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25 소년소녀병 예우, 20년째 메아리 없는 외침

입력 2024-05-06 05:00:00

'6·25 소년소녀병 명예 선양법'이 사장될 위기다. 병역 대상 연령이 아님에도 참전했던 소년소녀병과 유족을 예우하자는 법률로 강대식 의원이 2020년 발의했다. 상임위 심사에만 10차례 이상 상정돼 이견 조율을 거쳤지만 지난해 6월 이후 심사가 중단돼 사실상 폐기 수순에 놓여 있다.

소년소녀병은 주로 낙동강 방어 전투에 집중 투입됐다. 대구경북 출신 사상자와 유족이 적잖은 까닭이다. 이들은 당시 17세 이하의 소년·소녀들로 생존자는 2천 명이 채 안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과 그 유족을 예우하자는 소리는 20년 전부터 나왔지만 메아리 없는 외침이다. 2001년 16대 국회부터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런 와중에 전북 출신 여야 의원들이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처리 의지를 다잡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매조진다는 것이다. 1894년 전봉준 등 제2차 동학농민운동 참여자들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개정되면 후손들은 교육, 취업, 의료 등에서 정부 지원을 받게 된다.

개정안은 지난해 9월 상임위 소위에서 강행 처리돼 여론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국가보훈부도 포퓰리즘 법안이라 했다. 구술에 의존한 참여자·유족 명단을 신뢰하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면 유공 체계를 무너뜨리는 데다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이란 지적이었다. 민주당의 동학농민운동 예우 요구는 집요하다.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관련 법을 제정해 참여자·유족 등록 신청을 받았고, 신청이 저조하자 2007년 '고손자'까지 유족 범위를 넓혔다. 그 결과 783명이던 유족이 1만3천 명 수준으로 폭증했다.

총선 압승 후 민주당의 입법 폭주로 보아 개정안 통과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 않는다. 이미 여론의 집중타를 맞았음에도 민주 유공자 법안은 국회 본회의로 직행했다. 대상은 차별하지 않는 유공자 예우라야 정당하다. 그렇지 않은 특정 지역 우대 예우는 평온한 후대를 위해 목숨을 던진 이들을 오욕하는 만행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