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대의 건축인문기행] 뜨거운 땅, 아라비아의 박물관

입력 2024-05-16 13:30:00 수정 2024-05-16 18:35:49

아랍에미리트 '루브르 아부다비', 카타르 도하 '카타르 국립박물관'

박물관 안팎을 연결하는 수변공간은 실내 기온을 조절한다. 휴게데크에서는 바다를 바라보는 여유를 즐긴다.
'루브르 아부다비'의 배치. 전통 어촌 마을과 태양을 가리는 차양 원형 돔 지붕으로 구성.

서아시아에 속하는 아라비아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인종적으로 축구 스타일도 유럽파이다. 극동(極東)과 근동(近東)의 중간, 중동(中東)은 유럽을 중심으로 말하고 있다. 인류 최초의 도시국가로 출발한 메소포타미아는 문명 발생의 핫 플레이스였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탄생한 종교의 성지이자 갈등 대립의 역사 또한 끝이 없었던 땅이다, 지금도 이스라엘과 주변은 전쟁의 불길이 뜨거운 땅이다.

바벨탑, 지구라트, 공중정원, 이슈타르 문, 찬란했던 고대문명은 뜨거운 사막에 묻혀버린 신화가 되었지만, 그 수천 년 후 사막의 땅에서 석유가 솟아나고 21세기 도시와 건축이 신기루처럼 솟아나기 시작했다. 두바이, 아부다비, 도하, 제다에는 초고층 건물과 인공 섬, 인공호수를 건설하며 상상 속의 미래가 앞당겨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가 꿈꾸는 '네옴시티'가 시작되었다. 높이 500m 폭 200m 길이 170km (최근에 축소)의 미래형 직선 도시 '더 라인'이 착공되고, 열대 사막에서 개최하는 '동계아시안게임'의 휴양지 '트로제나', 바다 위 인공 산업도시 '옥사곤' 등 기상천외 상상도시를 추진 중이다.

석유 고갈과 탄소제로 기후변화의 시대가 오면, 다시 뜨거운 사막의 땅이 될지도 모른다. 오일머니로 경제 대국을 이룬 산유국들은 소리 없는 건축 전쟁을 치르고 있다. 관광 주도, 금융 주도의 미래 도시 브랜드 경쟁에서 앞서가는 전쟁이다. 그동안 '초고층 도시'전쟁에서 '문화예술 도시'로 그 전술이 변화하고 있다.

프랑스의 프리츠커 수상(2008년) 건축가 장 누벨이 최근 설계한 아랍에미리트의 '루브르 아부다비'와 카타르 도하 '카타르 국립박물관' 두 건축을 찾아가 먼저 살펴본다.

루브르-아부다비.뜨거운 태양은 8겹의 전통 문양의 패턴을 거쳐서 아름다운 빛과 그늘로 나타나는 실내공간.
박물관 안팎을 연결하는 수변공간은 실내 기온을 조절한다. 휴게데크에서는 바다를 바라보는 여유를 즐긴다.

◆빛의 향연- 루브르 아부다비

7개 토호연합국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와 두바이는 20여 년 전, 일찍이 미래 도시를 지향한 선두주자이다. 그동안 유럽 항로의 중간 기착 도시, 초고층 건물의 도시에서 세계적 박물관을 보유한 문화예술의 도시로의 이미지가 격상되었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아랍 국가 최초의 세계적 박물관이자 최대 박물관으로 2017년 개관하였다. 파리의 루브르를 비롯하여 오르세박물관, 퐁피두센터 등 7개 박물관 작품을 30년 계약 전시하는 프랑스 최초의 해외관이다.

아부다비 북쪽 해안도로의 사디야트 섬 문화지구에는 7개 세계적 박물관이 건립될 예정이다. 장 누벨의 '루브르 아부다비'를 비롯, 후랑크 게리의 '구겐하임 아부다비', 노먼 포스터의 '자이드 국립박물관', 안도 다다오의 '해양박물관', 자하 하디드의 '공연예술센터' 등이 완성되면 유례가 없는 박물관 도시가 될 것이다.

기울어진 공간과 내부 벽의 구조, 전시장은 유토피아적 3차원 전시공간를 체험하게 된다.
루브르-아부다비.뜨거운 태양은 8겹의 전통 문양의 패턴을 거쳐서 아름다운 빛과 그늘로 나타나는 실내공간.

바닷가 도로를 달리다 보면 은빛 대형 돔이 우주선처럼 나타나고, 그 아래 하얀 작은집들의 저층부를 만나게 된다, 뜨거운 태양과 실내 기온을 해결하는 건축적 해법들은 지역 전통의 인문적 조형적 요소들을 차용하고 있다. 저층부 전시 공간의 집합체는 푸른 해안에 떠있는 지역의 작은 섬마을(群島, archipelago)의 옛 모습이다. 과거 진주조개잡이 어부마을의 전통시장 수크(souk)의 골목, 광장이 어우러진 55개의 작은 건물들 23개의 전시 공간으로 구성된다.

바다 위에 조성된 박물관의 실내 안팎과 중정 수변공간은 실내 기온을 자연 조절하게 된다. 주변은 전통 카약이 떠다니는 수상 유람장이며, 석양의 바다를 바라보는 휴게 데크가 연결된다.상부 돔 지붕은 바다 위에 가볍게 떠 있는 듯 보이지만, 180m 직경은 운동장 서 너개 크기이며 무게 7,500톤은 에펠탑 중량의 초대형 지붕구조이다. 전통문양 패턴을 반복한 지붕은 뜨거운 기온에서 미술품 보호를 위한 차양 장치이다.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루브르 아부다비' 메인 홀 스케치

사막의 태양은 8겹의 특수강으로 제작된 패턴을 거쳐서 세분화된 작은 빛과 시원한 그늘로 실내에 도달한다. 실내는 자연 통풍으로 시원하고 적은 강수량에 빗물 유입은 거의 없다고 한다. 전시 공간을 돌아 나오면 가장 높고 넓은 메인 홀을 만난다. 빛의 무늬는 시간에 따라 천천히 움직이는 바로 클라이맥스 건축공간이다. 캄캄한 밤에는 내부 불빛과 조명으로 찬란한 별빛 지붕이 된다.

건축가 장 누벨을 세상에 처음 알린 건축은 파리 센 강변의 '아랍문화관'(1987)이다. 아라베스크 문양의 카메라 조리개 입면 창 디자인은 30년 후, 이곳 '루브르 아비다비' 지붕 디자인과 일맥상통하게 보인다. 아랍문화를 세계에 알리려 건립된 그 건물을 방문했을 때는 팔레스타인 테러 사건으로 출입이 봉쇄되어 있었다.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해안생태계 '사막의 장미(Desert Rose)' 결정체를 확대하여 해석하였다.

◆사막의 장미- 카타르 국립박물관

2022월드컵과 올해 아시안 컵을 개최한 카타르는 270만 인구의 작은 나라이지만 미래 도시와 건축, 활력이 넘치는 젊은 나라이다. 카타르 수도 도하의 중심지 코니시 로드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가다 보면 특이한 형태의 오브제 건축이 나타난다. 곡선판형의 불규칙한 겹침, 건축가는 어떻게 이러한 건축을 만들게 되었는지 그 발상부터가 궁금하다.

아랍지역 해안생태계 '사막의 장미(Desert Rose)'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라 한다. 모래에 갇혀 있던 바닷물이 오랜 시간 증발, 모래와 미네랄이 엉켜 생겨나는 장미꽃잎 모양의 결정체를 이곳에서는 '행운의 상징'으로 여긴다. 생태적 추상적 시적 아름다움이 건축 오브제가 되었다.

50도 뜨거운 사막에서 그늘을 형성하여 에너지 효율의 건축적 차양으로 '사막의 장미'를 확대하여 해석하였다. 건물을 이루는 316개 원형판(Disk)은 7만6,000장의 섬유 보강 콘크리트의 특수 패널 조립 구조이다. 설계에서 시공까지 전 과정의 3차원 정보시스템(3D BIM)은 세계 최초의 기록이며, 8년간의 특수공사를 우리나라 현대건설이 완성하였다.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해안생태계 '사막의 장미(Desert Rose)' 결정체를 확대하여 해석하였다.

카타르의 국가 상징 올드 팰리스(Old Palace)라 불리는 이곳에는 100년 전통의 왕궁이 있다. 복구된 옛 왕궁과 새 박물관 건축 배치는 가운데 중정을 에워싸고 있어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아우르는 듯하다. 전통적 왕궁의 단순 간결함에 비하여 새 박물관은 층수와 규모 면적을 가늠할 수 없는 비정형으로 현란한 건물이다. 전체적으로 가로 300m × 세로 200m의 영역이다.

기울어진 공간과 내부 벽의 구조, 전시장은 유토피아적 3차원 전시공간를 체험하게 된다.

'카타르 국립박물관' 중정으로 연결하는 필로티 스케치

건물 안 중정으로 연결하는 필로티와 출입 동선부터 자유분방하고 혼란스럽다. 박물관 내부 공간까지 계속 연결되는 '사막의 장미'는 경사 기둥과 내력벽구조를 이루고 있다. 전시실은 경사 벽면에 투사하는 대형 영상전시가 주를 이루며 기울어진 전시 공간에서는 유토피아적 3차원 전시를 체험하는 듯하다. 그러나 변형된 전시 공간과 사선 벽으로 일관된 전시장은 방문자의 취향에 따라서는 새로움과 혼란함으로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건립비용 시공성을 무한 초월하는 설계자의 위상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한 사람 건축가의 두 박물관은 각각 다른 장르로 연출된 건축작품이다. '루브르 아부다비'의 뜨거운 태양은 낭만적 빛 무늬 그늘로 전환하여 실내에 아롱지는 '러브 로망'이라면, '카타르 국립박물관' 사막의 장미는 야생적 꽃잎으로 태양을 차단하고 전시장의 무기로 활용하는 '아라비아 로렌스'의 야성으로 대비가 된다, 공통점은 '뜨거운 땅의 위'에서 '뜨거운 태양에 대응'하는 건축의 콘셉트이다.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