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리 지음/도서출판 청어 펴냄
일정한 내적 연관을 지닌 열 두 편의 단편소설을 연쇄적으로 묶은 연작소설집이다. 1화 '그림자 춤'에서 12화 '착각과 망각 사이'에 이르기까지 영근과 그의 단짝인 박상수의 대담과 행장(行狀)을 통해 전편의 플롯이 펼쳐진다.
70대 퇴직 교사인 영근과 사업가 상수는 고향 농업고등학교 동창이다. 이들은 개성공단 내 섬유 사업에 참여했다 도산하고 간암으로 투병 중인 또 다른 동창 이경석을 문병하는데, 이 자리에서 경석은 정작 자국민의 민생은 외면한 채 생색내기식 대북 지원에 몰두하는 당국을 성토한다. 그러면서 '그림자 춤'이란 비유를 든다.
"피 같은 돈 30억 날리고, 피눈물 머금고 자진 철수했지. 자진 철수는 지급 대상이 아니라면서 보험금 한 푼도 안 주데. 생각해보니까 이 모두가 그림자 춤 같애. 실체는 따로 있는데 부피도 빛깔도 없이 흐느적거리는 그림자 춤. 자기 자신의 의지에 따른 춤사위는 하나도 없고 오직 실체의 움직임에 따라서 뛰고 흔들고 구르고 하는 그림자."(1화 '그림자 춤' 중)
위장된 풍요 속에 정신은 빈곤해져 가는 우리 시대 소시민의 일상에 대해 탐구하는 이 책은 인간다운 삶에 대한 치열한 성찰임과 동시에 상처받은 그네들의 영혼을 위무하는 인생 처방전이다. 239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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