 있지만 도깨비방망이처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권한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식으로 거부권 행사가 계속돼서는 안 된다"며 "채 해병 특검을 포함한 '3국정조사·3특검'을 긴급 제안한다"고도 했다. 3개 국정조사 대상은 ▷라인 사태 ▷새만금 잼버리 사태·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3개 특검 대상은 ▷채상병 특검 ▷김건희 여사 '종합 특검' ▷한동훈 특검이다.
◆ 정부여당 "최소한의 방어권…정쟁 안돼"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 배경에 대해 ▷삼권분립 위배 ▷특검제도 취지 불부합 ▷특검 수사의 공정성·중립성 부담보 등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삼권분립 원칙상 특별검사에 대한 대통령 임명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하는데, 이번 특검법안은 특검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에만 독점적으로 부여해 대통령의 특별검사임명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검제도는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 또는 객관성이 의심되는 경우에만 보충적·예외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라며 "현재 경찰과 공수처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은 이미 수사를 지켜보고 봐주기 의혹이 있거나 납득이 안 될 경우 먼저 특검을 주장하겠다고 밝혔다"며 "채 상병의 안타까운 사망이 더 이상 정쟁의 소재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국회의 신중한 재의를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도 거부권 행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은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라며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이 일방적 독주를 하고 입법 권한을 남용해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할 경우 최소한의 방어권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거부권에 대해 "헌법에 보장된 권리로,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견제와 균형을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한 추 원내대표는 "우리와 같은 대통령제를 채택한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거부권을 11번 행사한 바 있고, 최근 이스라엘 안보 원조 지지 법안 역시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야권을 향해 "왜 수사 중인 사건을 가지고 정쟁에 몰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앞으로는 대화와 타협의 정신에 따라 여야 합의가 이뤄짐으로써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일이 없는 국회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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