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손내민 尹정부, 뿌리친 의료계…야당은 불구경

입력 2024-03-26 16:19:36 수정 2024-03-26 20:26:32

응급 환자는 피눈물
尹, 면허정지 처분 보류에도 전공의 진료 파행 악화일로
野는 중재 없이 총선표 눈치만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 제출을 예고한 25일 오전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 제출을 예고한 25일 오전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24일부터 26일까지 내리 사흘 동안 "의료계와 대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유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의료계는 집단행동을 계속하면서 정부가 내민 손을 떨쳐내고 있다. 의대 증원은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국민 지지가 나올 만큼 국민 수용성이 높은 정책이지만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사단체에 대한 압박은커녕 중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사태는 더욱 꼬여 가는 실정이다.

이러는 사이 의료 시스템의 파행으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이 극에 달하는 중이다. 협상하겠다는 정부에 대해 강경 입장만 고수하고 있는 의료계에 대해 집단 이기주의라는 환자들의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 국무회의에서 "의대 교수진을 비롯한 의료인들은 의료 개혁을 위한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며 "제자인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는 정부의 유화책에 대한 의료계의 답변을 촉구하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유연한 처리 방안'을 주문한 데 이어 25일 대통령실에서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잠정 보류한다는 입장까지 밝힌 바 있다. 26일 국무회의에서도 의료계와의 대화를 강조한 윤 대통령은 "보건의료 분야를 안보·치안 등 국가 본질 기능과 같은 반열에 두고 과감한 재정투자를 하겠다"고도 말했다고 이도운 홍보수석이 전했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유화책 제시에도 불구, 의료계는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26일 새로이 선출된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이 정부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며 대화를 거부하는 인물인 데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도 일부 진행 중이다. 더욱이 의대생들 또한 의대 증원 백지화 요구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강경론이 의료계를 지배하면서 의료 현장에서의 진료 파행은 악화일로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진료를 못 받는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닌가' 하며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유방암과 뇌졸중으로 칠곡경북대병원에 입원했던 환자 A(58) 씨는 26일 매일신문 기자에게 "'병실을 비워 달라'는 이야기가 들려올까 봐 입원한 하루하루가 불안의 연속"이라며 "나 같은 암 환자는 교수님들의 치료가 절실한데 교수님들이 사직서를 쓰고 그만둔다고 하니 앞이 캄캄하다"고 하소연했다.

의·정 갈등에 따른 정치권의 역할 부재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경북대병원에서 만난 환자 보호자(60)는 "여당은 중재 역할을 하는데 야당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모습이 너무 속상하다"며 "이럴 때 야당이 중재를 하든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총선 표심 눈치만 보는지 일언반구 하지 않아 울화통이 치민다"고 발끈했다.

실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의대 정원 증원과 의대 없는 지역의 의대 신설 등을 공약한 바 있다. 민주당 주도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도 의대 대폭 증원을 주장해 온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가 비례대표 후보 앞순위인 12번에 배치됐다. 하지만 야당은 최근의 의·정 갈등 과정에서 원론적 입장만 냈을 뿐 사실상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