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진 독립큐레이터
영국의 미술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는 독특한 행동과 미술품으로 미술계의 '악동'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1965년생인 그를 이제 '악동'이라기보다는, '장난꾸러기 혹은 철부지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게 좀 더 어울릴 것 같다. 그는 1990년대 후반에 영국의 젊은 예술가들의 집단인 YBA(Young British Artists)를 이끌어 나간 미술가로서 당시 동시대 및 영국 미술에서 그를 빼고 이야기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허스트를 대중에 알린 대표적인 작품은 죽은 상어를 포름알데히드 용액으로 가득 채운 유리 진열장에 넣은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이다. 이를 발표했을 당시, 그는 사기꾼이라는 혹평부터 새롭고 참신한 시도라는 호평까지 그는 다양한 평가를 받았다. 거기에 800만 달러가 넘는 금액에 판매됐다고 알려졌으며, 그 소식은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상어 외에도 그는 보존된 동물 시리즈를 선보였으며, 이는 예술계와 대중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그의 포름알데히드 동물 시리즈는 생명과 죽음, 인간의 공포 등과 같은 더 깊은 주제를 다루며, 허스트의 예술적 비전과 창의력을 대중에게 보여줬다.
그러나 최근, 허스트의 프롬알데히드 작품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영국의 대표적인 언론사 가디언지는 라스베이거스 팜스 카지노 및 리조트에 있는 그의 또 다른 상어 작품인 '알려지지 않은'의 제작 연도가 1990년대로 표기돼있으나, 실제로는 2017년에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허스트 측은 이는 개념적인 미술품으로, 중요한 것은 물리적인 제작이 아닌 미술품 속에 담겨있는 의도와 아이디어로, 제작 연도 또한 그의 작품에 대한 개념적인 의도가 들어간 것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논쟁은 미술품의 제작 연도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미술의 역사에서 보통 미술품이 완성된 연도를 제작 연도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과거의 악동답게 의도적으로 아이디어가 생각났을 때를 제작 연도로 하는 개념을 미술품에 부여하고 싶었다면, 이는 이 작품이 세상에 공개됐을 때부터 알려졌어야 하는 것이 맞다. 또한 그의 다른 수많은 작품도 이에 맞춰 미술품에 대한 개념이 떠올랐을 때가 제작 연도가 돼야 했으나, 그는 그렇지 않았다.
혹자는 미술품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제작 연도는 상관없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당시의 시대 상황을 파악, 작가의 예술세계와 예술의 흐름에 대한 이해를 넘어 미술품의 출처를 확인하고 인증하는 등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더 나아가 이는 미술 시장에서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제작 연도에 대한 투명성과 정확성은 작가와 현재를 넘어서 미래의 대중과도 함께하는 약속이다. 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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