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막은 가게 테이블 옆으로 자동차가 '쌩'…단속책은 없다?

입력 2024-05-07 15:33:42 수정 2024-05-07 22:00:01

두류 젊음의 거리 야외 테이블, 칠성전자주방시장 가전제품 등 안전 위협
3년 간 대구시내 불법 적치물 적발 11만여 건
과태료 부과사례는 극히 드물어, 시정 이뤄지면 봐주기 때문
비상시 더 큰 문제 예상, "지자체가 나서 해결해야"

대구 달서구 두류 젊음의 거리 일대가 야외에 설치된 테이블로 가득하다. 이로 인해 도로가 좁아져, 오토바이가 자동차와 테이블 사이를 힘겹게 비집고 들어가고 있다. 정두나 수습기자
대구 달서구 두류 젊음의 거리 일대가 야외에 설치된 테이블로 가득하다. 이로 인해 도로가 좁아져, 오토바이가 자동차와 테이블 사이를 힘겹게 비집고 들어가고 있다. 정두나 수습기자

도로 상에 만연한 노점과 적치물 탓에 사고 위험이 크지만, 관리 주체인 구‧군청은 단속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며 적극적인 시정에 나서지 않고 있다. 비상상황에서 치명적인 결과가 빚어질 수 있기에 지자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8시 대구 달서구의 '두류 젊음의 거리'. 거리에 늘어선 가게들이 도로에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기 시작했다. 골목 양쪽은 금세 테이블로 꽉 찼다. 테이블 때문에 골목이 좁아지면서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됐다. 앉아 있는 사람들 바로 옆으로 오토바이와 택시, 승용차가 바짝 붙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도로 가장자리를 점령한 테이블 탓에 도로 정중앙으로 내몰렸다.

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상인들은 어쩔 수 없다며 토로했다. 젊음의 거리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조모(49)씨는 "가게 앞에 테이블을 펼친 날에는 수입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며 "매일 테이블을 놓고 싶지만, 위험하다는 걸 아니까 금요일과 토요일에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도와 도로를 무단 점거하는 노점과 테이블을 비롯한 각종 노상 적치물은 모두 단속 대상이다. 도로법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도로에 장애물을 쌓는 행위는 금지되며, 관리당국은 도로 통행과 안전을 위해 즉시 장애물을 제거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칠성전자주방시장 길가로 빽빽하게 거치된 냉장고 등 전자제품이 인도를 침범하며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정두나 수습기자.
칠성전자주방시장 길가로 빽빽하게 거치된 냉장고 등 전자제품이 인도를 침범하며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정두나 수습기자.

그러나 대구시내 인도와 도로 위는 '무법지대'에 가깝다. 북구 칠성전자시장 인근 도로는 상인들이 내놓은 가전제품들로 뒤덮인 상태다. 통행 불편 등으로 주민과 상인이 지속적으로 충돌하자 '자율정비선'을 지정했지만, 유명무실하다.

동성로 일대도 역시 마찬가지다. 입간판, 진열 매대가 가게 앞 보행로를 버젓이 막고 있는 곳이 적잖다. 중구청 관계자는 "적치물 관련 민원이 하루에도 예닐곱건씩 접수되고 있다"며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현장에 나가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당국에 따르면 단속이 이뤄질 때만 적치물을 제거하는 이들이 많고 이마저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도 드물다. 최근 3년 간 대구시내 불법 적치물 적발 건수는 11만3천686건에 달한다. 이 중 젊음의 거리를 관리하는 달서구청이 3년간 노점과 노상 적치물을 적발한 횟수는 1만8천913건이지만,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36건에 불과했다.

시정을 요청한 뒤 즉시 적치물이 제거되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상인들은 단속이 끝나면 재차 노점과 노상 적치물을 펼치면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사시 적치물로 인해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빠른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정태헌 경북도립대학교 교수(소방방재과)는 "적치물로 골목이 좁아지면 소방차가 제때 현장에 도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대피에도 문제가 생긴다. 불을 피하려 좁은 골목에 많은 사람들이 삽시간에 몰리는데, 그때 적치물에 부딪혀 넘어지면 압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당장 개선이 어렵다면, 사고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특정 기간만이라도 장애물을 둘 수 없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지수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요일이나 야외 행사가 벌어질 때는 지자체에서 강력히 장애물을 단속해야 한다. 사유지라 하더라도 장애물 적치를 허용해선 안 된다"며 "지자체에서 인구가 밀집되는 장소와 시간을 미리 파악해둬야 한다"고 했다.

관리 주체인 각 구‧군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구 한 구청 관계자는 "상시 불법 적치물을 적발하기에는 단속 인원이 부족하고, 가게 수입과 직결된 문제라 상인들의 반발이 심해 강력히 단속하기가 곤란하다"며 "상인들 스스로 개선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고안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