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믿었던 애인에게 배신당한 뒤 인생 내리막길…우울증에 암까지 덮쳐

입력 2024-04-23 06:30:00 수정 2024-04-23 10:10:38

고교 자퇴 후 돈 벌기 시작해…여자친구 빚 대신 갚아준 뒤 버림 받아
정신병에 술·담배 의지하다 장기도 나빠져
거동 힘들고 빚은 늘어나…아들 노릇 하는 게 꿈

지난 19일 김태호(49) 씨가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성현 기자
지난 19일 김태호(49) 씨가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성현 기자

"어머니만 생각하면 눈물이 쏟아져요. 한평생 자식 뒷바라지만…."

경북 구미에 사는 어머니가 집으로 왔다. 밀린 빨래와 방 청소를 해준 그녀는 말없이 10만원 정도 든 돈 봉투를 자리 위에 올려놓곤 그새 갈 채비를 한다. 남들처럼 어머니께 맛있는 음식도 대접하고, 좋다는 곳도 모셔가고 싶은데 도무지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사실 건강 상태는 핑계일지도 모른다. 80대인 어머니가 폐지를 줍고, 목욕탕 세신사로 일하며 힘겹게 번 돈을 조금씩 받아쓰는 생활이 수십 년째다. 젊은 시절에는 일도 잘했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도 좋았었는데... 돌아가고 싶은 몇몇 순간들이 머리를 스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원통한 마음이 가득 담긴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 빚 갚아줬더니 도망친 여자친구...우울증 찾아와

어릴 적부터 김태호(49) 씨는 굶는 게 일상이었다. 아버지가 목수로, 어머니가 세신사로 일을 했었지만 벌이가 시원찮았던 탓이다. 가부장적이었던 아버지는 늘 말보다 주먹이 앞섰고, 그 상대는 어머니와 태호 씨였다. 사춘기 시절 아버지와 벽을 쌓은 뒤로 그가 치매를 앓다 3년 전 돌아가시기까지 태호 씨는 제대로 된 부정(父情)을 나눈 기억이 없다.

1남 1녀 중 장남이었던 태호 씨는 학비가 없어 자퇴도 두 번이나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첫 자퇴를 한 뒤 보석 세공 일을 하며 돈을 모아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모아둔 돈이 떨어지자 고등학교 3학년 때 두 번째 자퇴를 했다. 그즈음 허리를 크게 다친 아버지가 더 이상은 목수 일을 할 수 없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그 뒤로는 대구 3공단을 전전하며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성실한데다 주변 인간관계도 좋아 수완도 좋았다. 군대에 다녀온 뒤부터는 작은 기술을 배워 가족을 꾸리고 싶다는 꿈이 생겼고, 30대 중반 시절 친구를 통해 3살 연하의 여성을 소개받았다. 피차 서로 결혼을 할 처지는 아니었던 둘은 동거 생활을 시작했다.

같이 산 지 5달이 넘었을 무렵 태호 씨는 여자친구에게 카드빚이 6천만원이나 있는 걸 알게 됐다. 무직이었던 그녀는 빚을 갚아갈 능력이 없었고, 태호 씨는 5천만원을 빌려 그 빚을 대신 갚아줬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빌린 돈은 매달 꾸준히 조금씩 갚아갈 요량이었다.

돈을 갚아나간 지 2년 정도가 됐을 무렵, 태호 씨의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수입은 전과 비슷했지만 2명이 함께 생활하다 보니 들어가는 돈이 점차 많아지기 시작했고, 돈을 빌려 간 지인들이 이를 갚지 않는 상황도 생겨났다. 점차 카드빚이 밀리자 태호 씨는 본인의 가족들에게 손을 뻗기도 했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그때 여자친구는 소리소문없이 그의 곁을 떠났다. 태호 씨가 여자친구의 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쯤이었다. 한동안은 그녀를 찾아볼 생각도 했지만 어디로 어떻게 가버렸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큰 배신감을 느낀 태호 씨에겐 우울증이 찾아왔고, 매일 술에 의지하며 삶을 비관하는 날이 반복됐다.

◆ 건강상태 악화…빚도 눈덩이처럼 늘어나

모든 것이었던 사람에게 버림받은 기억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맨정신에도 그녀의 모습과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일은커녕 일상생활을 유지하기도 어려웠고, 급기야 자해를 하다 8개월 동안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기도 했다. 그 사이 빚은 점점 늘어났고 빚 독촉 전화도 끊이질 않았다.

정신적인 고통은 몸으로도 이어졌다. 아픈 기억을 잊으려 술과 담배에 의존하다 보니 위, 간, 폐 등 내장기관이 모두 나빠졌고, 노화가 급격히 진행됐다. 3년 전에는 간암과 폐암 초기 판정을 받았고 최근엔 시력도 안 좋아졌다. 눈물샘이 자꾸 막히는가 하면 백내장도 의심되는 상태다.

태호 씨는 목 디스크와 허리 디스크도 앓고 있어 약을 타기 위해 병원을 가는 것 외에는 하루 종일 누워 있을 수밖에 없다. 앞이 잘 안 보이는 눈에 자주 저릿한 손발로 움직이다 보니 자꾸 넘어지는 일이 빈번해서다. 얼마 전에도 병원을 가다 두 팔꿈치가 골절됐다. 다른 일들은 일주일에 두어번 태호 씨를 찾아오는 전 직장동료의 도움을 받고 있다.

5천만원으로 시작된 빚은 현재 7천만원까지 늘어났다. 현재 살고 있는 달서구의 한 임대아파트 월세를 포함해 각종 공과금이 체납됐고, 지인에게 명의를 잘못 빌려줬다가 사기를 당하면서 빚이 더 불었다. 다행히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돼 매달 76만원을 국가에서 받고 있지만 의료비와 최소한의 부채 상환을 하기에도 벅차다.

태호 씨는 병원비와 약값 등만 해결된다면 빨리 건강을 되찾아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그동안 가족에게 받기만 했던 자신이 미워졌기 때문이다. 돈을 벌어 난생처음 아버지 제사상을 차리고, 연락이 끊겼던 여동생에겐 오빠 노릇을 하고, 어머니에겐 용돈을 드리는 것이 이젠 그의 마지막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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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세 딸 키우는 김기진 씨에게 2,201만원 전달

주폭 남편 피해 딸들과 도망쳤지만 아픈 몸에 생활고 겪고 있는 김기진 씨(매일신문 4월 9일 10면 보도)에게 2천201만6천762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김종균 5만원 ▷방순옥 4만원 ▷나선희 3만3천원 ▷이서연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박임상 2만원 ▷신종욱 2만원 ▷김순희 1만원 ▷김진만 1만원 ▷박진구 1만원 ▷허영재 1만원 ▷조인숙 5천원 ▷이장윤 2천원 ▷'석미혜(계대)' 1만원 ▷'돕자' 800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뇌병변 장애 앓고 있는 동현 씨에게 2,670만원 성금

선천적으로 뇌병변 장애 앓다 최근 병세 악화된 김동현 씨(매일신문 4월 16일 10면 보도)에게 44개 단체, 177명의 독자가 2천670만8천221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대구은행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포항하우방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김권환)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무한상사 (이준혁)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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