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외국인 근로자도 없어 못 쓴다…구인난 심각

입력 2024-04-18 18:30:00 수정 2024-04-18 20:33:37

수도권 근무 외국인 전체 58.3% 대구경북 6.7% 불과
3명 중 1명은 월 임금 300만원 이상…이직 희망 사유 1위 '임금 낮아서'

18일 오후 대구 성서공단 내 한 정밀 파이프 제조 중소기업에서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18일 오후 대구 성서공단 내 한 정밀 파이프 제조 중소기업에서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일이 험하면 한 달도 못 채우고 떠납니다."

18일 오전 대구염색산업단지에서 만난 A업체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 현황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장기 근속은 기대하기 힘들고, 업무량이 많은 시기에 급한 일손이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숙련도가 높은 국내 근로자도 있지만 대부분 나이가 많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기본적으로 연령이 낮고 체력이 좋아 생산성 자체가 높다. 하지만 최근에는 처우가 좋은 곳을 찾아 외국인들도 이직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외국인 인력도 '귀한 몸'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잦은 이직으로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는 지역 중소기업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통계청이 발간한 '2023년 이민자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경권(대구경북) 외국인 취업자 수는 6천7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총 인원(92만3천명) 대비 6.7%에 불과하다.

반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취업자 수는 53만9천명으로 비중은 과반 이상인 58.3%에 달한다. 외국인 인력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한 직장에 머무는 기간은 짧은 편이다. 동일 직장 근속기간별 취업자는 3년 미만이 62.6%로 3년 이상(37.4%)과 큰 격차를 보였다. 이 가운데 6개월 이상 1년 미만은 17.2%, 6개월 미만도 19.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높아진 급여 수준도 중소기업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 외국인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수준을 조사한 결과, 300만원 이상이 35.8%를 차지했다. 또 외국인 임금근로자가 이직을 희망하는 사유로 '임금이 낮아서'가 39.2%로 가장 많이 꼽았다.

성서산업단지 입주기업 B사 관계자는 "현장 인력의 절반은 외국인이다. 한국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동일한 최저 시급이 적용되고, 야근이나 잔업을 도맡아서 하기 때문에 급여 수준은 내국인보다 더 높은 경우도 많다. 이직을 막기 위해 없는 잔업도 만들어주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어 "예전과는 다르게 처우를 최우선으로 한다. 근로자 간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어 소문이 좋지 않으면 인력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외국인 인력 관련 제도 개선으로 인력난 완화를 기대할 수 있지만 양적 확대와 더불어 질적 향상도 필요하다"며 "악의적으로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경우 제재장치를 마련하고 동시에 성실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고 했다.

통계청 제공
통계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