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일본 라인 사태 일파만파…2019년 화이트리스트 배제 사건 떠올라

입력 2024-05-05 18:30:00 수정 2024-05-05 20:13:38

라인 사태 후 직접 행정지도 나서…'자국 산업 보호' 추가적 제재 우려
정부 '韓 기업 피해 확산' 예의 주시

네이버의 '라인(LINE)'
네이버의 '라인(LINE)'

일본 정부가 네이버의 '라인(LINE)' 지분 매각을 압박하면서 '소재 수출 금지'로 대표되는 제2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사건'이 재연될지 관심이 쏠린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관계부처는 5일 여러 채널을 통해 라인 사태에 대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정부는 일본 현지에서 라인 외 다른 한국 기업들의 피해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행정지도 차원에서 접근한 만큼 정부도 향후 일본의 진행 상황에 따라 대응 기조를 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표면적으로 드러난 양국 갈등이 없지만 일본에 진출했거나 준비 중인 한국 벤처 기업과 스타트업은 지난 2019년 '화이트리스트 배제' 사건을 떠올리며 긴장하고 있다. 2018년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로 인해 일본은 '공업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내렸다. 당시 일본 총무성은 '기존 수출구조의 재정비'를 언급했지만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당했다.

이번 라인 사태에 대해 지역을 비롯해 국내 기업들이 우려하는 이유도 기업 간의 갈등이 아닌 일본 정부가 직접적으로 행정지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본 현지 캐릭터 업체와 협업을 준비 중인 A 사는 "네이버라는 국내 굴지의 기업이 일본 정부로부터 지적을 받으면서 압박을 받는 소식을 들은 뒤부터 현지 소식을 계속해서 살펴보고 있다"며 "당장은 아무 일이 없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언제든지 일본 정부가 다른 업종에서 자국 산업 보호를 앞세우며 한국 기업을 압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일본은 국가 전략 자산으로 평가받는 AI(인공지능) 부문에서 민간기업 5곳에 6천억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자국 기술을 적극 육성 중이다. 일본이 자국의 기술을 육성하면서 방해가 되는 한국 기업이나 플랫폼에 대해 라인 사태처럼 여러 이유를 들어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VC)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정부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에 따라서 국내 스타트업들이 일본 현지 진출이나 사업 파트너 설정에 있어서 변화를 주게 될 수 있다"며 "시장 확대와 투자금 확보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벤처기업 혹은 스타트업은 일본의 보호무역주의가 다른 나라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라인 사태 = '라인' 메신저는 일본인 9천600만명이 이용한다. 지난해 회원 51만명의 개인 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됐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일본의 라인야후에 보안을 강화하고 모기업 네이버와는 시스템을 분리하라고 요구했다. 라인야후의 대주주는 지주회사 'A홀딩스'. A 홀딩스의 지분은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각각 절반씩 소유하고 있다. 네이버 지분이 소프트뱅크로 조금이라도 넘어가면 라인야후 경영권도 넘어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