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타협하라"는 洪, 文정부 땐 "의사증원은 의료계 의견 충분히 경청해야"

입력 2024-05-04 01:22:43 수정 2024-05-04 15:48:12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지난 2015년 3월 18일 경남도지사를 맡고 있던 홍준표 대구시장(오른쪽)과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도청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당시 언론 보도에서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지난 2015년 3월 18일 경남도지사를 맡고 있던 홍준표 대구시장(오른쪽)과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도청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당시 언론 보도에서는 '무상급식'을 주제로 논쟁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대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두고 "이제 그만 타협했으면 한다"며 특히 의사들을 '공인'이라고 규정,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과한 처사"라고 한 홍준표 대구시장의 4년 전 발언이 시선을 모으고 있다.

2020년 여름 당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의대 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한방 첩약 급여화·비대면 진료 도입 등 4대 의료정책을 두고 "3류 의사 생산하는 의료 포퓰리즘"이라며 "저항(파업)은 의료인들의 당연한 권리라고 본다"고 했던 것.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홍준표 시장은 3일 오후 5시 11분쯤 페이스북을 통해 "의료대란은 이제 그만 타협했으면 한다. (여론조사에서)국민 80%가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데, 유독 의사분들만 집요하게 증원 반대를 하면서 아예 공론의 장에 들어오는 것 조차 거부하고 있는 것은 의사될 때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와도 맞지 않는다"면서 의사들을 향해 "생명을 다루는 직업답게 경건하게 국민 앞에 서 주시기를 거듭 부탁 드린다. 의사는 개인도 아니고 투사도 아니다. 공인이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과한 처사"라고 했다.

여기서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점이 의사들의 파업에 대한 비판 근거가 됐는데, 4년 전에 문재인 정부 4대 의료정책 추진 당시 같은 키워드(국민의 생명)를 언급한 페이스북 글이 눈길을 모은다.

홍준표 대구시장 2020년 8월 27일(당시 무소속 국회의원(대구 수성을)) 페이스북 글
홍준표 대구시장 2020년 8월 27일(당시 무소속 국회의원(대구 수성을)) 페이스북 글

▶4년 전 무소속 국회의원(대구 수성을)이던 홍준표 시장은 2020년 8월 27일 오후 6시 24분쯤 페이스북에 글을 남겨 "3류 의사 양산하는 의료 포퓰리즘에 저항하는 것은 의료인들의 당연한 권리라고 본다"면서 "법조인 증원과는 달리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 증원은 막무가내로 밀어부칠 것이 아니라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우수한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부동산 파탄 대책을 밀어 부치듯이 3류 의사 양산 대책을 밀어 부치는 것은 180석(당시 21대 국회 여당 더불어민주당 의석 수. 참고로 당시 제1야당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석 수는 103석)만 믿는 무모한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홍준표 시장은 "코로나 혼돈 정국에 서로 대화해 타협점을 찾으시길 바란다"며 특히 "의료계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불법파업'으로 규정, 요즘과 마찬가지로 업무개시명령과 경찰 고발 등 조치를 취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2020년 9월 2일 페이스북 글
문재인 전 대통령 2020년 9월 2일 페이스북 글
홍준표 대구시장 2020년 9월 2일(당시 무소속 국회의원(대구 수성을)) 페이스북 글
홍준표 대구시장 2020년 9월 2일(당시 무소속 국회의원(대구 수성을)) 페이스북 글

▶이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엿새 뒤인 9월 2일 오후 1시 30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을 위로하며 그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 코로나19와 장시간 사투를 벌이며 힘들고 어려울텐데,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시겠는가?"라고 쓰자, 즉각 비판하기도 했다.

홍준표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글을 쓰고 3시간여 만인 당일 오후 4시 53분쯤 페이스북에 "국민 갈라치기도 모자라 이젠 의사, 간호사도 갈라치기 하나?"라고 물으면서 "트럼프(당시 미국 대통령) 트윗이 참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문재인 대통령 페북 글은 참으로 속보이는 유치한 글이다. 그만 내리시라. 대통령답지 않은 글"이라고 강도 높게 꾸짖었다.

이처럼 홍준표 시장은 '그땐(4년 전) 의사들이 맞고 지금은(4년 후) 의사들이 틀리다'는 의견 표명을 한 셈인데, 이는 4년 전의 경우 '의료 포퓰리즘' 등의 표현으로 문재인 정부 4대 의료정책에 대해 비판한 반면, 이번 윤석열 정부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대해서는 "국민 80%가 의대 증원을 찬성한다" "의사들이 아예 공론의 장에 들어오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다" 등의 이유로 "파업은 과한 처사"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즉 그때와 지금의 정책에 대한 각각의 평가 및 달라진 상황 등을 바탕으로 상반된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