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덕 교수의 골프산업] 골프장 사고, 누구의 잘못인가

입력 2024-04-21 16:38:19 수정 2024-04-21 19:01:46

최근 골프 사고 관련 캐디에 관한 유죄 판결
골프장에서 캐디에게 책임 떠넘기기 안 돼
골프장에서 안전 관련 매뉴얼 좀 더 구체화해야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이달 초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골프장 캐디 A(52·여) 씨에게 금고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연합뉴스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이달 초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골프장 캐디 A(52·여) 씨에게 금고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연합뉴스

언제나 그랬듯이 아름다움을 넘어 아련한 벚꽃의 만연은 대한민국 골프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아름다운 신호이다. 특히 대구·경북은 그 아름다움을 세계에 뽐낼만한 지역임이 틀림없다. 필자는 매년 경주에서 그 해의 첫 골프를 시작한다. 올해는 경주CC에서 시작하였으며, 내장객들이 모두 즐거움 함박웃음과 함께 플레이를 즐기는 모습은 매우 보기 좋았다.

4월은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의 '마스터스' 대회의 개막으로 전 세계 골프팬들의 관심과 참여가 고조되는 시점이다. 봄 시즌 골프산업 주요 이슈가 무엇일까 고민하다, 구글링의 결과 "캐디"에 초점을 맞췄다. 마스터스 파3 경연대회의 김주형 선수의 캐디로 함께한 영화배우 류준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30대 여성 골퍼의 안타까운 타구 사고로 인한 캐디의 업무상 과실 유죄 판결은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캐디의 업무상 과실에 대한 부분은 우리 골프산업이 지니고 있는 총체적 시스템에 대해 우리 모두 회개지심(悔改之心, 되돌아보며 고치려는 마음)해야 할 사안으로 생각한다.

판결의 내용은 티샷 플레이 중인 상황 전방에 카트를 정차했으며, 해당 캐디는 안전주의에 관한 책임을 매뉴얼대로 다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다. 언론에 보고된 현장 사진을 티그라운드 후방에 카트를 정차시킬 공간이 없는 홀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캐디는 분명 타구된 공의 예측 비구선을 피할 수 있는 지역에 정차시키고 플레이 중임을 명확히 해야 하는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고를 당한 골퍼와 20여 년 경력의 베테랑 캐디 모두에게 안타깝고 불행한 사고임이 틀림없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서 발행한 '골프장 안전 매뉴얼북'.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제공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서 발행한 '골프장 안전 매뉴얼북'.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제공

골프에서 안전과 관련된 '메뉴얼'이 무엇인지 대해 찾아봤다.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자료는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의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골프장 캐디 안전보건'(2019), '고객응대 근로자 건강보호 업종볍 메뉴얼'(2019),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골프 경기보조원의 직무 스트레스 관리지침'(2012) 그리고 한국골프장경영자협회의 '안전설명서'(2011, 2019 개정판)가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발행한 자료는 교육 및 서비스 운영 절차를 위한 안전 메뉴얼로 사용하기에는 내용이 부족하며, 골프장경영자협회의 매뉴얼은 안전한 골프환경 확보를 위한 상세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 호에서 필자는 한국 골프장 서비스 표준개정(한국표준협회)을 진행하고 있음을 언급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스포츠산업에 가장 큰 산업의 규모와 참여를 보이는 골프임에도 2007년 제정된 2건의 골프장 서비스 표준은(KS S2007-01과 KS S2007-2) 매우 조악한 수준이었으며, 필자의 연구팀이 발견한 가장 큰 문제점은 안전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실행 규칙 내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통합표준의 내용 중 안전과 관련한 다양한 국제 연관표준 및 메뉴얼 확인하고 검토했다. 그럼에도 지난주 있었던 최종 기술심의위원회에서도 안전한 골프장 서비스 프로세스를 위한 실행 표준 내용을 추가하라는 의견을 냈다.

골프에서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중요한 사안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캐디는 특수형태 근로자로 골프장에서 근무하고 있으나 가장 오랜시간 고객을 응대하고 안전을 책임진다. 더불어 그 근무환경 역시 다양한 스트레스와 각종 위험(카트운행 및 관리, 골프백 이동을 위한 컨베이어 벨트, 타구사고, 뱀 물림사고, 낙뢰 및 추행사건 등) 속에 있다.

또한, 그들의 직무형태와 자율성은 매우 불안정하고 낮으며, 지나친 농담과 언행의 골퍼들로 인해 감정노동의 수준 역시 높은 것은 사실이다. 특수 고용직 자영업자의 형태로 그 혜택이 미비한 고용보험에 관한 책임이 전부이다. 골프장의 고객이 골퍼들과 가장 오랜 시간 직접적인 서비스 응대를 수행하는 캐디의 역할과 역량은 골프장 평가에 중요한 변수이다.

스포츠 위험관리에 대한 학문적 체계를 구축한 허브 아펜젤러(Herb Appenzeller) 교수에 의하면 위험은 모든 스포츠에 잠재되어 있으며, 아무리 안전한 프로그램도 그 사고를 완전히 피할 수 없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큰 책임을 묻는 것만으론 안전한 골프환경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최소한 우리가 모두 머리를 맞대어 안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준비할 때, 미리 방지하고 피치 못할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금 묻고 싶다. 골프장은 올바른 메뉴얼 제공하고, 소속 캐디들에 관한 교육의 책임을 다해 왔으며,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관리 담당자(일반적으로 골프생활체육지도사 2급 이상/체육시설설치이용에 관한 법률)는 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왔는지를. 골프장은 고객 그리고 본인의 사업장을 위해 근무하는 캐디에 대한 엄중한 책임이 다해야 한다.
계명대학교 스포츠마케팅학과 교수(한국프로골프협회 소속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