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초대석] 법원과 선관위를 특검하라

입력 2024-05-13 14:05:39 수정 2024-05-13 15:41:40

이정훈 명지대 객원교수

이정훈 명지대 객원교수
이정훈 명지대 객원교수

성경에는 예수가 죽어서 묻혀 있던 나사로를 되살려낸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사로를 영어로 '라자루스(Lazarus)'라고 한다. 이러한 라자루스가 조선인민군 정찰총국 산하 해킹 조직의 별명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극소수였다. 2014년 미국의 FBI는 라자루스가 김정은 풍자 영화를 만든 미국의 소니 픽처스를 해킹했다고 밝혀 주목을 끈 바 있다.

정찰총국에 대응하는 것은 국방부 정보본부이고, 라자루스는 국군사이버사령부(사이버사)가 상대한다. 사이버사는 업무상으로는 국정원의 통제를 받는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사이버사 등 여러 정보기관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부터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2012년 사이 국정원과 국방부가 댓글 달기 공작인 '고나리질'로 여론을 조작해,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켰다는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그러한 때 사이버사가 민간 해커들로 '언더그라운드 해킹팀'을 만들어 법원 등 몇몇 공공기관의 전산망을 들여다봤다. 이 사실은 댓글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던 이태하 전 심리전단장 재판에서 공개됐으나 묻혀 버렸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큰 변화가 일어났다. 2017년 10월, 문재인 세력이 장악한 국정원은 "2014년 사이버사가 법원 전산망에 몰래 침투했던 것이 밝혀졌다"며 사이버사에 경고 조치를 내린 것.

사이버사는 "북한이 심은 악성코드를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문재인 세력은 과거사위를 만들어 국정원의 서버를 열고 국방부도 맹조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의 국정원은 사이버사가 정보통신법을 어긴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그 이상의 진전은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이 조사로 박근혜 정부의 정보기관이 사법부를 염탐했다는 인식이 만들어졌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뒤바뀌었다.

지난해 말 전전긍긍해 오던 법원행정처 사법(司法)정보화실이 '2023년 2월에야 법원 전산망이 해킹당했다는 것을 알고 자체 대응했으나 여의치 않아 국정원 등에 도움을 요청해, 2023년 12월 18일부터 여러 정보수사기관이 합동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힌 것이다. 더 많은 사실이 확인된 지난 3월 4일(22대 총선 한 달여 전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 원호신 사법정보화실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는데, 이 사과는 총선에 가려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그리고 총선 한 달 뒤인 5월 11일 국정원과 국가수사본부·검찰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이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는 시점부터 2023년 2월 9일 사이 법원 전산망에 침투한 라자루스가 국내외 8개 서버를 통해 1천14GB의 정보를 빼내 갔는데, 서버의 저장기간 때문에 누설 정보가 무엇인지 확인된 것은 0.5%인 4.7GB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행정·입법부와 함께 대한민국 정부를 구성하는 사법부가 북한에 탈탈 털렸다는 확인을 해준 것이다.

송사에 휘말린 이들은 개인정보는 물론이고 가족 관계 재산 등 사적 정보를 법원에 제출하는데, 0.5%를 분석해 보니 대부분이 이러한 정보였다. 북한 공작 조직은 이러한 개인정보를 토대로 '또 하나의 나'를 만들어 활용할 수 있다. 나는 전혀 그럴 의사가 없는데 대한민국의 사이버 공간에 '또 다른 나'를 집어넣어, 강력한 개딸 전사로 활동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또 다른 나'는 현실 세계에도 투입될 수 있다. 대한항공 858기 폭파범 김현희가 일본인 하치야 마유미 행세를 한 것처럼, 나로 위장한 북한 공작원을 침투시켜 암약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문제다. 중앙선관위는 헌법기관이라는 이유로 30여 년간 감사원의 감사를 받지 않겠다고 다퉈 왔는데, 그 틈을 타고 숱한 인사 비리를 저질러 온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사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국정원이었는데, 문재인 정권은 국정원의 국내 활동을 금지함으로써 이를 무력화했다. 2014년 사이버사의 조사가 있었는데 법원은 정말로 해킹당한 것을 몰랐을까? 사법부가 털린 사실은 총선 전에 밝혀졌는데 총선 후 이를 발표했다는 것도 이상하다. 특검은 이러할 때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독자 제위께 '김건희 여사의 300만원짜리 백 사건과 채 해병 사건부터 특검해야 하는가, 법원과 선관위부터 특검해야 하는가'를 진정으로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