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민지(MZ)] 할매·할배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 한 잔 향촌동 '태평살롱'

입력 2024-04-04 13:30:00 수정 2024-04-06 22:19:12

태평시니어협동조합 2호점…3천원 넘는 메뉴 없을 정도로 착한 가격

대구 중구 향촌동 수제화 골목에는 '할매할배 바리스타'가 있다. '왕언니'의 나이는 무려 79세. 이곳은 바로 '태평살롱'이다.
대구 중구 향촌동 수제화 골목에는 '할매할배 바리스타'가 있다. '왕언니'의 나이는 무려 79세. 이곳은 바로 '태평살롱'이다.

대구 중구 향촌동 수제화 골목에는 '할매할배 바리스타'가 있다. '왕언니'의 나이는 무려 79세. 미지근한 물에 믹스커피를 대충 타준다고 지레 짐작하면 곤란하다. 6개월 바리스타 교육 과정을 통해 자격증을 획득했고, 베이커리 전문 교육까지 받아 재작년부터는 직접 빵도 구워 낸다.

"수제화 골목이 꼭 우리 모습 같지 않나요? 한때는 번성을 이뤘지만 지금은 조용하고 침체된 거리.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늙어서도 활력 있게 살고 있는 우리처럼 수제화 골목도 그렇게 한번 만들어 볼랍니다. 우리 카페가 바글대면 골목도 덩달아 바글대겠죠"

◆직원 전원 월급 '0원', 착한 가격의 비결

아메리카노 2천원, 유자차 2천원. 12가지 곡물이 들어간 라떼 한 잔은 고작 3천원이다. '태평살롱'에는 3천원이 넘는 메뉴가 없다. 착한 가격이 가능했던 비결은 바로 인건비. '태평살롱' 20명 직원들은 하루 8시간 일하고 돈 한 푼 못 받아도 불평불만 하나 없다. 20명의 '할매할배바리스타'는 매일 2명씩 조를 이뤄 번갈아 카페로 출근해 손님을 맞는다.

'태평살롱'은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카페다. 2018년 대구시 중구 노인복지관에서 문화강좌로 바리스타 과정을 수강한 이후 바리스타 자격을 취득했고, 당시 10명의 교육생들이 힘을 합쳐 복지관 내 1호점을 개점했다. 사진은 중구 노인복지관 내 '태평살롱' 1호점.
'태평살롱'은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카페다. 2018년 대구시 중구 노인복지관에서 문화강좌로 바리스타 과정을 수강한 이후 바리스타 자격을 취득했고, 당시 10명의 교육생들이 힘을 합쳐 복지관 내 1호점을 개점했다. 사진은 중구 노인복지관 내 '태평살롱' 1호점.
'태평살롱'은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카페다. 2018년 대구시 중구 노인복지관에서 문화강좌로 바리스타 과정을 수강한 이후 바리스타 자격을 취득했고, 당시 10명의 교육생들이 힘을 합쳐 복지관 내 1호점을 개점했다. 사진은 중구 노인복지관 내 '태평살롱' 1호점.
'태평살롱'은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카페다. 2018년 대구시 중구 노인복지관에서 문화강좌로 바리스타 과정을 수강한 이후 바리스타 자격을 취득했고, 당시 10명의 교육생들이 힘을 합쳐 복지관 내 1호점을 개점했다. 사진은 중구 노인복지관 내 '태평살롱' 1호점.

'태평살롱'은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카페다. 2018년 대구시 중구 노인복지관에서 문화강좌로 바리스타 과정을 수강한 이후 바리스타 자격을 취득했고, 당시 10명의 교육생들이 힘을 합쳐 복지관 내 1호점을 개점했다. 이후 2020년, 시니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자발적인 노력으로 16명으로 구성된 태평시니어협동조합을 결성했고, 2022년 행안부 지정 중구 마을기업에 뽑히며 '태평살롱'은 2호점까지 문을 열었다.

"바리스타 교육생으로 만났던 시니어 10명이 어느덧 7년째 카페 운영을 같이 하고 있네요. 직원 숫자도 두 배 늘었고요" 태평시니어협동조합 최창호 회장은 2018년 태평살롱 1호점을 개소할 당시를 회상했다. "복지관에서 커피를 배우고 나니, 복지관 안에 커다란 광장이 보이더라고요. 거기가 휑해 보였고 여기에 카페가 마련되면 우리 시니어 바리스타들이 봉사활동을 해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시기도 좋았다.

복지관 측도 카페 건립을 위해 예산을 마련하던 중이었고,그렇게 시니어 바리스타에게 흔쾌히 운영을 맡겨졌다. "1호점이 정말 잘 됐어요. 노인 복지관에서 노인들이 커피를 내려주니 의미도 깊었죠. 그렇게 2022년도에 마을기업까지 선정되며 향촌동 2호점을 직영점으로 낼 수 있었습니다"

2020년, 시니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자발적인 노력으로 16명으로 구성된 태평시니어협동조합을 결성했고, 2022년 행안부 지정 중구 마을기업에 뽑히며 '태평살롱'은 2호점까지 문을 열었다. 사진은 태평살롱 2호점 오픈식 당시 모습.
2020년, 시니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자발적인 노력으로 16명으로 구성된 태평시니어협동조합을 결성했고, 2022년 행안부 지정 중구 마을기업에 뽑히며 '태평살롱'은 2호점까지 문을 열었다. 사진은 태평살롱 2호점 오픈식 당시 모습.

마을기업사업에 선정되며 받은 사업비 5천만원은 태평살롱 2호점의 사업 자금으로 쓰였다. 1호점에서는 커피만 내리던 시니어들이, 2호점 개점을 앞두고는 김천대 제과제빵과를 찾아 베이커리까지 배웠다고. 그렇게 태평시니어협동조합 20명은 교대로 근무하며 태평살롱 1,2호점을 꾸려가고 있다.

대구중구노인복지관 이태승 사회복지사는 "노인 일자리 형태, 그러니까 급여를 받고 일하는 시니어 바리스타는 꽤 있는걸로 안다. 하지만 협동조합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마을기업 형태로 봉사의 개념으로 카페를 꾸려나가는 것은 태평살롱이 유일하다. 그래서 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재작년부터 '태평살롱'에서는 공연도 열린다. 난타, 색소폰, 하모니카, 오카리나 무료 공연을 진행한다. 공연날에는 커피와 디저트류가 모두 공짜다.
재작년부터 '태평살롱'에서는 공연도 열린다. 난타, 색소폰, 하모니카, 오카리나 무료 공연을 진행한다. 공연날에는 커피와 디저트류가 모두 공짜다.

◆침체된 골목 활성화 기여 '사랑방 역할'

저렴한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태평살롱'의 인기 비결은 '할매할배 바리스타'들의 연륜 있는 손님 응대다. 그래서인지 손님들의 연령대도 다양하다. 손님들이 방문하면 그저 커피만 내려 보내지 않는다. 간단한 인사말이나 정겨운 이야기들을 나누는 덕에 단골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특히 인근 종로 초등학교에서는 꼬마 손님들이 많이 찾아온다. 꼬마 손님들에게 '태평 살롱'은 할머니 집이자, 맛있는 걸 듬뿍 내어주는 놀이터 같은 곳이다.

비슷한 연령대의 어르신들에게 '태평살롱'은 선망의 대상이다. '할매할배 바리스타'를 보고 새로운 삶에 대한 용기도 얻어간다는 것. 실제 한 60대 손님은 '태평시니어협동조합' 조합원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그리고 '할매할배 바리스타'를 동경하던 그 손님은 '태평살롱'에서 열심히 커피를 내리고 있다.

'태평살롱'은 이름값도 톡톡히 하고 있다. 모두가 모여 춤추고 노는 광장이라는 '살롱'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 태평살롱 2호점을 향촌동 수제화골목에 낸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1970년에 조성된 '수제화골목'은 옛 명성에서 사라지며 침체된 골목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런 수제화 골목이 자신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생각했다고. 태평시니어협동조합 최창호 회장은 "시끄럽고 사람 많은 동네보다는 이곳을 찾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사랑방 역할을 하며 골목 상권까지 함께 살리고 싶은게 우리들 소원이다" 라고 말했다.

그렇게 태평살롱은 향촌동의 사랑방을 자처했다. 좋은 재료에 정성을 넣어 메뉴 하나하나를 준비한다. 빵과 쿠키, 음료에 넣는 각종 과일 청까지도 직접 담는다. 직원들의 진심에 손님들은 이곳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남구에 사는 이종개 씨(82)는 "경상감영공원 쪽으로 자주 나오는데 이곳에 꼭 들른다. 얼마나 친절하고 커피도 맛있는지 모른다. 다른 카페들과 여기는 뭔가 다르다, 정말" 이라고 말했다. 재작년부터 '태평살롱'에서는 공연도 열린다. 난타, 색소폰, 하모니카, 오카리나. 무료 공연을 진행한다. 공연날에는 커피와 디저트류가 모두 공짜다.

◆온몸 쑤셔도 배워가는 것 많아 행복!

지난달 28일 기자가 찾은 '태평살롱'은 대량 주문을 소화하느라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할매할배 바리스타'가 누구더냐. 숙련된 손길로 아메리카노 열댓 잔을 순식간에 만들어 냈다.

바리스타 신금숙(74) 씨는 70대 나이가 무색하게 하루종일 서서 손님을 응대한다. "우리 자식들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정성을 다해 만들어 낸다. 그러니 오는 손님들도 다들 호의적이다. 시니어들이 봉사를 한다고 하면 어떤 손님들은 고생한다고 오히려 먹을걸 갖다 주시기도 한다. 삶의 활력이다" 다리가 아플 법도, 허리가 쑤실 법도 하지만 시니어 바리스타는 항상 웃으며 일한다.

다리가 아플 법도, 허리가 쑤실 법도 하지만 시니어 바리스타는 항상 웃으며 일한다. 이들은 한시도 가만히 앉아 있는 법이 없다. 쓸고, 닦고. 눈코뜰새 없이 움직이는 영락없는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이다.
다리가 아플 법도, 허리가 쑤실 법도 하지만 시니어 바리스타는 항상 웃으며 일한다. 이들은 한시도 가만히 앉아 있는 법이 없다. 쓸고, 닦고. 눈코뜰새 없이 움직이는 영락없는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이다.
1호점에서는 커피만 내리던 시니어들이, 2호점 개점을 앞두고는 김천대 제과제빵과를 찾아 베이커리까지 배웠다고. 그렇게 태평시니어협동조합 20명은 교대로 근무하며 태평살롱 1,2호점을 꾸려가고 있다.
1호점에서는 커피만 내리던 시니어들이, 2호점 개점을 앞두고는 김천대 제과제빵과를 찾아 베이커리까지 배웠다고. 그렇게 태평시니어협동조합 20명은 교대로 근무하며 태평살롱 1,2호점을 꾸려가고 있다.

이들은 한시도 가만히 앉아 있는 법이 없다. 쓸고, 닦고. 눈코뜰새 없이 움직이는 영락없는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이다. 신금숙 씨와 2인조를 이뤄 커피를 내린다는 김옥순(70) 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일하고 싶다고 한다. 김 씨는 "출근 해서 매일 소독하고, 퇴근하기 전에 소독하고. 내 주방 다루듯 그렇게 깨끗하게 카페를 운영하고 있네요. 가족들도 참 좋아해요. 이렇게 늙어서도 활력있게 살 수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며 웃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아니 기자도 질문했다. 커피 자격증을 따고, 빵도 만들 수 있으면 돈을 벌수 있는 카페를 열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면 되지 왜 봉사를 하냐고. 그러나 그들은 입모아 말한다. "우리는 무급이 아닙니다. 돈을 받는다고 유급인가요? 돈 대신 얼마나 많은걸 버는데요. 삶의 활력, 나눔의 기쁨, 함께의 가치…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커피를 내릴 겁니다. 태평살롱 오면 할매할배 바리스타에게 반갑게 인사해주세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