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개통 20년…연간 1천만명 찾는 동대구역, 스타트업 몰려드는 '핫플'

입력 2024-03-31 19:13:27 수정 2024-03-31 20:36:33

신세계百 매출 1조원대 복합환승센터 입지 효과 톡톡
동대구 벤처밸리로 집결 동성로 넘어 상업·업무 중심지
서울 외 지역 접근 향상 경북 MICE, 20년 새 683%↑

31일 동대구역 모습. 2004년 4월 1일 첫 운행을 시작한 KTX 누적 이용객은 개통 20년을 맞는 올해 4월 1일 기준 총 10억 5천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대구역 이용자 수만 해도 하루 3만5천여 명에 이른다. 김영진 기자
31일 동대구역 모습. 2004년 4월 1일 첫 운행을 시작한 KTX 누적 이용객은 개통 20년을 맞는 올해 4월 1일 기준 총 10억 5천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대구역 이용자 수만 해도 하루 3만5천여 명에 이른다. 김영진 기자

고속철도(KTX) 20년 역사는 대구의 경제 지형도 바꿔 놨다. 동대구역 일대는 유동 인구최다 지역으로 부상하면서 동성로를 뛰어넘는 상업·업무의 중심지로 변모했다. 현재도 마이스(MICE) 산업의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면서 발전을 지속 중이다. 앞으로 인접 시·군과의 연결성과 확장성에 따라 발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통·상업 중심지로 '우뚝'

코레일에 따르면 2004년 657만명이던 동대구역 이용객은 지난해 1천272만명까지 늘었고, 이들을 중심으로 사람이 몰리자 동대구역은 대구의 중심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동대구역의 후광을 입고 현대화를 마친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역시 역사와 함께 대구 교통 중심지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복합환승센터와 함께 2016년 12월 개점한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2017년 6천800억원대 매출을 시작으로 매년 10%가량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2020년 처음으로 1조 매출을 돌파하고 2024년 1조4천982억원을 기록, 대구에서 압도적 1위이자 전국 6위권의 매출을 기록중이다.

대구신세계 관계자는 "대구 이외 고객의 비중은 2017년 51%에서 시작해 매년 조금씩 늘어나 21년 54%, 22년 57%, 23년 59%로, 그 비중이 늘고 있다"며 "고속철도를 비롯한 복합환승센터 시설 덕분에 서울·경기 고객의 비중이 매년 12%이상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KTX 개통 원년인 2003년 대구역에 개점한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개점 초기 대구 최고매출 자리에 올랐으나, 이후 정체·감소하면서 경쟁의 중심에서 밀려난 모양새다. 2004년 대구역 이용객이 419만명이었던 것에 비해 13.2% 감소한 점이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이다.

◆서울까지 1시간대, 벤처·마이스산업 '활짝'

수도권과의 시간적 거리를 1시간대로 줄일 수 있는 동대구역의 존재는 '동대구 벤처밸리' 등 인근 업무 지구에 기업들이 몰려들게 만들었다. 그 결과, 전통적 사무실 밀집 지역인 대구역~반월당 일대의 동성로 업무 지구의 무게 중심이 동쪽으로 이동했다.

대구상공회의소(1979), 대구테크노파크(2000) 정도가 있던 동대구역네거리에서 범어네거리까지 이어지는 약 2㎞ 구간의 동대구 벤처밸리에는 KTX 개통 이후로 대구테크노파크 동대구캠퍼스 2동(2006), 대구경북디자인센터(2008), 대구무역회관(2012), 대구콘텐츠센터(2015), 대구콘텐츠기업 지원센터(2020), 대구스케일업허브(2021), 대구콘텐츠비지니스센터(2021)가 차례로 들어섰다.

2022년 연말 기준 48개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을 정도로 유망 스타트업들 역시 동대구역 입지를 선호하고 있다. 박윤하 대구경북첨단벤처기업연합회장은"동대구 벤처밸리는 교통 접근성이 좋아서 기업들이 네트워킹하기 최적화된 입지 조건"이라고 짚었다.

지역 마이스(MICE)산업도 동대구역 개통과 함께 고도화됐다는 분석이다. 코레일은 KTX 개통이 서울 외 지역으로의 접근성을 향상시켜 지역별 국제행사 개최 횟수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전체 마이스 국제회의가 65% 증가하는 동안, 서울 외 지역은 387% 증가했다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03년 기준 대구에서 개최된 마이스 국제회의는 모두 6건이다. KTX 개통 이후 2022년 기준으로는 총 19건의 국제 MICE 관련 회의가 열렸다. 경북에서 개최된 22건을 포함하면 2003년과 비교해 683%의 증가율을 보였다.

◆인접 시·군 연결, 확장성 고민할 때

스무살을 맞은 고속철도를 본 전문가들은 '이제는 철도망 연계를 통한 인접 시·군과의 연결성과 확장성에 주목할 때'라고 제안했다.

황정훈 미래도시교통연구원장은 "KTX의 동대구역 정차로 인해 대구 대도시권이 함께 발전할 수 있었다"며 "대구가 그동안 도로망 구축에 집중해왔다면 미래에는 철도망에 더 큰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영근 영남교통정책연구원장은 "도시철도를 제외한 지역 간 철도망은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취약한 채로 이어져 온 측면이 있다"며 "도시철도 1호선 연장과, 대구권 광역철도 구축으로 구미에서 경산까지의 확장성을 고려하는 등 다른 도시와의 철도망 연계 구축과 기반 시설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우 대구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현재는 철도역에 내린 뒤 도심 교통 수단을 이용하려면 한참 걸어야 한다. 대구 산업선, 달빛철도 등 개통을 앞둔 철도망이 KTX 고속철과 연계되면 환승 체계, 연계 교통체계에 좀 더 신경을 써야 체계적인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31일 동대구역 승강장이 서울행 KTX를 타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2004년 4월 1일 첫 운행을 시작한 KTX 누적 이용객은 개통 20년을 맞는 올해 4월 1일 기준 총 10억 5천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대구역 이용자 수는 하루 3만5천여 명에 이른다. 김영진 기자
31일 동대구역 승강장이 서울행 KTX를 타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2004년 4월 1일 첫 운행을 시작한 KTX 누적 이용객은 개통 20년을 맞는 올해 4월 1일 기준 총 10억 5천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대구역 이용자 수는 하루 3만5천여 명에 이른다. 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