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 화가' 구순기 할머니의 '엄마의 계절'

입력 2024-04-26 21:09:35

5월 1일부터 31일까지 2024 시민작가열전 첫 전시 공개

구순기 할머니 작 식물원. 대구생활문화센터 제공
구순기 할머니 작 식물원. 대구생활문화센터 제공

대구생활문화센터에서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한 달간 '시민작가열전'을 개최한다. '시민작가열전'은 전문예술인이 아니라 일상에서 예술 활동을 하는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전시로, 주류 예술의 변방에 가려졌던 생활미술의 매력을 찾아볼 수 있다.

상·하반기 각 1명씩을 선정해 전시를 진행하는데, 올해 첫 번째 주인공은 올해로 88세가 된 구순기 할머니다. 구순기 작가는 1937년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 후 아홉 살이 돼서야 한국으로 오게 됐다. 그녀는 일평생 그림과는 관계없는 삶을 살아왔지만 나이가 들며 청력이 약해지면서 우연한 기회로 그림을 접하게 됐다. 미술 정규과정을 거치지 않아 삐뚤빼뚤 그려진 그녀의 활동 뒤엔 작가적 의도가 아닌 그 자체로 개성 강한 작품이 되도록 응원하고 믿어준 딸이 있었다. 그림을 통해 '엄마의 계절'을 마주하게 된 딸은 어머니가 살아오며 스쳐 온 계절들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고, 이는 전시 제목이 됐다.

전시와 함께 시 낭독회 및 강연과 체험, 워크숍 등 다각도로 생활문화를 접해보는 자리도 마련된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당신의 계절에서'에서는 고명재 시인의 낭독회를 통해 회화와 시의 상관관계, 사랑에 관련한 내용을 다룬다. '엄마와 딸이 함께 하는 소통 콘서트'는 6쌍의 엄마와 딸을 모집해 침묵과 함께 그림을 통해 소통해보는 이색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전시작품 속의 동화적 요소와 작품을 배경으로 한 인형극 '작품 속으로 들어가기'도 준비돼 있다. 이 외에도 전시실을 방문하면 '그림편지:DEAR'에 상시로 참여할 수 있다.

박순태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문화예술본부장은 "이번 전시는 엄마와 딸이 그려나가는 협업 스토리라고 보면 된다. 어머니의 몰랐던 숨은 재능을 찾고 그녀가 그린 그림을 토대로 딸이 영감을 받아 써내려간 글귀를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이라며 "가정의 달을 맞아 모녀간의 정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053-430-5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