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너무나 깨끗한' 대구시장님께 사과드립니다"

입력 2024-05-06 22:44:13 수정 2024-05-07 01:22:01

임현택, 홍준표. 연합뉴스
임현택, 홍준표. 연합뉴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일명 '돼지발정제 성범죄 가담'이라는 키워드로 온라인 설전을 벌였던 홍준표 대구시장을 향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사과글 속 표현의 뉘앙스상 일종의 '반어법'은 아닌지, 즉 실제 사과는 아닌 재차 공격한 맥락에 시선이 향한다.

지난 3일부터 양자 간 공개 설전이 진행되고 있는 이래 홍준표 시장이 다시 반응할지 여부에도 눈길이 쏠린다.

▶임현택 회장은 6일 오후 8시 26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구시장님께 사과드린다"면서도 "약물이용 데이트 강간에 공모했다는 혐의는 '본인 주장에 의하면' 전혀 법적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 아니란다. 공범도 아니고 파렴치범도 아니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너무나 깨끗한' 대구시장님께 사과드린다"면서 반어법의 뉘앙스를 짙게 드러냈다.

임현택 회장은 자신의 게시물에 "원하시면 앞으로도 시장님의 깨끗한 인격을 지속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리도록 하겠다"고 역시나 반어법의 맥락으로 댓글을 곁들였다.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 일종의 PS(추신) 형태로 댓글을 달아 방점을 찍는 게 임현택 회장이 주로 구사하는 페이스북 글쓰기 스타일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페이스북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페이스북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이는 2시간여 전인 같은날 오후 6시 20분쯤 홍준표 시장이 자기 페이스북에 적은 글에 대한 답글로 읽힌다.

임현택 회장의 글 속 '공범도 아니고 파렴치범도 아니고'라는 표현도 여기서 나왔다.

홍준표 시장은 "50여 년 전에 내가 한 것도 아니고, 하숙집 동료가 한 일을 묵과하고 말리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는 고백을 공범으로 몰고 파렴치범으로 모함하는 그 지능으로 의사라는 지성인 집단을 이끌수 있겠나?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도 모르냐는 말이 그렇게 아팠나?"라고 임현택 회장을 꼬집었다.

이어 "의사가 힘들어 용접공으로 직업 전환하는 사람도 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라고 임현택 회장의 과거 발언도 지적, "세상 어지러워지려니 별x이 다 나와서 설친다"고 비속어를 써서 재차 비판했다.

홍준표 시장은 "의사 증원에 찬성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겁이 나서 인신공격 못하고 내가 그렇게 만만하냐?"라고 진보 진영 이재명 대표는 건드리지 않고 보수 진영 자신과 설전 중인 임현택 회장을 '겁쟁이'로 규정, "막 가는 사람이라 듣긴했다만 (의사) 파업교사(혐의)로 고발돼 조사 중이라는데 그냥 팍 집어 넣었으면 세상 조용해 지겠는데"라고 임현택 회장의 다른 송사에 의한 법적 처벌 가능성을 시사하며 글을 마쳤다.

여기서 홍준표 시장은 양 진영 구도상 자신을 이재명 대표에 견주는 뉘앙스를 보였다. 다만 최근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한 바 있고, 현재 의사들의 비판 역시 정부 수장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향하고 있다. 홍준표 시장이 최근 의사 증원 주제의 페이스북 글을 쓰기 전까진, 해당 사안 관련 정부 관계자나 여당 지도부는 아닌 지자체장(대구시장)인 홍준표 시장을 두고 임현택 회장을 비롯한 의사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홍준표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2005) 책 표지. 매일신문DB
홍준표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2005) 책 표지. 매일신문DB

▶두 사람 간 설전의 발단은 홍준표 시장이 지난 3일 올린 페이스북 글이다.

홍준표 시장은 3일 오후 5시 11분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의료대란은 이제 그만 타협했으면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여론조사에서)국민 80%가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데, 유독 의사분들만 집요하게 증원 반대를 하면서 아예 공론의 장에 들어오는 것 조차 거부하고 있는 것은 의사될 때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와도 맞지 않는다"고, 또 "의사는 개인도 아니고 투사도 아니고 공인이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파업은 아무리 생각해도 과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 글 내용과 관련, 임현택 회장은 다음날인 4일 오전 10시 1분쯤 페이스북에 글을 써서 "돼지 발정제로 성범죄에 가담한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고 시장을 하는 것도 기가 찰 노릇"이라고 홍준표 시장을 간접적으로 가리켰다.

이어 앞선 '의사는 공인' 및 '히포크라테스 선서' 관련 홍준표 시장의 언급을 두고 "세금 한푼 안 깎아주는 의사들에게 공인 운운하고 히포크라테스선서 운운한다"면서 "그러니 정치를 수십년 하고도 주변에 따르는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홍준표 시장이 걸어온 정치 인생을 평가절하하는 언급도 더했다.

임현택 회장은 이 게시물 댓글에 일명 '돼지 발정제 논란'이 촉발됐던 홍준표 시장이 2005년에 펴낸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의 '돼지 흥분제 이야기' 전문도 올렸다.

그러자 홍준표 시장은 자신의 온라인 정치 플랫폼 '청년의꿈'과 페이스북을 통해 반응했고, 그러는 가운데 임현택 회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홍준표 시장을 계속 언급, 두 사람이 나흘째 '설전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홍준표 시장은 각종 선거에 나선 때나 정치 인생에서 주목을 받는 시기에 해당 자서전 내용이 상대 후보 등으로부터 공격 도구가 되는 상황을 반복해 겪었다.

19대 대선(2017년 5월 9일) 자유한국당 후보 시기, 대선 패배 후 자유한국당 대표(2017년 7월 3일 선출)를 맡았다가 다시 7회 지방선거(2018년 6월 13일)에서 참패한 후 미국으로 출국(2018년 7월)했으나 불과 2개월여 만에 귀국(2018년 9월)한 직후, 8회 지방선거(2022년 6월 1일) 대구시장 국민의힘 후보 시기 등이 과거 언론 보도로 확인된다.

이게 잠잠하더니 더는 없는 일이 되나 했더니 이번에 재차 반복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홍준표 시장은 '홍발정'이라는 멸칭이 붙는 불명예도 겪었다.

그런데 이 멸칭에 대해 홍준표 시장은 지난 2018년 11월 9일 오전 8시 47분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홍준표 시장은 자신과 함께 역대 대통령들이 대부분 멸칭을 얻은 사실을 사례로 정리했다. 대통령 6인과 자신 등 7인의 사례다.

그는

▷"이 땅에 문민정부 시대를 연 김영삼 대통령을 좌파들은 '뻥영삼'이라고 늘 조롱했다"
▷"IMF 환란을 극복한 김대중 대통령을 우파들은 'X대중' '핵대중'으로 폄하했다"
▷"그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을 우파들은 '놈현이' '노구라'라고 놀렸다"
▷"리먼 브라더스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극복한 이명박 대통령을 좌파들은 집권기간 내내 '쥐박이'라고 불렀다"
▷"탄핵으로 파면된 박근혜 대통령을 좌파들은 터무니없이 머리가 비었다고 '닭근혜' '발끈혜'로 늘 조롱하고 폄하했다"
▷"문재인 대통령 시대(글을 작성한 시점)에 와서는 본인은 '이니'라는 애칭으로 불러주기를 원하지만 우파들은 '문재앙' '문죄인'으로 지금 부르고 있다"
▷"더불어 나를 두고 좌파들은 내가 하지도 않은 46년 전 하숙집에서 있었던 발정제 사건을 덮어 씌워 '홍발정'이라고 조롱하고 있다. 나아가 박근혜 탄핵 당시 내가 빗대어 말한 향단이론을 비꼬아 친박들은 나를 '홍방자'라고도 한다"(향단이와 방자 둘 다 춘향전 등장인물)

라면서 "아무렴 어떤가? 아니면 그만인 것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현직이었으며 19대 대선에서 자신을 꺾기도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멸칭들을 지칭, "나라의 재앙이라는 '문재앙'보다 '홍발정'이 그나마 낫지 않나? '문죄인'보다는 국민의 방자인 '홍방자'가 더 낫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2018년 11월 9일 페이스북
홍준표 대구시장 2018년 11월 9일 페이스북

※다음은 화제가 된 '돼지 흥분제 이야기' 전문.

대학 1학년 때 고려대학교 앞 하숙집에서 일이다.

하숙집 룸메이트는 지방 명문 고등학교를 나온 S대 상과대학 1학년생이었는데, 이 친구는 그 지방 명문 여고를 나온, 같은 대학 가정학과에 다니는 여학생을 지독하게 짝사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여학생은 이 친구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10월 유신이 나기 얼마 전, 그 친구는 무슨 결심이 섰는지 우리에게 물어왔다. 곧 가정학과와 인천 월미도에 야유회를 가는데, 이번에 꼭 그 여학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하숙집 동료들에게 흥분제를 구해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 하숙집 동료들은 궁리 끝에 흥분제를 구해 주기로 하였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고, 비장한 심정으로 출정한 그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밤 12시가 돼 돌아온 그는, 오자마자 울고불고 난리였다. 얼굴은 할퀸 자욱으로 엉망이 돼 있었고, 와이셔츠는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그 흥분제가 엉터리라는 것이었다.

월미도 야유회가 끝나고 그 여학생을 생맥주 집에 데려가 그 여학생 몰래 생맥주에 흥분제를 타고 먹이는데 성공, 쓰러진 여학생을 여관까지 데리고 갔지만, 막상 옷을 벗기려고 하니 깨어나서 할퀴고 물어뜯어 실패했다는 것이다. 만약 그 흥분제가 진짜였다면 실패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친구의 주장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럴 리가 없다. 그것은 시골에서 돼지 교배를 시킬 때 먹이는 흥분제인데, 사람에게도 듣는다고 하더라. 돼지를 교배시킬 때 쓰긴 하지만 사람도 흥분한다고 들었는데 안 듣던가?"

그래서 우리는 흥분제를 구해온 하숙집 동료로부터 "그 흥분제는 돼지 수컷에만 해당되는 것이지, 암퇘지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을 나중에 듣게 되었다. 장난삼아 듣지도 않는 흥분제를 구해준 것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술에 취해 쓰러진 것을 흥분제 작용으로 쓰러진 것으로 오해를 한 것이다. 그 친구는 그 후 그 여학생과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다시 돌아가면 절대 그런 일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다. 장난삼아 한 일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검사가 된 후 비로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