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15곳 거부당하고 사망…'응급실 뺑뺑이'로 부산→울산 갔다

입력 2024-04-11 19:51:18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응급의료센터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응급의료센터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에서 급성 심장질환이 발생한 50대 환자가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환자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종합병원 등 시내 15개 병원이 수용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증상이 나타난 지 5시간 지난 뒤에야 울산시로 이송돼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11일 의료계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50대 남성 A 씨는 지난달 26일 오전 6시 13분경 부산 동구의 자택 주차장에서 흉통과 호흡곤란을 호소했고 가족이 즉각 119에 신고했다. 7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는 인근 응급실 10곳 이상에 전화를 돌려 신고 접수 후 46분만인 오전 6시59분 부산의 한 종합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 의료진은 A 씨 증상이 '급성 대동맥 박리'라고 진단하면서 응급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동맥 혈관 내부가 파열돼 동맥 혈관 벽이 찢어진 질환을 치료하려면 위험한 수술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당시 병원에서 흉부외과 전문의가 다른 수술에 들어갔던 탓에 다른 병원을 수소문해야 했다.

종합병원 의료진은 병원 3곳에 전화를 돌린 후 57km가량 떨어진 울산 중구의 다른 종합병원으로 이송했다. A 씨는 결국 신고 후 4시간 50분가량이 지난 오전 11시경에야 수술실로 들어갈 수 있었고, 수술 후 6일 만인 이달 1일 병원에서 사망했다.

이러한 사례 신고를 접수한 보건복지부와 부산시는 지난 9일 병원들에 대한 의무 기록 확보를 요청하면서 현장 점검에 나섰다. A 씨 유족은 병원 응급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