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활축제, 동네 잔치로 전락…"축제 전통 상실, 날씨 대처도 미흡"

입력 2024-05-08 16:21:27

전통 활을 주제로 세계인의 축제로 불리던 모습 사라져
10주년 6회째 맞은 축제장 날씨 대비 못해 4일 중 3일 '썰렁'

그간 '세계'라는 타이틀을 걸고 열던 예천세계활축제가 지난해와 올해 세계를 지우면서 '놀이성 축제'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위 사진은 첫 회 열린 예천활축제에서 거리 퍼레이드를 하던 모습. 아래 사진은 올해 활축제장 모습. 윤영민 기자
그간 '세계'라는 타이틀을 걸고 열던 예천세계활축제가 지난해와 올해 세계를 지우면서 '놀이성 축제'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위 사진은 첫 회 열린 예천활축제에서 거리 퍼레이드를 하던 모습. 아래 사진은 올해 활축제장 모습. 윤영민 기자

경북 예천을 대표하던 예천활축제가 썰렁한 분위기로 막을 내리면서 동네잔치에 그쳤다는 지적이 높다.

활축제 특유의 차별성·정통성은 오간데 없이 어딜가나 볼 수 있는 흔한 축제가 됐고, 우천 대책도 없이 축제를 강행해 실망한 방문객이 줄을 이었던 탓이다.

8일 예천 지역민들에 따르면 올해로 10주년, 6회 째를 맞은 '2024 예천활축제'가 지난 3~6일 예천읍 한천체육공원에서 열렸다. 축제는 그간 활의 고장 예천을 대표함과 동시에 한국의 전통문화를 잇는 화려한 행사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이 축제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세계 각국에서 전통 활의 명맥을 잇던 이들의 참여가 뚝 끊기면서 축제의 풍성함도 사라진 탓이다.

2014년 시작한 축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제4회 차)까지만 해도 '예천세계활축제'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세계'라는 이름에 걸맞게, 첫 회부터 매 개막일이면 브라질 '삼바 퍼레이드'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퍼레이드로 방문객 눈길을 사로잡았다. 몽골과 일본, 터키 등 세계 20여 개 국의 전통 활 시연단이 저마다 자국 전통 의상을 입은 채 활을 들고서 공군 군악대, 의장대, 풍물패, 주민과 함께 거리를 누볐다.

이에 더해 필드 아처리(궁술) 체험과 국궁·양궁체험, 세계활전시관 등을 운영하고 각종 문화제, 참우축제, 예천농산물대축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흥미를 끌었다.

그러나 주최 측은 지난해부터 '세계'라는 이름을 지웠다. 거리 퍼레이드가 없어졌고, 퍼레이드에 동참해 축제 분위기를 즐기던 주민들 관심 또한 현저히 떨어졌다.

농산물과 식음료 등을 판매하는 부스는 예천의 특색을 보여주기에 부족한 흔한 품목이 주를 이뤘고, 체험 부스 역시 활 관련(활쏘기, 활 서바이버, 필드 아처리, 활 공성전) 콘텐츠 몇 가지를 제외하면 열기구와 보트, 직업체험(키자니아), 에어바운스, 오락실 등 성인보다 어린이 방문객 관심을 모으는 데만 치중한 모습이었다.

이를 두고 주민들은 축제의 '글로벌·정통성'이 사라지고 '놀이성 축제'로 바뀌면서 경쟁력을 잃었다고 입을 모은다.

매 축제를 봐 왔다는 한 주민은 "과거에는 활의 고장 예천에서 활을 주제로 군민이 함께 축제를 열고 참여도 했다 보니 자부심이 많이 들었다. 그래선지 지역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다"면서 "'세계'라는 이름이 붙어 있을 때만해도 한국과 세계 각국의 사람이 동참해 각국의 전통을 공유하는 등 전국에서도 독보적인 볼거리가 있었다. 요즘 전국 축제장에서 재밌다는 것만 모아 놓은 어린이날 행사 같다"고 지적했다.

6회 째를 맞은 축제의 미숙한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축제 후반인 5, 6일 우천과 강풍 등 기상악화가 일찌감치 예고됐음에도 비가림 시설 없이 그대로 축제를 강행해 방문객 불편이 컸던 탓이다.

부스에서 진행한 일부 프로그램도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여러 부스를 옮겨다니게끔 구성했다 보니 체험을 제대로 즐기려면 비를 맞을 수밖에 없어 방문객 불평이 쏟아졌다.

지난 5일 가족과 방문했다는 한 방문객은 "지난해에는 대형 부스 속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체험하도록 해 비가 와도 문제가 없었으나, 올해는 이동하거나 기다리면서 비를 잔뜩 맞았다. 축제를 1시간도 못 즐겼지만 카페 등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마지막 날(6일)에는 무대 객석에 설치한 대형 천막까지 강풍에 날아가면서 무대 행사가 중단되고 관객이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이에 비가 오지 않은 주말 하루(4일 토요일)를 제외한 개막일과 후반부 총 3일 동안 축제장이 썰렁한 분위기였다.

이와 관련, 예천군 관계자는 "코로나19 4년 동안 과거 참가국과 소통이 줄어 예천세계활축제 조직위원회도 와해됐고, 이에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요즘 트렌드에 맞춰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해명했다.

날씨로 인한 방문객 불편과 관련해서는 "예산이 많이 드는 하드웨어(설비)에 투자하면 소프트웨어(체험 프로그램)가 부실할 수밖에 없어 부득이 행사장을 지금처럼 꾸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