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 4월 농산물 할인에 1천637억원 투입했지만 ‘역부족’
안동농협공판장 사과 물량↓ 가격↑…3월 사과값 전년비 135% 올라
건고추도 1근당 7.5~22.7% 높게 거래…재배면적 줄면서 올해도 가격 높을 전망
'국민과일' 사과 가격이 하늘을 찔러 '국빈과일'이 된 가운데 한국인의 '맵부심'을 지키던 고추 가격까지 뛰어 장바구니 물가가 고통받고 있다. 농산물 유통업계는 올해 생산하는 물량이 시장에 나와야만 가격 상승폭을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남부권에서 가장 많은 사과 물량을 처리하는 안동농협공판장에 따르면 이곳은 지난 3월 한 달 동안 3천632톤(t)의 사과를 거래했다. 이는 전년 대비 6.6% 줄어든 것이다.
이에 반해 사과 20㎏당 평균 가격은 10만7천122원으로 전년 대비 135%나 오른 채 거래됐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10일까지 전년 대비 2.3% 줄어든 1천280t이 거래됐으며, 가격은 20㎏당 평균 11만18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 도시 중 사과 생산량이 가장 많은 청송의 사정도 비슷하다.
청송공판장에서는 지난달 사과 503t을 거래해 전년 대비 37.9% 감소했다. 사과 20㎏당 평균 가격은 11만2천173원으로 전년 대비 126% 상승 거래됐다.
이달 들어 10일까지는 182t이 거래해 전년 대비 25.1% 줄었고 사과 20㎏당 평균 가격도 11만6천870원으로 지난해보다 111% 높게 거래됐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수확기부터 이어진 공급량 감소 영향이다.
정부가 치솟는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려 3, 4월 1천637억원을 투입해 농산물 납품단가를 지원하고 대형마트 중심 할인 판매까지 했으나, 수요 대비 물량 자체가 적다 보니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
청송공판장 측은 "사과의 공급물량이 감소해 당분간 가격도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농가 보유 물량도 줄어 다음 달 26일쯤 경매 운영을 조기 마감할 예정이다. 올해 출하하는 물품이 나오면 공판장이 재개되고 가격 역시 자연스럽게 잡힐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건고추 가격도 높게 형성되고 있다. 2023년산 재고량과 재배 면적이 줄어든 데다, 지난해 여름 유행한 고추탄저병에 경북 북부를 비롯한 농가 작황이 나빴던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건고추는 서울도매시장에서 지난달 말 기준 1근(600g) 당 평균 가격이 전년 대비 7.5% 오른 1만3천440원에 거래됐다. 서안동농협고추공판장에서도 이달 초 1근 당 평균 9천657원에 거래돼 전년 대비 22.7% 뛰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고추 가격 역시 예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2.1%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은 "농업인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등으로 재배 면적이 예상치보다 더 줄어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청송군 관계자는 "지역 내 고추 육묘 및 종자 신청량은 전년과 비슷하므로 생산량 감소가 덜 할 것"이라며 "고령 농업인 등이 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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