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의료원 “개원 이래 최악의 경영난, 매일 수억원 적자"

입력 2024-05-05 19:15:51

의정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어린이날인 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어린이 환자가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의정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어린이날인 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어린이 환자가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이탈 사태 장기화로 주요 대학병원들이 앞다퉈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가운데 경희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 등 7개 병원을 산하에 둔 경희의료원이 개원 53년 만에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오주형 경희의료원장은 지난달 30일 경희의료원 교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의료 현장의 어려움은 날로 가중되고 있으며 의료기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재난·전시에 준하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저마다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경희의료원은 지난 3월 이미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지만, 이후에도 매일 수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원은 비상경영 체제 전환 이후 무급휴가와 보직수당 및 성과급 반납, 관리비와 운영비 삭감 등을 통해 비용 절감에 들어갔지만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오 원장은 "의료원 또한 지난 3월 비상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하고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로 지금 대책들을 실행 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억 단위의 적자 발생으로 누적 손실 폭이 커지며 개원 53년 이래 최악의 경영난으로 의료원의 존폐 가능성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처참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시뮬레이션 결과 현재의 상황이 이어질 경우 개인 급여를 비롯한 각종 비용 지급 등에 필요한 자금이 올해 말 막대하게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당장 금년 6월부터 급여 지급 중단과 더불어 희망퇴직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했다.

인제대 상계백병원도 지난 3월 전체 의대 교수에게 향후 6개월간 급여를 반납하겠다는 내용의 '급여반납동의서'를 보냈다. 반납 금액은 월 48만원, 116만원, 자율 중 선택하도록 했다.

이뿐만 아니라 '빅5 병원' 가운데 서울대, 서울아산, 세브란스병원도 비상경영체제로 운영 중이다.

서울대병원은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기존 500억원 규모에서 1천억원 규모로 2배 늘렸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달 초 빅5 병원 중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작했다. 세브란스병원도 의사를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7일 무급 휴가를 시행 중이다.

비수도권 병원 역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제주대병원은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600억원대 적자가 예상되자 지난달 30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전남대병원은 200억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는데 잔고가 거의 바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국립대병원도 이달부터 무급 휴가 신청을 받고 있으며 동아대병원은 누적 무급 휴가자가 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