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심장에서 계륵 신세 된 TK…해결책은 없을까

입력 2024-04-25 18:06:29 수정 2024-04-26 09:05:05

15일 오후 국민의힘 대구시당 대강당에서 한 당직자가 당기 등을 점검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15일 오후 국민의힘 대구시당 대강당에서 한 당직자가 당기 등을 점검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TK)이 4·10 총선 이후 당 안팎에서 2선 후퇴를 강하게 압박 받으며 억울한 상황에 직면하고 데에는 국민의힘 일당 체제의 장기화에 따라 보수진영에서 TK 유권자의 지지를 당연지사로 여기는 풍토가 만연해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낙하산 공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현 공천제도가 TK 정치권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22대 국회에선 이르면 올해 안에 현역 의원 평가기준을 확정해 TK 정치권이 공천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의정활동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개최한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 토론회에서도 영남당 탈피에 대한 목소리가 또 다시 터져 나왔다.

경기 고양병에서 낙선한 김종혁 조직부총장은 "대단히 죄송하지만 영남 자민련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 영남 당선자들이 일부러라도 희생을 해주셔야 한다"며 "당의 얼굴도 그렇고 모든 것들에서 지금과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시지 않으면 사랑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TK가 국민의힘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냄에도 이처럼 희생과 헌신으로 포장된 2선 후퇴를 압박받는 건 역설적이게도 압도적인 지지 자체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역에서 국민의힘 일당 체제가 장기화되자, TK 유권자의 몰표에 대해 당 전반이 무감각해진 것이라는 지적이다.

호남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일당 체제가 유지되고 있지만 호남 정치권과 유권자에 대한 홀대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은 20대 총선 국민의당과 이번 총선 조국혁신당 등 대안 세력에도 힘을 실어주며 민주진영 내의 견제와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보수와 진보진영의 텃밭임에도 불구하고 각 당에서 두 지역으로 대하는 태도에 큰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광주는 당(민주당)의 의지를 결정하는 반면, 대구는 결정된 당(국민의힘)의 의지를 수행한다"며 TK 유권자의 수동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TK 정치권에 대한 2선 후퇴 압박은 실제로 TK 현역 의원들의 경쟁력과 존재감이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자질과 능력이 떨어진다기보다는 공천권자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정치 구조가 근본 원인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TK 정치권의 위상이 왜 하락했는지는 사실 모두가 그 답을 알고 있다. 바로 공천 때문"이라며 "공천권자의 심기를 거스르며 공천을 받지 못하고 낙하산 공천이 내려와 자신은 낙선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으니 '할 말을 하는' 국회의원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2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은 올해 안에 차기 총선 공천을 위한 현역 의원 평가기준을 확정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미국처럼 낙하산 공천 가능성을 원천 배제하고 당이 정한 기준에 따라 의정활동을 수행하게 하고 공천 국면에선 당원과 국민의 참여를 더욱 확대한다면 TK 정치권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총선에서 일부 도입된 수도권과 영남 공천 이원화를 확대 추진하고, 차기 총선 수도권 출마 후보군을 지금부터 추려 경쟁력을 키우는 실무적 전략도 주문되고 있다. 수도권 보수와 영남 보수의 인식 차가 크다면, 변화한 시대상에 맞춰 제도를 재정비하고 인재도 육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치평론가인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지금 보수에서 영남당 책임론이 나오는 건 자해행위"라며 "수도권 선거 전략을 되돌아봐야 한다. 수도권에선 선거 3~6개월 전 새 후보들을 세워 대부분 패했는데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중장기적 후보 육성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