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고수’라 나름 자부했는데
주말 패밀리레스토랑은 ‘식은땀’
내 혼밥 레벨은 어디까지 가능?
이 이야기는 어느 날 주말앤 팀 기자들 사이에 불어온 '혼밥 배틀'에서부터 시작된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혼밥 레벨 표'를 본 주말앤 팀. "5단계 중국집 너무 쉽지 않아? 나 지금도 가서 간짜장 한 그릇 먹을 수 있어." 이 기자의 쎈 척에 눈도 꿈쩍 않는 최 기자. "저 6단계인 SNS 유명 맛집에서도 혼밥해봤어요." 가만히 듣고 있던 임 기자가 한 마디 한다. "혼밥력 키우기 특별 훈련 한번 해야겠네요."
살면서 '혼밥' 한 번 안 해본 사람 있을까. 1인 가구 수가 1천만을 넘고 개개인의 취향이 우선시되는 시대에 혼밥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혼밥 장소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SNS 속 유명 맛집이나 패밀리레스토랑, 고깃집, 술집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용기 한 스푼이 더 필요한 일이니까. 근데 왜 거기까지 가서 혼밥을 하냐고? 먹고싶으니까! 굳이 이유는 묻지 마시라.
군중 속의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자만이 혼밥 고수가 될 수 있다. 날씨가 화창했던 지난 주말, 주말앤 팀 최 기자와 임 기자가 혼밥력 향상을 위한 특별 훈련을 다녀왔다. 혼밥 꿀팁도 있으니 꼼꼼히 읽어보길!


◆최 기자의 훈련 일지: 에어팟 없었으면 어쩔뻔!
혼밥 레벨 7단계 '패밀리레스토랑'에 도전하는 날. 근데 날짜를 잘못 잡은 듯하다. 그냥 맛있는 밥 한 끼 먹고 오는 거라고 마음 단단히 먹었건만…. 토요일 점심, 그것도 백화점 안에 있는 패밀리레스토랑은 좀 무리 아닌가 라고 생각하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대구 사람들 여기 다 와있나 싶을 정도로 붐빈다. 식은땀이 삐질.
네이버로 사전 예약한 덕에 신속하게 입장할 수 있었다. 이름부터 '패밀리' 레스토랑이라 1인 예약이 힘들 것 같지만, 예약할 때 1인도 선택 가능하다. 인파 속에서 머쓱하게 기다리지 않고 당당하게 바로 입장하는, 이것이 첫번째 꿀팁!
사실 혼자 방문할 일이 그리 많지 않아서 그렇지, 패밀리 레스토랑은 칸막이가 쳐져 있어 은근 혼밥하기에도 괜찮은 환경이다. 다만 옆자리의 커플이나 입장하는 손님들 중 아는 사람이 있을까봐 자주 고개를 숙이게 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음, 계속해서 타인의 시선이 의식된다면 '에어팟'이라는 치트키를 활용해보자. 두번째 꿀팁이다. '노이즈 캔슬링'이 되는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 왁자지껄한 소리가 사라지고, 음식과 나 오롯이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제서야 매콤한 오일에 치즈가 더해진 해산물 파스타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유튜브 영상까지 보면 시간은 두 배로 잘 간다.
자리에 앉아 에피타이저를 받은 지 약 20분 만에 식사를 마무리했다. 양이 많아서 그런지, 대화를 하지 않으니 소화될 새가 없어서 그런지 다 먹기도 전에 배가 불렀다. 20분이 1시간처럼 느껴지는 묘한 경험. 식사가 끝나도 대화를 할 사람이 없었기에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일 점심시간대였으면 눈치를 덜 보고 식사를 즐겼을텐데." 나름의 합리화를 하며 계산대 직원에게 물었다. "패밀리레스토랑에도 혼밥하러 오는 사람이 있나요?"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그럼요!" 기자가 방문했던 토요일 점심시간에도 이미 몇 명의 손님들이 혼밥을 하고 갔단다. 직원들 또한 혼밥 하는 손님을 종종 보기 때문에 그리 특이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어쩐지 혼자 온 나에게도 자연스럽게 응대해주시더라니.
그 말을 듣고 괜히 눈치 봤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음엔 더 당당하게 혼밥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왠지 모를 용기가 생겼다! 혼밥을 하는데 가장 방해되는 건 다른 그 무엇도 아닌 타인을 의식하는 내 마음이었다. 어디서든 나만 당당하면 기 죽지 않고 먹고 싶은 음식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게 세번째 꿀팁이다.


◆임 기자의 훈련 일지: 구워주신다고요? 그럼 앞에 좀 앉아주ㅅ..
고기가 먹고 싶은데 같이 먹을 사람이 없을 때, 그렇다고 집에서 구워 먹자니 숯불의 향이 아쉬울 때. 내향형인 나는 꿩 대신 닭이라고, 햄버거나 육포로 식욕을 잠재우곤 했다. 하지만 이번 체험으로 혼밥의 두려움을 나름(?) 극복했다.
오후 3시 무렵 찾은 고깃집은 꽤나 한산했다. 혼밥의 두려움은 주변의 시선에서 비롯되는 만큼, 손님이 적다는 것은 혼밥러에게는 희소식과도 같다. 나와 같은 내향형 혼밥러에게는 애매한 시간대에 고깃집 방문을 추천한다. 웨이팅이 있을 시간에 4인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하지만 1차 위기가 왔다. 메뉴판에 떡하니 쓰여진 '첫 주문은 고기 3인분 이상 가능합니다.' 맞아. 가게도 수지가 맞아야지. 하지만 생각과 달리 걱정이 됐다. 3인분 다 먹으면 식후 된장찌개는? 냉면은? 내 배에 다 담길까…. 고깃집 혼밥에서는 최소 주문 금액이 큰 복병이었다.
주문 후 바로 나오는 한상 차림. 직원이 재차 '혼자 맞냐는' 질문을 해온다. "네 혼자 맞아요. 제발 좀 그만 물어보세요." 그도 그럴 것이 고깃집의 밑반찬은 꽤 풍성하다. 혼자 지나치게 융숭한 대접을 받는 느낌이 든다.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 직원이 곁에 섰다. 맛있게 구워준다는 말에 이렇게 대답할 뻔했다. "이왕이면 제 앞에 앉아서 일행처럼 구워주시면 안될까요."
고기를 구워주는 직원과, 고기를 받아 먹는 기자의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정적. 원래라면 감사할 따름인 서비스가 불편하게 느껴지고, 직원에게 집게와 가위를 뺏어 들고 싶은 욕구만 차오를 뿐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나름의 팁은 있다. 고기를 구워주는 직원이 일종의 '벽' 역할을 한다는 사실. 직원 뒤에 숨어서 얼른 고기를 먹으면 된다.
코로 먹었는지 입으로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직원의 말 한마디는 기억에 남는다. "부끄러워하실 필요 없어요. 이제 고깃집에도 혼밥하러 오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확실히 혼밥에 대한 시선이 크게 줄었어요."
◆혼밥 레벨 업그레이드 어때요
취재, 아니 특별 훈련을 하며 깨달은 놀라운 사실은 우리만 혼밥을 부끄러워했다는 것. 남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었고, 그래서 좀 더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
언젠가 혼밥 레벨 최종 단계인 술집에서 혼자 술 마시고 있는 이 기자를 발견하더라도, 청승맞다고 소문 내지 말 것. 혼자만의 낭만을 즐기고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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