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없는 드라마]<24> 축구 국가대표팀 “어디까지 추락하나?”

입력 2024-04-28 06:30:00

황선홍 대표팀 임시 감독 자리, U-23 대표팀마저 망쳐(파리행 좌절)
대한축구협회 대표팀 감독 공석 장기화, “소나기만 피하자는 식”
축구에 광분하는 홍준표 대구시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직격

스포츠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로 그 누구도 감히 예측 불가한 '각본 없는 드라다', 인기 종목은 전 세계 팬들이 열광한다.
스포츠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로 그 누구도 감히 예측 불가한 '각본 없는 드라다', 인기 종목은 전 세계 팬들이 열광한다.
황선홍 U-23 축가 국가대표팀 감독이 2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와의 8강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황선홍 U-23 축가 국가대표팀 감독이 2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와의 8강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아시아의 축구 맹주'라고 일컬어졌던 대한민국 대표팀의 위상이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실망과 충격의 연속이다. 이번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 패배 후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되고, 어정쩡하게 황선홍 U-23 감독을 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선임하더니, 양쪽 모두 폭망의 길을 걷고 있다.

오죽했으면, 대구시정에 집중해야 할 홍준표 시장이 졸전 끝에 인도네시아와 승부차기 끝에 파리 올림픽 진출이 좌절된 것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겨냥해 "한국 축구 그만 망치고 나가거라"고 비판했다.

이어 홍 시장은 "이강인 파동 때 미온적인 대처로 난맥상을 보이더니, 사람이 없어서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겸임시켜 이 꼴이 되었느냐"고 지적했다.

현재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표류하고 있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 등 역대급 황금세대 멤버를 보유하고도, 시너지 효과는커녕 마이너스 팀워크로 축구팬들의 걱정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마저 실패하면서, 축구 광팬들은 폭동을 일으킬 태세임을 축구협회는 명심해야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U-23 대표팀의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을 두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직격했다. 연합뉴스+홍준표SNS
홍준표 대구시장이 U-23 대표팀의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을 두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직격했다. 연합뉴스+홍준표SNS

◆'자업자득'(自業自得), 앞으로가 더 걱정

대한민국 축구는 앞날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중동 국가들은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와 적극적인 선수 육성으로 유럽 강호들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

카타르가 아시안컵 2회 연속으로 우승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요르단이 4강전에서 한국을 격침시킨 것도 실력이 바탕이 된 결과로 해석하는 편이 정확한 분석으로 봐야 한다.

게다가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아시아에서도 대체로 약체로 분류되는 국가들도 대한민국 명장 박항서, 신태용 등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며, 한층 업그레이드된 전력으로 각종 국제 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을 위협하는 경기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쉽게 얕보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十常, 십상팔구(열에 여덟, 아홉은 예외가 없다는 뜻)의 줄임말)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아시안컵과 이번 U-23 아시안컵 8강전을 통해 똑똑히 보여줬다.

100일도 남지 않은 올해 가을 파리올림픽에서 태극전사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장면은 이미 물건너 갔다. 4강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진출 티켓을 이미 놓쳤기 때문. 만약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남의 나라 경기만 보게 된다면, 이 나라 국민들은 극도의 분노(대노)에 축구 후진국이라는 좌절감마저 맛봐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에 승부차기 끝에 패배해,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된 U-23 대표팀. 연합뉴스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에 승부차기 끝에 패배해,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된 U-23 대표팀. 연합뉴스

◆대표팀 감독 공석 길어져,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

U-23 대표팀의 파리행은 이미 좌절됐다. 이제는 남은 것은 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진출인데, 대표팀 감독 공석이 길어지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양쪽 팀 감독을 겸임하며, 땜방용으로 잘 쓰는 듯 했지만 결국은 인도네시아와의 8강전 패배로 지도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임시 감독용이지, 정식 감독은 물건너 갔다는 뜻이다.

대한축구협회의 차기 감독 선임에 대한 방향 설정과 빠른 대처에도 아쉬움이 많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의 '자율 방만'(?) 운영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일단 경질부터 했다. 그리고 U-23 황선홍 대표팀 감독을 임시 감독으로 선임했다. 이 자체가 대표팀 둘 다 망하자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었지만, 강행했다.

그래놓고, 대표팀 감독 선임은 소나기는 피했어야, 차일피일 미루자는 식으로 아직까지 투명한 감독 선임 계획조차 내놓치 못하고 있다. 중동 축구는 갈수록 강해지고, 동남아시아 국가들 역시 이제는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정도가 아니라 격퇴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을 못차리고 혼선을 거듭한다면, 다양한 스포츠 종목 중에 축구만이 줄 수 있는 나라의 자존심과 자부심이 동시에 바닥에 내동댕이 쳐 질 위기다.

더더욱 심각한 것은 스타급 주전 선수들간의 각자도생(各自圖生) 분위기. 선수들간의 갈등(손흥민-이강인, 손흥민-김민재)이 일단 봉합된 듯 보이지만 주장 손흥민도 심장(마음)이 많이 다쳤다.

손흥민은 이번 아시안컵 4강전 탈락 후 "내가 대표팀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먼저인 것 같다"고 솔직한 속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실 대표팀 주장이 애국심과 책임감, 사명감이라는 부담 때문에 '억지 춘향'이 되는 듯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대한민국호의 앞날에 먹구름은 언제 걷힐 지 모르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