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핫플레이스] '대구 중남구' 상처받은 민심…지역민의 선택은?

입력 2024-03-24 17:18:47 수정 2024-03-24 22:30:56

24일 4·10 총선 후보 등록 후 첫 주말을 맞아 대구 중구남구 선거구 후보자들이 유권자들과 만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허소· 국민의힘 김기웅· 무소속 도태우 후보.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4일 4·10 총선 후보 등록 후 첫 주말을 맞아 대구 중구남구 선거구 후보자들이 유권자들과 만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허소· 국민의힘 김기웅· 무소속 도태우 후보.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경북(TK) '원조' 정치 1번지인 대구 중구남구 민심이 심상치 않다. 현역 포함 8명이 국민의힘 4·10 총선 공천을 신청해 대구지역 최고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선거전이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3자 경선과 결선 투표를 거쳐 승리한 도태우 후보의 공천이 취소되고 김기웅 후보가 사실상의 전략 공천을 받았기 때문이다.

공천 번복에 따른 혼란이 수습되지 않는 가운데 최종적으로 국민의힘 김기웅·더불어민주당 허소·무소속 도태우 후보 간 3파전으로 본선 대진표가 짜였다. 24일 매일신문이 만난 중구남구 지역민들의 민심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었다.

먼저 도태우 후보가 과거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국민의힘 공천이 취소된 데 대해 분노했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도 후보에 대해선 측은지심을 느꼈다. 중구남구가 총선 때마다 전략 공천의 대상이 됐다는 피해의식도 감지됐다.

택시기사 양모(60·대구 중구) 씨는 "도태우 후보가 예전에 말실수 한 번 했다고 공천까지 취소한 건 말이 안 된다. 우리한테 공천 취소해도 되느냐고 언제 물어보기라도 했느냐"며 "도 후보만 불쌍하게 됐다. 무소속으로 나왔다는데 찍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직장인 안모(31·대구 남구) 씨도 "도태우 후보를 찍을 예정이다. 중구남구는 낙하산 공천이라도 모두 찍어준다는 인식을 깨고 싶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도 후보는 거리 유세에서 자신에 대한 동정 여론을 자주 확인하고 있다.

도 후보는 "많은 분들이 '속 많이 상하고 억울하겠지만 찍어줄테니 꼭 당선되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며 "저 또한 내용상으로는 제가 정당한 국민의힘 후보라고 생각한다. 중남구민들이 선택해준 사람은 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도 후보는 무소속의 상징인 흰색 점퍼를 입지 않고 국민의힘의 빨간색과 유사한 분홍색 점퍼를 입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김기웅 후보에 대한 지지 여론도 상당했다. '깜짝' 공천을 받은 까닭에 김 후보의 개인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당이 보증하는 후보라는 이유가 많았다. 최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대구를 찾아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도 효과를 발휘하는 모습이다.

관문시장에서 만난 추모(48·대구 남구) 씨는 "시끄러운 일이 있었지만 결국 국민의힘 후보가 나왔지 않느냐. 그 사람을 찍어야 중앙에서 힘을 쓰지 다른 사람 찍으면 일을 잘할 수 있겠나"며 "고민은 조금 더 하겠지만 현재로선 당 공천장을 받은 사람한테 투표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라고 밝힌 김모(55·대구 중구) 씨도 "지금 민주당이 다 이긴 것처럼 얘기하는데 국민의힘 후보가 1석이라도 더 당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현역인 임병헌 의원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위촉하는 등 당원협의회 인수인계를 완료하고 중구남구 기초·광역의원의 전폭적인 지원도 받고 있다. 박근혜 청와대 통일비서관과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차관을 지낸 경력도 어필하며 공천 번복으로 상처받은 보수 표심에 다가서는 중이다.

김 후보는 "지난 30여년 간 중앙행정부처에서 수많은 일을 했다. 지역민께 필요한 일을 성공하기 위해 어떤 과정에서 제가 무슨 역할을 맡아 노력해야 하는지 제 나름의 경험과 경륜이 있다"고 말했다.

허소 민주당 후보에 거는 기대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공천 난맥에 따른 반사이익에다가 최근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으로 민주당 지지층인 20~40대 유입도 늘어 '한 번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도 나온다.

허소 후보는 "1주일 전부터 민심이 달라지고 있다. 이전까지는 저를 어차피 안 될 후보로 보셨다면 최근에는 다소 공격적인 반응이 나올 정도로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라며 "저는 지역 골목 경제를 살리는 정책 선거에 집중하며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