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 없이 박정희 동상 추진"…대구시의회 건립 조례안 제동

입력 2024-04-25 16:15:17 수정 2024-04-25 20:54:00

기행위 소속 시의원들 판단 주저
"정치적 논란 사전에 줄였어야"…"추경할 정도로 급한 일이었나"
市 "시의회 심사가 공론의 장"

구미시 상모동에 세워진 박정희 대통령 동상.
구미시 상모동에 세워진 박정희 대통령 동상.

23일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임시회 2차 본회의 시정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육정미 의원이 박정희 기념사업의 일방적 추진을 비판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3일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임시회 2차 본회의 시정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육정미 의원이 박정희 기념사업의 일방적 추진을 비판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시가 추진 중인 박정희 대통령 동상 건립 조례안에 대구시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의회는 '대구시의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조례안 통과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시의회가 자체적으로 중지를 모으면 되는 조례안을 시민사회단체 등을 의식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26일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과 이에 덧붙인 비용추계서에 대한 심사를 할 예정이다.

조례안은 대구시장이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관련 행사 등을 추진하는 근거를 담았다. 이를 토대로 대구시는 박정희 대통령 동상 건립을 위해 올해 1차 추경예산에 14억5천만원을 편성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시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시작점인 대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공로를 기린다는 뜻에서 시작한 사업으로, 충분한 명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행위 소속 시의원들은 '정치적으로 논란이 예상된다'며 조례안 판단을 주저하는 모습이다. 임인환 기행위원장(대구 중구1)은 조례안 추진에 대해 "시에서 조례안을 추진하기에 앞서 시의회와 사전에 논의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갈등을 사전에 줄여야 했다는 것이다.

기행위 소속 김대현 시의원(대구 서구1)도 "공론화 없이 추진하는 절차에 대해 (시의회 내에)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며 "절차가 올바르더라도, (동상 건립에 대한) 갈등이 있는데 이에 대한 감안 없이 추진할 수 있겠나"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추경예산으로 동상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 위원장은 "추경예산은 불요불급한 예산을 편성하는 일이다. 동상 설립은 그렇게 급한 사항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시의회 입장에 대해 대구시는 조례안을 올리기 전에 사전 논의를 하지 않더라도 시의회 차원의 심사로 충분히 조례안을 논의·통과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선조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지난 23일 대구시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좋은 평가와 다른 평가를 하는 분이 있지만, 5천년 가난을 끊어내신 분"이라며 "14억5천만원이 재정에 압박을 주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또한 김 부시장은 "대구시민을 대표하는 시의회가 가장 큰 공론의 장"이라며 "그것(공론화)이 없기 때문에 의회에서 공론화의 장을 열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시의회 권능을 스스로 폄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시는 이달 중 조례를 제정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동상건립준비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올해 안에 절차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