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경제] '뜨겁다 뜨거워' 남녀불문 SUV·RV 열풍

입력 2024-05-12 18:30:00 수정 2024-05-12 23:57:22

올 1분기 SUV·RV 판매량 1~4위 차지
실용성·안정성·가성비 장점

사진은 기아
사진은 기아 '더 뉴 셀토스'. 기아 제공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캠핑과 '차박'(차에서 숙박하기) 등 야외 활동이 증가하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레저용차량(RV)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차 시장에서 SUV·RV 등이 판매량 1~4위를 차지했다. 차종별로 ▷기아 쏘렌토(2만6천929대) ▷현대차 싼타페(2만3천313대) ▷기아 카니발(2만2천681대) ▷기아 스포티지(1만9천661대) 순이었다. 모두 중형 SUV, 대형 RV, 준중형 SUV 모델이다.

1분기 판매 순위를 10위까지 확대할 경우 7위 제네시스 SUV인 GV80(1만3천552대), 8위 기아 레이(1만2천794대), 9위 기아 셀토스(1만2천659대)를 포함해 모두 7종이 RV였다.

◆ 실용성·안정성…고유가에 '가성비'까지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한 차량은 모두 하이브리드 차종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높아진 기름값에 연비 효율을 고려한 소비자층이 늘어난 것도 SUV·RV 선호 현상의 이유다.

국내 완성차 업체 5개(현대자동차, 기아, 한국GM,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의 올해 1분기 친환경차 국내 판매량은 10만1천727대로 지난해 1분기 대비 8.7% 증가했다.

1분기에 판매된 친환경차 가운데 84.4%(8만5천828대)가 하이브리드차였다. 판매량은 지난해 1분기 하이브리드차 판매량(6만302대)과 비교해 42.4% 늘어났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에도 친환경차 판매가 늘어난 것은 하이브리드차량의 인기 덕이었다. 하이브리드에 비해 전기차는 올해 1분기 1만6천237대가 팔려 전년 동기 대비 51.4% 급감했다.

차종별로는 기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1만9천729대로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와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가 각각 판매량 1만5천981대, 1만2천203대로 뒤를 이었다.

기아는 국내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 중 하이브리드차 비율이 지난해 1분기 22.2%에서 올해 1분기 14.4%포인트(p) 늘어난 36.6%를 기록했다.

이 같은 경향은 수입차의 경우에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수입차 중 친환경차(순수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3만7천863대로 지난해 1분기(2만5천267대)에 비해 49% 증가했다. 수입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올해 1분기 1만7천626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 늘었다.

SUV·RV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차로 소비자에게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 인기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차량 내부가 넓어 공간 활용도가 높다는 점에서 실용성을 갖췄고 높아진 승차감에 더해 세단 등 다른 차종보다 연비효율이 좋다는 것이다.

사진은 BMW X4. BMW코리아 제공
사진은 BMW X4. BMW코리아 제공

◆ 여성도 큰 차 선호한다

SUV 열풍 앞에 여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성들의 자동차 구매는 SUV를 비롯한 큰 차량에 몰리는 추세다.

12일 카이즈유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차 구입 여성의 10명 중 7명(62.9%)이 SUV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는 세단(23.5%)과 카니발 등 RV(8.9%)가 각각 자리했다.

차량 크기별로 보면 소형보다 중형급 차량을 선호하는 여성이 많았다. 준중형(30.1%) 차량이 1위를 차지했고, 중형(25.2%)과 소형(15.7%) 자동차가 뒤를 이었다.

차종별로는 ▷기아 셀토스(8.8%) ▷기아 스포티지(8.1%) ▷현대 캐스퍼(7.1%) ▷기아 쏘렌토(6.7%)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국산 SUV 차를 타고 다닌다는 직장인 A(30) 씨는 "큰 차를 이용할 때 오히려 안정감을 느끼는 편"이라면서 "남성보다 여성이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다 보니 차체가 높은 SUV를 이용하면 도로 주행할 때 시야가 트이는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관심 있게 보는 마케팅 대상은 여성이다. 자동차 구매를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하거나 관심 분야의 체험을 유도하는 마케팅을 펼치는 식이다.

일례로 BMW코리아는 2022년 12월부터 'born BOLD(본볼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볼보는 2022년부터 여성들을 대상으로 '레이디스 살롱'을 열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열린 행사에선 전문가를 초빙해 정원 문화에 대해 강의하는 '플로럴 가든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대차
현대차 '더 올 뉴 싼타페'. 현대자동차 제공

◆ 인기 저무는 세단·경차

SUV·RV 인기에 밀리고 전기차에도 치이고 있는 세단과 경차 등은 각종 단종설에 휘말리고 있다.

지난 10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GM은 올해 말 중형 세단 쉐보레 말리부를 단종할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말리부를 생산했던 미국 패어팩스 공장에서 말리부 대신 전기차 쉐보레 볼트를 생산할 것으로 전해졌다.

말리부·쏘나타·캠리 등 중형 세단이 시장에서 밀리는 것은 세단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호하는 현상 때문이다. 레저 등 여가 활동이 늘면서 SUV의 넓은 실내 공간과 높은 차체 등이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톱(TOP) 5에 줄곧 자리했던 그랜저는 올 1분기 국내차 판매량에서 6위를 차지했다. 그랜저는 지난해만 해도 '베스트셀링카'에 뽑힌 바 있다. 1분기 기준으로 최근 5년간 국내 판매량 '톱5'에 세단이 포함되지 않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의 경우 내수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SUV가 좋은 실적을 거둔 반면 상대적으로 고가인 대형 승용차의 내수는 작년과 비교해 감소 폭이 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