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미국국립의학도서관 자료 중의 하나인 '음악과 광기'라는 논문은 유명한 작곡가들의 전기를 통해 정신병과 창의성 사이의 연관성을 제시하고 있는데, 베를리오즈, 브람스, 케루비니, 글룩, 멘델스존, 슈베르트, 슈만, 스크리아빈, 차이콥스키 등을 예로 들어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높은 기분장애 유병률을 지적하고 있다.
로버트 슈만은 기분장애 환자의 전형적인 예로서, 이전에는 조울증으로 불렸던 양극성 장애로 혼란을 겪었다. 그는 1854년에 라인강에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했지만 뱃사공에 의해 구조됐다. 이후 그는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해 44세로 죽었던 해인 1856년까지 그곳에서 요양했다. 그의 자살은 가족력 때문이라는 말도 있는데, 슈만의 가문에서는 여러 세대에 걸쳐 정신질환이 이어졌다. 슈만의 아버지는 신경쇠약을 앓았고 어머니는 우울증으로 고생했으며 그의 여형제인 에밀리는 1825년에 자살했다. 게다가 슈만과 부인이었던 클라라 사이에서 난 아들은 정신병원에서 31년을 보냈다고 한다.
구스타프 말러는 양극성 장애에 더해 강박신경증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무대와 음악을 만듦에 있어서 너무 세세하게 신경을 썼다. 어떤 정신과 의사는 이런 그의 행동 증상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운동장애와 관련이 있으며 시덴함무도병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이 병은 뇌의 미핵이 망가져 제멋대로 춤추는 것처럼 몸을 움직이는 염증성 질환으로, 유전적인 것은 아니며 신경질적이거나 실룩거리는 표정도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말러의 불안정한 기분과 정신질환의 가족력은 그에게 양극성 경향이나 적어도 순환기분장애(양극성 장애보다 경미)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그의 형제 알로이스는 평소 허세를 떨고 사치를 부렸으며 여형제인 유스틴에게는 환각 증상이 있었고 다른 형제인 오토는 자살했다고 알려져 있다.
많은 음악가가 양극성 장애로 고생한 것과는 달리 무소르그스키는 알코올 남용에 의한 정신병을 앓았는데, 그래서인지 그는 작곡가로서 러시아 특유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한 사람으로서뿐만 아니라 이에 버금가는 대단한 술꾼으로도 알려져 있다. 젊어서부터 샴페인과 보드카로 흥청거리던 무소르그스키의 행동은 나중에는 습관이 됐으며,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평판이 좋지 못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선술집에서 밤과 낮을 보내곤 냈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행동은 예상대로 고립을 자초했고 궁극적으로는 자멸로 이어졌다. 결국 어지간해서는 못 본 체하는 러시아의 관료들도 더 이상 그의 불성실을 용납하지 않았다. 공무원이었던 무소르그스키는 1880년에 공직에서 해고됐으며 집세를 내지 못해 살던 곳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그는 병으로 점점 쇠약해져 연속된 네 번의 발작을 겪었다. 친구들이 그를 병원에 입원시켰지만 거기서도 그는 뇌물을 주고 코냑을 반입해 마셨으며, 42세가 되던 1881년에 사망했다.
창작 과정에서 음악가는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기도 하고 그 마음속에서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며, 때로는 기분이 극도로 상승하는 상황을 겪는다. 이런 사람이라야 좋은 작품을 남긴다고 누군가는 말했다. 하지만 음악은 그 자체로만 평가해야지 정신의학적으로 진단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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