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울리는 불법 공매도 글로벌IB 9곳 2천억 적발

입력 2024-05-06 18:30:00 수정 2024-05-06 18:53:53

금감원, 6일 '글로벌 IB 불법 공매도 중간조사 결과' 발표
차입 확정하기도 전에 매도 주문…대여된 주식 타 부서 매도하기도
BNP파리바·HSBC 과장금 265억…홍콩 금융당국과 국제공자 강화

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담당 부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전수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담당 부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전수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IB(투자은행) 9곳에서 164개 종목, 2천112억원 규모에 이르는 불법 공매도 사례가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이 2021년 5월 공매도 재개 이후 작년 말까지 글로벌 IB 14곳을 대상으로 불법 공매도를 전수조사한 결과다.

◆ 글로벌 IB 14곳 전수조사

금감원은 6일 '글로벌 IB 불법 공매도 중간 조사 결과 및 향후 계획' 자료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해 10월 BNP파리바·HSBC에 대한 556억원 규모 불법 공매도를 적발한 바 있다. 이후 '공매도특별조사단'을 출범하고 글로벌 IB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국내 공매도 거래 상위 글로벌 IB 14곳이다. 금감원은 "글로벌 IB 14사의 공매도 거래량은 외국인 전체 거래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등 국내 외국인 공매도 거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14곳을 중심으로 2021년 5월 공매도 재개 이후 위반 가능성이 높은 종목·기간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시행해 왔다. 그 결과 IB들의 불법 공매도 혐의를 추가로 확인한 것이다.

글로벌 IB들은 잔고 관리 시스템상 실무적인 오류, 한국 공매도 법규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외부에 대여하거나 담보 제공된 처분제한 주식에 대해 반환이 확정된 후에 매도주문을 제출해야 하지만 확정 전 매도주문을 제출하거나, 차입을 확정하기 전에 매도 주문을 제출하는 방식 등이다.

내부 부서 간 주식대차 과정에서 이미 대여된 주식을 타 부서에 매도하는 등 소유주식을 중복으로 계산하거나, 보유잔고를 확인하지 않고 주문을 제출하는 등 수기 입력 과정에서 무차입 공매도가 일어나기도 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전반적으로 미공개 정보나 불공정거래와 연계된 불법 공매도보다 잔고 관리와 관련한 문제가 많았다"고 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잠정 결과로, 추가 조사 진행에서 위반 규모와 위반내용이 변동될 수 있다.

◆ 과징금 부과·검찰 고발 조치

금감원은 BNP파리바와 HSBC에 대해서 과징금(265억원) 부과, 검찰 고발 조치를 완료했다. 나머지 IB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완료하는 대로 제재 절차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홍콩 등 해외 금융당국과 불법 공매도 조사와 관련한 협력, 국제공조도 강화한다. 홍콩 감독당국과 상시적으로 논의하는 실협력 채널을 마련했고, 반기별로 화상회의를 실시해 공매도 관련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국제증권감독기구 다자간양해각서에 따라 필요시 자료 징구, 조사 공조 등 협조도 요청한다. 금감원은 이달 중 홍콩 주요 글로벌 IB와의 현지 간담회를 통해 국내 공매도 제도와 전산시스템 개선 추진 사항도 설명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4일 기관 투자자의 자체 전산을 통해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하고, 중앙 시스템을 통해 모든 주문을 재검증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매도 전산화 방안을 마련했다. 시행 시기는 법 개정과 시스템 구축 등을 거쳐 오는 7월 이후로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차입 공매도 = 주식을 빌려서 파는 공매도인 차입 공매도와 달리 주식을 빌리지 않고 파는 행위다. 한국은 주가 낙폭을 키우고 증시 변동성을 확대한다는 이유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