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불황 그림자…작년 대구시내 음식점 5천곳 문닫았다

입력 2024-04-21 18:30:00 수정 2024-04-21 19:41:42

상가 공실률 전국 평균 웃돌아
장기간 비워진 점포들 많아…동성로 르네상스 올해 진행
잠재력 있는 골목 발굴 나서…김광석·칠성가구거리 '활력'

21일 오후 대구 동성로 거리 점포 곳곳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다. 정우태 기자
21일 오후 대구 동성로 거리 점포 곳곳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다. 정우태 기자
21일 오후 대구 동성로 거리 점포 곳곳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다. 정우태 기자
21일 오후 대구 동성로 거리 점포 곳곳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다. 정우태 기자

21일 오후 찾은 대구 동성로.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서 동성로 28아트스퀘어(옛 대구백화점 본점 앞)까지 200m가 채 안 되는 구간을 걷는 동안 '임대' 현수막이 내걸린 점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2·28공원으로 가는 길목 앞에는 폐점한 식당이 늘어서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25) 씨는 "오랜만에 라면집을 찾았는데 문을 닫아서 당황했다. 단골이었던 가게가 하나 둘 문을 닫아서 아쉽다. 주변에 식당이 같이 문을 닫아서 그런지 더 휑한 느낌"이라고 했다.

대구 상권이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무너지고 있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공실이 증가하고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늘고 있다.

◆ 대구 상권 급격히 위축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의 상가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13.2%→13.5%), 소규모 상가(6.9%→7.3%), 집합상가(9.3%→9.9%)를 가리지 않고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오름세를 보였다. 대구의 경우 상업용부동산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14.1%→15.9%), 소규모 상가(8.2%→8.9%), 집합상가(9%→10.4%) 등으로 전국 평균에 비해 더 높은 상황이다.

폐업을 선택하는 소상공인도 늘어나는 추세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구지역 내 일반음식점 폐업은 3천194건으로 전년(2천835건)에 비해 1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게음식점 폐업은 1천393건에서 1천810건으로 29.9% 뛰었다.

동성로에서 20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박모(50) 씨는 "코로나19 이후로 폐업한 가게가 부쩍 늘었다. 최근 동성로를 찾는 유동인구는 다시 늘어난 걸 체감할 수 있지만, 정작 매출은 제자리 걸음"이라며 "물가가 뛰면서 지갑을 닫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동성로는 공실이 생기면 바로 채워지는 상권이었는데, 요즘엔 장기간 비워진 점포도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지역 상권 활성화 안간힘

대구시와 자영업자들은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골목경제권 조성사업'이 대표적이다. 잠재력 있는 골목상권을 발굴하고 경제공동체 조직화를 통해 자생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시는 골목상권 활성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골목상권 조직화와 공동마케팅, 회복·활력 지원 등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김광석거리, 칠성가구거리, 물베기거리 등이 활력을 되찾는 성과를 이뤘다. 올해도 신규 골목상권 공동체 지원 등 단계별 맞춤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상권인 동성로를 되살리기 위한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도 올해 본궤도에 올라 주목된다. 도심캠퍼스 1호관이 지난달 운영을 시작했고 매주 목·금·토 28아트스퀘어 앞에서 열리는 '청년버스킹' 공연이 진행 중이다. 향후 관광특구 지정, 2·28기념중앙공원 리뉴얼 등 관련 사업이 순항할 경우 동성로 상권 활성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호 동성로상점가상인회장은 "동성로를 비롯한 지역 상권 회복을 위해 민관이 긴밀하게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 바로 결과를 기대하기 이르지만, 차츰 좋은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믿고 있다. 대구지역 상권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