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로 190번 찔렀는데, 우발범행?…"징역 17년 억울해"

입력 2024-03-20 17:35:59 수정 2024-03-20 17:40:58

결혼을 약속한 동거녀에게 흉기로 200번 가까이 찔러
1심서 징역 17년, 검사와 피의자 모두 항소
피해자 母 울분 토해 "1심 판결이 가장 억울하다"

법원 자료사진. 매일신문 DB
법원 자료사진. 매일신문 DB

결혼을 약속한 동거남에게 흉기로 200회 가까이 찔려 잔혹하게 살해당한 피해자의 유가족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했다. 피고인은 1심에서 징역 17년을 받았는데, 검사와 가해자 모두 항소했다.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민지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28)씨의 살인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피해자의 모친 B씨는 A씨를 엄벌해 달라 요청했다.

B씨는 "가장 억울한 것은 1심 판결이다. 1심 판결문에 피해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고, 피고인 사정만 전부 받아들여졌다. 프로파일러 분석은 인용되지 않고, 피고인의 진술만 인용됐다"며 "유족구조금을 받았는데, 이게 양형에 참작된다는 걸 알았다면 절대 받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가 저를 배신하고, 국가가 저를 상대로 사기 친 것이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B씨는 A씨를 향해서도 "네가 죗값 달게 받고 나오면 너를 용서하겠다. 제대로 죗값 받고, 벌 달게 받고 나와"라며 흐느꼈다. A씨 역시 공판 내내 눈물을 쏟았다고 전해진다.

검찰은 공판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5년을 내려달라 요청했다. 공판 검사는 "부검 서류를 봤는데 차마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안타까웠다. 피해자가 이렇게 죽을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며 "개인적으론 징역 25년 구형도 적다고 생각하지만, 수사 검사 판단대로 25년형을 내려달라"고 했다.

이에 변호인은 "이 사건 전에는 두 사람 간 특별한 싸움이나 갈등이 없었다. 이웃 간 소음과 결혼 준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왜, 어떻게 범행을 햇는지 기억을 못하고 있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행위가 끝난 뒤였다. 이전에 폭력 성향도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범행 당시 심신상실 또는 미약 상태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변호했다.

앞서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A씨가 층간 소음 등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던 중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1심의 양형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 기각에 불복해 항소했다. A씨 역시 양형부당 주장과 함께 '범행 당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며 항소장을 냈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7일 열릴 예정이다.

한편, A씨는 지난해 7월 24일 오후 12시 59분 쯤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 한 아파트에서 결혼을 전제로 동거중이던 20대 여성을 집에 있던 흉기로 약 190회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장에는 A씨가 이웃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는 중에 피해자로 부터 모욕적인 말을 듣고 격분해 범행한 내용이 담겨있다. 범행 직후 A씨는 흉기로 자해하고, 112에 범행 사실을 직접 신고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수승을 받은 후 수사 끝에 법정에 섰다.